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노인들을 노리는 보이스 피싱(phishing)이 출현, 경각심이 요구된다.
최근 은퇴한 A 목사(볼티모어)에게 손자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버지니아텍에 다니는 손자는 친구들과 함께 영국으로 여행을 왔다가, 렌트카로 사고를 내 급히 2,500달러가 필요하다며 울먹였다. 손자는 부모가 알면 걱정하니 알리지 말라고 하며, 할아버지에게 도와달라고 사정했다.
평소 착실한 모범생인 손자여서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은 A 목사는 손자 걱정에 급히 돈을 마련, 손자가 얘기한대로 웨스턴유니언을 통해 돈을 보냈다. 같은 날 오후 다시 손자에게서 전화가 와서 예상외로 2,500달러가 더 필요하다며, 이 돈을 내지 않으면 개학에 맞춰 학교로 돌아갈 수 없으니 한번만 더 도와달라고 했다. A 목사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마련해 보내고 손자의 어려운 일을 해결했다고 안도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또 손자에게 전화가 와서 렌트카 수리비만 내면 되는 줄 알았더니 상대방 차도 변상해야 한다며 다시 5,000달러를 요구했다. A 목사는 더 이상 돈을 마련할 수 없다며, 이 정도 큰 사고는 부모가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은 후 아들집으로 연락했다. A 목사의 전화를 받은 며느리는 바로 보이스 피싱임을 직감하고, 아들에게 연락을 해보니 아들은 별 탈 없이 대학기숙사에 머무르고 있었다.
A 목사 가족은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돈은 이미 범인들 손에 넘어갔으며, 체포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A 목사 가족은 어떻게 인적사항을 알아냈는지 알 수 없다며, 전화의 통화감을 낮춰 손자의 목소리를 구별하기 힘들게 했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피해를 당한 후 주변에 알아본 결과 주로 할머니들이 이 같은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얘기를 여러 건 들었다면서, 노인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이메일을 해킹해 피해자 지인들에게 사고가 났다며 급하게 돈을 보내 달라는 인터넷 피싱이 종종 있었으나 최근에는 전화를 이용한 보이스 피싱이 성행하고 있다며, 노인들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시차를 이용해 유학생 부모나 한국에 가족이 있는 한인들을 노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해외은행을 사칭한 해외 펀드 투자를 유도하거나 경품 당첨 등을 미끼로 보이스피싱을 실행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 전문가는 “보이스피싱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며 “갑자기 가족이나 지인의 사고 등을 이유로 돈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는다면 일단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또한 “보이스 피싱에 속아 돈을 송금했더라도 즉시 다른 가족을 통해 확인하고 거래 금융기관에 연락해 지급정지를 요청할 것”을 권했다.
이번 A 목사 사건의 경우 인적 사항에 대한 보안관리의 중요성도 제기되며, 한인의 개입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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