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계획과 투자ㆍ가수 육성 시스템 결과
음악 장르 다양화ㆍ진출국 문화 이해 필요
일본, 중국어권, 태국 등 해외 음악 전문가들은 세계 속 한국 아이돌 그룹의 K-POP 열풍을 어떻게 볼까.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한 전문가들은 한국 음악 기업들이 아시아를 단일 시장으로 본 미래지향적인 안목이 있었으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대규모 투자를 하는 등 체계적인 준비를 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수년에 걸쳐 보컬, 춤, 언어 등의 교육을 통해 아이돌 가수를 육성하고 세계인의 눈높이에 맞춘 음악을 입히고 세련된 스타일로 포장해 완성도 높은 상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의 가수 육성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한국 아이돌 그룹들이 해외시장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댄스 음악에만 집중한다면 드라마와 영화처럼 일시적인 흐름에 그칠 것이므로 음악 장르의 다양화, 개성있는 이미지 등 부단한 콘텐츠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ㆍ한국 시스템 벤치마킹 = 일본 음악계 전문가들은 한국 아이돌 그룹들이 한국 음악 산업의 높아진 수준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일본 최고 인기 걸그룹인 AKB48의 총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 씨는 2일 "한국 걸그룹은 노래와 춤이 압도적으로 좋다"고 강조했다.
아키모토 씨는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을 콘셉트로 한 AKB48은 도쿄 아키하바라에 만든 전용관 ‘AKB48 극장’에서 매일 공연했다"며 "춤도 못 추고 실력이 뛰어나지 않지만 성장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줘 친근함을 무기로 남성팬들에게 어필했다. 그러나 소녀시대, 카라, 포미닛 등은 완벽한 춤과 음악으로 일본 여성들의 동경의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견해에는 일본 음악전문지들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뮤직 매거진’의 다카하시 오사무 편집장은 "한국 아이돌 그룹은 여성이면 머라이어 캐리, 남성이면 보이즈투멘과 같은 가창력을 지녔지만 일본에선 그런 아이돌이 거의 없다"며 "연습생 시절 하루 3시간 정도 자며 훈련해 기초가 탄탄하다는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 춤과 노래가 상당히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걸 팝’의 편집장을 역임한 마에다 신지 씨 역시 "일본은 단기 이익을 추구하느라 수익성이 높은 모바일 벨소리 생산에 열을 올려 음악의 종합적인 질을 높이려는 지향성이 낮다"며 "수준 높은 제작 능력이 있는 한국이 일본 시장에 맞추고자 낮은 수준의 음악을 제작할까 우려된다. 일본 청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K-POP의 질 높은 매력"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에 비해 대중음악 산업 면에선 후발 주자인 태국과 중국어권에선 한국의 가수 육성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태국 최대 음반사 GMM그래미도 한국의 시스템을 받아들였다. GMM그래미의 수라차이 센스리 부사장은 "SM엔터테인먼트를 방문했는데 트레이닝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놀랐다"며 "과감한 투자로 원석을 발굴해 노래와 춤을 훈련시키고 외모를 향상시켰다. 우리도 현재 이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가수를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SS501 멤버 박정민의 중국어권 진출 계약을 맺은 소니뮤직 아시아의 최쯔언동 회장 역시 "한국 아이돌은 완벽한 시스템에서 훈련받았다"며 "보컬, 안무, 연기, 사고방식까지 교육한다. 여기에 헤어, 메이크업, 의상은 유행을 이끌기 충분하다. 음악까지 대중을 중독시킨다. 우리도 한국의 시스템을 가져오고 있으며 실제 중국어권에선 이런 움직임이 많다"고 덧붙였다.
◇콘텐츠 다각화ㆍ꾸준한 활동 관건 = 해외 음악 전문가들은 이런 평가와 함께 K-POP이 유사한 댄스 음악을 선보이는데 그쳐서는 안된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K-POP도 한류 드라마와 영화처럼 승패가 갈릴 날이 올 것이므로 각 그룹이 개성을 발휘할 때 하나의 장르로 정착된다는 것이다.
일본 최대 유선방송 기업인 유센의 스즈키 아쓰코 씨는 "K-POP이 댄스 음악을 중심으로 확립됐지만 한국 아이돌 밴드인 FT아일랜드, 힙합 그룹 빅뱅처럼 지속적인 장르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며 "’K-POP=댄스음악’의 틀을 뛰어넘을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라차이 부사장도 "태국 음악 시장은 음반.음원.공연을 합해 4억 달러(한화 4천500억원) 규모"라며 "이중 평균 100달러(11만2천500원)인 한국 가수들의 공연 티켓은 지난해 총 6만장이 팔려나갔지만 아직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음반과 음원 매출 비중은 5-10%에 불과하다. 이 점유율을 높이려면 아이돌 밴드인 씨엔블루, FT아일랜드 처럼 다른 장르의 팀들도 선보여야 한다. 우리는 최근 한국의 아리밴드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한국 아이돌 그룹들이 진출 국가의 문화를 이해해야 하며 지속적인 활동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키모토 씨는 "동방신기가 일본 현지화 전략으로 5년간 꾸준히 활동했듯이 한국 아이돌 그룹도 입지를 굳히려면 지속적인 활동이 기본"이라며 "음악에서 시작해 드라마와 영화, 연예 프로그램 등 활동 영역을 넓힐 필요도 있다. 그러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진출은 K-POP 붐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쯔언동 회장도 "시간을 투자해 콘서트 등의 꾸준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이제 언어의 장벽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는 것은 좋지만 머라이어 캐리가 중국에서 중국어로 노래하고 말하진 않는다. 언어보다 중국어권 문화를 이해한 뒤 진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도쿄=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이태문 도쿄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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