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투자가들에게 헐값으로 매각
▶ 곡물 생산 증대 등 긍정적 효과도 기대
서 아프리카 말리의 한 부락에 찾아온 낯선 사람들은 하루하루 겨우 연명하고 있는 농부들에게 깜짝 놀랄 소식을 전해줬다. 몇 세대 동안 농부들이 살아온 이 땅이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 것이며 농부들은 모두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마을 지도자인 마마 케이타는 “이번이 농사지을 수 있는 마지막 우기며 그 다음에는 그들이 집을 허물고 땅을 차지하겠다고 말했다”며 “카다피가 이 땅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농경지를 먼저 차지하려는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수 세대 째 농사를 지어왔음에도 농부들은 땅 소유주가 정부며 이를 헐값에 개인 투자가나 외국 정부에 수십 년 간 리스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유엔이나 세계은행 같은 기관은 잘만 하면 이 땅을 이용해 대규모 농경 사업을 벌여 식량 생산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것이 수만 명 농부의 삶의 터전을 뺏고 땅 없는 빈곤층을 대량 생산하는 신식민주의적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생산된 작물의 대부분이 부자 나라로 간다는 사실이다.
전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해당 국가의 식량 안보가 가장 큰 관심거리”라며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는 수탈에 불과하며 과거 일어났던 아프리카 차지하기 경쟁의 재판”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발표된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2009년 첫 11개월간 발표된 토지 계약 면적은 1억1,000만에이커에 달하는데 이는 가주와 웨스트버지니아를 합친 것과 같은 넓이다. 이중 70%가 수단, 모잠비크,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와 관련된 것이다.
2008년 전에는 이런 토지 계약이 1년에 1,000만에이커도 안 됐다. 그러나 그 해 최소 12개국에서 일어난 식량 폭동으로 사정이 바뀌었다. 앞으로도 식량난이 계속될 것을 우려한 농지가 부족한 부자 나라와 헤지 펀드가 농지를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은행 경제학자인 클라우스 데닝거는 “정부 고위층이 농지 확보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아직도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농지에 관한 투자를 대체로 지지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외국의 농업 보조는 1980년 전체 보조의 20%에서 지금 5%로 줄어들었다. 그 때문에 생산 증대를 위해 농업 투자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투자 중 상당 부분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땅을 놀려 두는 투기적인 것이다. 농부들은 보상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고 땅은 헐값에 리스 되고 쫓겨난 사람들은 들판에서 겨우 생존하고 있으며 농업 투자로 인해 생겨난 일자리는 예상보다 훨씬 적다.
계약 규모가 워낙 큰 것도 반발을 사고 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전체 농토의 절반을 남한 재벌에 넘겨주려던 계획이 국민적인 저항을 불러와 2009년 대통령이 하야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농민들은 에티오피아, 우간다, 콩고, 리베리아, 잠비아 같은 나라에서 쫓겨났다. 빈 땅이라고 해 투자가가 와 보니 사람이 살고 있는 일도 흔하다. 유엔 식량국의 올리비에 슈터는 모잠비크에서 빈 땅인 줄 알고 온 한 투자 회사가 마을이 들어서 있는 것을 뒤늦게 안 일도 있다고 말했다.
말리에서는 니제르 강 일대 300만에이커를 국영 단체인 니제르국이 관장하고 있다. 지난 80년간 이중 20만에이커만 관개 시설이 돼 있었기 때문에 정부는 투자가들을 환영했다. 니제르국의 아부 소우 사무국장은 “사람들에게 땅을 줘도 이를 개발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남아공이 설탕 산업에,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쌀 생산에 투자하기로 했고 캐나다, 벨기에, 한국, 인도, 네덜란드, 서아프리카 개발은행 같은 다국적 기업이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리에서만 최소 60만 에이커를 커버하는 60개 딜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관련 계약 면적인 150만에이커가 넘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딜의 대부분이 말리 사람들을 위해 말리 인들이 개발하도록 돼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25만에이커를 리스해 쌀 등을 재배하기로 한 리비아의 경우는 곡물을 자기 나라로 가져갈 것이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자기가 생산한 것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누가 말리에 투자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다른 딜과 마찬가지로 계약을 해 받은 돈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리비아의 경우 그 지역을 개발하는 대가로 리비아는 그곳을 50년간 무상으로 쓸 수 있다.
말리의 한 비영리기관 대표인 마마두 고이타는 “리비아는 말리 사람이 아니라 리비아 사람을 위해 그곳을 개발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국내 식량 생산은 늘리지 않고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며 이 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경제 논리가 아니라 외국과의 관계 개선 등 정치적인 이유로 이 딜을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가에게 준 광대한 토지도 결실을 맺으려면 오랜 세월이 걸린다.
그러나 정부 측은 이미 리비아가 5,000만달러를 들여 24마일의 수로와 길을 냈다고 주장한다. 지역 주민들이 덕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로 인해 피해를 본 2만여 주민들은 모두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소우는 말했다. 그는 “나무 하나라도 피해가 간다면 전액 배상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노와 불신의 벽은 높다. 지난달 수백 명의 농부들은 시위를 벌이며 자신들의 입장이 반영되기 전까지 정부는 이런 딜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중 일부는 군인들에게 얻어맞기도 했으나 자신들은 목숨을 걸고라도 자기 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말리 농부 단체의 조직 책임자인 이브라힘 쿨리발리는 “곧 기근이 시작될 것”이라며 “우리가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 고장 말로 “우리는 거부한다”를 외쳤다.
니제르국의 지역 국장인 카순 데논은 이 딜 반대자들이 대규모 영농에 반대하는 서구 그룹들로부터 돈을 받고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에게는 말리를 발전시킬 책임이 있다”며 “우리 일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호수에 뛰어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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