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시장 선점, 일.중과의 경쟁서 유리한 고지
2006년 6월 FTA 협상 시작
김종훈 한국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3일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 콜롬비아에서 한국과 미국간 자유무역협정(FTA)에 합의했다.한미 양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정부 당시인 2006년 6월 FTA 협상을 시작해 2007년 6월30일 이미 협정문에 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양국이 당시 합의, 서명한 한미 FTA는 그간 3년5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한미 FTA가 발효하기 위해서는 한국 국회와 미국 의회의 비준이 있어야 하는데 부시-노 정부가 합의한 FTA는 사실 협정문 내용 그대로는 미국 의회 비준이 불가능했다.부시 정부 당시 야당이자 하원을 장악하고 있던 민주당 지도부는 한미 양국간 자동차 무역 불균형 해소와 비록 FTA 내용은 아니지만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 없이는 한미 FTA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또 이러한 반대는 자동차와 쇠고기 관련 업계 지역 주 출신 공화당 의원들과 노조의 지지를 무시할 수 없는 타 지역 출신 민주·공화당 의원들의 가세로 부시 대통령은 끝내 한미 FTA를 의회에 제출하지도 못하고 임기를 마쳤다.
그 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상원과 하원 양원을 모두 민주당이 쟁취한 반면 지난 11월 중간선거에 민주당이 하원을, 공화당이 상원을 각각 나눠 이끄는 형세가 이뤄지는 등 정계에 여러 변화가 일었고 여기에 세계경제위기의 지속이 보호무역주의를 확산시키는 등 다방면 차원에서 부시-노 한미 FTA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했다.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침체된 미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미국인들의 직업 창출을 위해 한
미 FTA를 진전시키려 해도 기존 FTA 내용으로는 도저히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설득할 수 없기에 부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한미 FTA를 의회에 제출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었다.
한미 FTA 추가 협상
이러한 여건 속에서 김 본부장과 커크 대표가 이번 한미 FTA 진전을 위한 추가 협상을 벌여 양측이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해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의 언론 브리핑에 따르면 한미 FTA가 서명된 이후 3년5개월 만에 진전을 보게 된 이번 “추가협상은 지난 6월 토론토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협정의 진전을 위해 모멘텀을 마련함으로서 시작됐다.”이어 지난 10월26일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1월8일부터 10일까지는 서울에서 한미간 통상장관회의가 개최됐으며 이번 미국 워싱턴 인근 매릴랜드 콜롬비아시에서 4일간 김 본부장과 커크 대표가 협상을 진행해 서로의 요구사항들에 대해 절충점을 찾아낸 것이다.
양국 대표의 이번 합의에 따라 이미 서명된 한미 FTA 내용 중 자동차, 미국산 냉동 돼지고기, 의약품의 허가와 특허 등 관련 분야의 기존 내용 일부가 수정될 전망이다.따라서 양국은 이번에 합의된 ‘합의의 요지’(Agreed Elements)를 바탕으로 법률문서를 마련해 올해 중 또는 내년 초에 서한이 된 이 법률문서에 서명하게 되며 한미 FTA는 한국 국회와 미국 의회의 비준이 모두 이뤄질 경우 발효된다.
미국 의회 비준 전망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일 FTA 추가협상 타결과 관련 백악관에서 가진 입장 발표를 통해 “오늘 우리가 발표한 합의는 몇가지 중요한 진전을 포함하고 있으며, 무역협정이 가져야 된다고 보는 것을 성취했다”면서 “이것은 양국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미국 근로자, 농민, 낙농업자들을 위한 승리라고 평가한 뒤 특히 미 자동차업계가 한국 시장에 대한 훨씬 더 확대된 시장접근 기회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그는 또 “이번 합의는 우리의 동맹국이자 친구인 한국에도 승리”라면서 “한국은 미국 시장에 대한 좀 더 넓은 접근을 얻을 것이며, 한국의 가계와 기업들을 위해 미국 상품을 좀 더 값
싸게 만들어 주고, 한국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외에도 이번 한미 FTA 추가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쇠고기 문제와 관련, “미국 쇠고기의 완전한 한국시장 접근과 같은 다른 분야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 한국측과 일할 것”이라고 말한 뒤 향후 한미 FTA 비준을 위해 민주, 공화 양당 지도부와의 적극적인 협력 방침을 밝히고 양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한미 FTA의 의미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은 미국, 아세안, EU를 연결하는 글로벌 FTA 네트워크를 구축한 세계 유일의 나라가 된다.또 중국, 일본, EU 등 주요 경쟁국에 앞서서 단일국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을 선점하게 된 것이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이 지난 4일 “한국은 유럽연합에 이은 한미 FTA 합의로서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미국과 유럽에 수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더욱 진전된다”고 보도한 것과 같은 날 닛케이가 “미국 시장에서 한국기업과 경쟁중인 일본 기업이 향후, 경쟁조건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우려가 있다”고, 지난 7일 산케이 신문이 “이대로 가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에 뒤처질 것이므로, 일본 정부는 위기감을 갖고 한국의 정치결단을 배워 FTA 협상을 강력히 추진
해야 한다”고 전한 언론 보도들이 이번 한미 FTA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지난 10일 ‘미국과 한국의 FTA 쇠고기는 어디갔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EU에 이어 미국과 FTA를 매듭지어 세계 2대 시장에 독점적으로 접근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사실 미국 행정부는 자동차 부문에서 양보를 얻어냈다고 자랑하고 있는 반면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 냉동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를 겨우 2년 연장하고 미국 쇠고기에 대한 시장 압력을 피한 것이 소득“이라고 분석했다.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국이 북한 리스크로 인해 대미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높은 대가를 지불했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한국의 대미 수출이 수입에 비해 훨씬 규모가 크다는 점을 보아 한미 FTA가 결국 한국에 유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미 FTA는 비준을 지지하는 상당수 미 연방의원들의 주장처럼 한미동맹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된다는데 양국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FTA는 시장 통합을 통한 경제동맹 차원에서 체결되며, 시장이 가까워지면, 사람이 가까워지고, 궁극적으로 양국간 경제, 정치적 협력관계가 크게 증진되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는 한미 관계의 모든 분야에 있어 미주한인들의 역할 증대를 의미하기도 하며 미주한인 주요 대표 단체들이 잇달아 한미 FTA 협상 타결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13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김종훈 한미통상교섭본부장이 바른사회시민회 초청 조찬 세미나에서 한미FTA 추가협상과 한국의 성장전략에 대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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