새해의 기쁨은 가까운 미래의 365일을 새로 맞이하는 느긋함이다. 한 다스의 연필을 깎아놓고 새 공책을 편 것처럼, 새하얀 캔버스를 장만한 화가처럼, 새로운 옷감을 만지작거리는 재봉사처럼, 운동복을 입고 출발선에 선 스포츠맨처럼, 온갖 식품을 마련하고 조리대 앞에 선 요리사처럼, 새로 산 E-북 앞에 선 것처럼.... 제각기 새로움을 향한 출발을 하는 기쁨이 바로 새해다.
하지만 그 새로움은 어디에 있는가. 어제와 같이 높은 하늘, 맑은 공기,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생활 주변의 자연과 시설 등이 어제와 같은데. 그래도 며칠 전은 묵은해고, 오늘은 새해다.
우선 달력이 바뀌었다. 틀림없는 2011년이다. 또 새해는 인사말이 다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건강하세요” “새해 하시고 싶은 일 이루세요” “새해 많이 웃으세요” 등의 인사말이 새해를 활짝 연다.
새해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그런데 놀랍게도 새해의 ‘새’는 날아다니는 새다. 그 새는 곧 날아가 버리고, 바라던 새 날들은 무미건조한 보통의 평일이 되기 쉽다. 말하자면 새를 가꾸는 역량에 따라서 새해의 길이에는 개인차가 생기게 된다. 즉, 새해를 길게 즐기는 사람과 며칠 만에 그만 새를 날려버리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새를 가꾼다는 말은 그의 먹이인 새로움을 꾸준히 제공한다는 뜻이다.
새로움의 첫째는 생각의 전환이다. 지난 해 한 번 생각하고 일을 처리하였다면, 새해에는 세 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낳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둘째는 일상의 생활 습관 중 한 가지라도 바꾸는 것이다. 거실 소파에 길게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새로운 세계를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일을 시도해 보는 이유가 내 몸 움직임에 새로움을 주겠다는 생각이라면 거기에도 새해는 있다.
셋째는 새 친구를 사귀는 일이다. 아침마다 만나는 친구에게 목례를 시작하다가 어느 날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한다. 이렇게 친구를 사귀는 일이 쉽고도 어렵지만 새해부터 시작해 볼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새해는 각자가 만들어 가는 것인가. 그 답을 하기 전에 동화 ‘파랑새’를 생각해 보자. 어린이들이 파랑새를 찾으려고 여기 저기 헤매다가 결국은 그 행복의 파랑새를 그들의 집에서 발견하지 않았는가. 그 이야기처럼 우리 주변의 일들을 새로운 눈으로 새로운 감각으로, 새로운 실천력으로 다스릴 때 거기에 새해가 있다.
또한 새해의 즐거움은 변화에 있다. 변화는 사물의 모양 성질 상태 등이 달라짐을 말한다. 새 해부터 공공요금이 인상된다는 변화는 반갑지 않다. 그러나 공원을 신설하고 새로운 공연물을 예고하고, 약자들을 위한 시설을 확장한다는 소식은 반갑다. 이와 같은 공동사회의 변화가 개인 생활에 영향을 주지만, 결정과정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은 큰 물결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인생활의 변화는 개인이 책임질 사항이며, 어제와 다른 생활을 하겠다는 의욕이 바탕에 깔린다. 다른 생활이란 새로운 생활권에서 삶을 시도하겠다는 열망으로 출발하고 미처 몰랐던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우리 모두는 똑같은 365일의 새 날들 앞에 섰다. 이 새 날들이 얼마나 새로운가, 얼마나 알찬가, 얼마나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가의 열쇠는 각자의 주머니 속에 있다. 이 열쇠는 쉽게 손에 닿지만 그것으로 자물쇠를 여는 힘은 열망, 노력, 끈기 등에서 나온다.
결국 새로운 변화는 내 자신의 창의력이 이루며, 이 창의력은 새 세상에 민감하
게 대처하려는 본인의 기본자세에서 판가름 난다.
<허병열 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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