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과 비보 딛고 힘찬 승리의 함성도
2010년은 서북미 한인들에게 크고 작은 상흔을 남긴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해가 될 것 같다. 경기침체 속에 삶의 터전을 잃은 한인들도 적지 않았다. 한인사회가 함께 아파했던 사건ㆍ사고도 끊이지 않았지만, 다 함께 한 목소리로 “大~한민국”함성을 지르며 환호하기도 했다. 워싱턴주 최초로 한인 여성 주 하원의원을 탄생시켰고, 신호범 의원이 주 상원 4선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뒀다. 유난히 많았던 역경과 비보를 딛고 일어서 승리의 함성을 질렀던 2010년 한해 동안 본보를 장식한 ‘서북미 한인사회 톱 10 뉴스’를 간추린다. <편집자 주>
뿌리째 흔들리는 한인경제
새해 벽두 한인이 운영하는 대형 스시 뷔페 체인식당이었던 토다이 시애틀 다운타운 점이 문을 닫은 것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한인업소들이 줄줄이 폐업하는 아픔을 겪었다. 서북미지역 터줏대감 한인마켓인 팔도월드의 린우드 점도 올해 문을 닫고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한인 삶의 터전이었던 소규모 자영업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한인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기업체의 경영난으로 해고되는 아픔을 겪는 한인 직장인들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6월부로 불황이 공식 종료됐다고 선언했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고통스럽기만 해 2011년 새해에도 한인들의 힘겨운 경제형편이 나아질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신병력 한인 어머니 살해
연초인 1월15일 정신병력이 있는 한인 고종균(55)씨가 어머니 고란희(사망 당시 78세)씨의 온몸을 난자해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포틀랜드에서 2010년 발생한 첫 살인사건으로 기록됐다. 한국에서 명문대를 졸업한 뒤 국비장학생으로 미국으로 유학 온 후 정착해 부모를 초청했던 고씨는 정신병이 도지는 바람에 결혼도 하지 못한 채 오랜 세월동안 자신을 돌봐주던 어머니를 살해하는 범행을 저질러 영어의 몸이 됐다. 지난해 헤어질 것을 요구하는 백인 여자친구를 역시 난자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페더럴웨이 한인 김찬옥(71ㆍ영어명 폴 김)씨에게는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징역 20년4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워싱턴주 ‘한인정치 1번지’
쇼어라인 시의원 재선에 실패했던 신디 류(53ㆍ한국명 김신희) 전 쇼어라인 시장이 워싱턴주 하원의원에 당선되는 반전의 쾌거를 이뤄냈다. 미국 내 최초의 한인여성 시장 타이틀에 이어 한인여성으로는 최초로 워싱턴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미국의 대표적 한인 정치인인 신호범(75) 워싱턴주 상원의원도 4선 당선의 금자탑을 쌓아 주의회 양원에 한인 정치인이 한명씩 포진하는 시대를 맞게 됐다. 반면 오리건 주지사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던 임용근(74) 전 주 상원의원은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첫 직선 시장에 도전했던 박영민 페더럴웨이 시의원도 예비선거에서 탈락, 주류사회 정치의 높은 벽을 실감케 했다.
김혜옥씨 백악관 아·태위원 임명
시애틀지역의 촉망받는 차세대 한인여성인 김혜옥씨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태자문위원으로 임명됐다. 한인 혼혈 NFL 스타인 하인즈 워드, 시카고 사회단체 활동가인 송은미씨와 함께 16명의 아·태 자문위원에 포함된 김씨는 현재 저소득층 주택개발사업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인터림(Inter*Im)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녀는 지난해 다우 콘스탄틴 킹 카운티 수석 행정관의 인수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밖에 워싱턴대학(UW) MBA 과정의 윤정화(29ㆍ영어명 프란시스 윤)씨가 UW 평의회의 학생대표 위원으로 임명됐다. 윤씨는 빌 게이츠의 아버지인 윌리엄 게이츠 Sr와 코스트코 창업자이자 회장인 제프리 H 브로트맨 등 평의회의 다른 위원들과 함께 차기 총장 선임작업 등을 맡고 있다.
“대~한민국”으로 하나돼
6월 지구촌을 달궜던 2010 남아프리카 월드컵은 시애틀 한인들에게도 열광의 도가니를 선물했다. 본보가 후원했던 페더럴웨이 H마트, 페더럴웨이 한인회, 형제교회 등에서의 단체응원 외에 여러 한인식당에서도 붉은 색 티셔츠를 입은 한인들이 모여 목이 터져라 응원전을 펼쳤다. 하나된 응원의 함성이 전달된 탓인지 한국 대표팀은 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에 진출했고, 우루과이에 2대1로 아깝게 패배해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한인들은 “대~한민국” 함성을 지르는 월드컵 응원을 통해 삶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털어내며 한민족의 단합을 과시했다.
여사무장 횡령에 계파동도
노스 시애틀의 한인 로펌인 ‘심합동 법률사무소’의 전 여사무장이었던 베로니카 박씨가 80만 달러 이상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3월 구속돼 한인사회에 충격을 줬다. 박씨는 사무장 근무 당시 변호사 사무실 고객들이 에스크로 비용 등으로 맡긴 자금 82만5,000여달러를 개인적으로 빼돌려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또 11월말에는 페더럴웨이에서 업소를 운영하던 한인여성이 계를 조직해 운영하다가 곗돈은 물론 사채까지 끌어다 쓴 뒤 잠적했다. 이 여성으로 인한 피해액은 현재 30만 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의사 피터 최씨 추락사
시애틀 하버뷰 메디컬센터에 근무했던 한인 이비인후과 전문의 피터 최(당시 38세)씨가 지난 6월30일 오전 스노퀄미 패스 인근 ‘아이라 스프링’ 등산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씨는 이날 애완견을 데리고 혼자 캠핑을 갔다가 비탈길에서 추락한 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지난 2008년에도 한인 여자친구와 함께 다운타운의 한 식당에서 나오다가 백인 불량배들에게 폭행을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뒤 대수술 끝에 회복됐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8일에는 야키마의 국형철씨가 자신의 셰볼레 콜벳이 픽업트럭과 충돌하는 사고로 숨져 주위 사람들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줬다.
한인 문화단체 창립 봇물
시애틀 한인사회는 올해 풍성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자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불우이웃 돕기 자선기금 마련을 위해 지난 5월15일 워싱턴대학(UW) 미니홀에서 대학동문회연합(회장 신창범) 주관으로 첫 유료 열린 음악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1월에는 한인 어린이들로 구성된 ‘뉴어린이합창단’(단장 김평강)이 창설돼 그 동안 두 차례 정기연주회를 가져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전문음악인들로 구성된 글로리아 체임버 앙상블(감독 김덕영)도 두 차례 공연을 가졌으며 한인 20여명이 창단한 워싱턴 한인 체임버 앙상블(단장 김법수)도 음악 동호인들에게 아름다운 합창 및 중창의 선율을 선사하고 있다.
전국단위 행사 시애틀서 잇따라
미국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1,200여명의 과학 기술자들이 참여하는 2010 한미학술대회(UKC 2010)가 지난 8월11일부터 5일 동안 벨뷰 하이야트 호텔에서 열렸다. 재미 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ㆍ회장 김재훈)와 한국 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KOFSTㆍ회장 이기준)가 공동 주최한 이 대회는 보잉과 마이크로소프가 후원회사로 참여, 대회의 품격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미 전국의 한국어 교사 7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재미 한국학교협의회(NAKSㆍ총회장 이민노)가 지난 7월22일부터 벨뷰 하이야트 호텔에서 제28회 국제교육학술대회를 열었다. 국제결혼여성 총연합회(World KIMWAㆍ총회장 리아 암스트롱)는 8월3일부터 3박4일간 시택 더블트리호텔에서 국제결혼 한인여성들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화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표방하며 세계대회를 개최했다.
원로목사들 잇따라 타계
오리건 한인교계의 큰 별이자 동포사회 정신적 지주였던 김상증 원로목사가 지난 6월12일 9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페더럴웨이의 금란교회를 개척했던 황기택 원로 목사도 지난 7월2일 향년 82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했다. 올림피아에서 오랫동안 한인교회를 이끄는 한편 홈리스 구제활동에 크게 공헌해 ‘화목과 사랑의 목회자’로 존경 받았던 옥민권 목사도 지난 11월7일 향년 68세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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