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이 들끓는 빈민지역 사우스 LA의 초등학교 교사였던 리고베르토 루엘라스(39)는 언제나 가장 힘들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손길을 내밀었다. 주말과 방과 후 이 아이들에게 개인교습을 해주었고 가정방문을 하며 이들에게 높은 목표를 갖고 대학에 가라고 격려했다.미라몬테 초등학교 5학년 교사였던 그는 지난 14년 동안 근무하며 거의 결근한 적이 없을 만큼 자신의 사명에 열정을 바쳤다. 그런 루엘라스가 지난 주 결근을 하자 동료교사들은 곧 우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두려워했던 최악의 상황은 지난 일요일 아침 현실로 드러났다. LA카운티 셰리프국의 수색-구조팀이 엔젤레스 포레스트의 빅 터헝가 캐년 지역 100피트 아래 계곡에서 루엘라스의 시체를 발견한 것이다.
논란 심한 LA타임스 교사평가제 하위 랭킹 공개가 원인?
“선생님은 내게 또 다른 아빠였어요”… 눈물의 추모 물결
카운티 검시국은 사인을 자살로 규정했다.
루엘라스의 죽음은 미라몬테학교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학교 앞에 마련된 추모의 벽엔 수많은 편지와 꽃다발, 촛불과 하얀 풍선들이 남겨졌다. 저녁이 되자 촛불이 밝혀졌고 스패니시로 부르는 성가, 기도문 암송의 소리들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루엘라스의 유가족들도 나와 벽에 붙은 추모의 글을 읽으며 추모객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루엘라스는 유서를 남기진 않았다고 당국은 밝혔다. 자살의 이유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교사노조의 A.J. 더피 회장은 루엘라스 가족들에 의하면 루엘라스가 LA타임스 웹사이트에 공개된 교사평가 결과에 나타난 자신의 스코어에 대해 좌절했었다고 전한다.
LA타임스는 7년간 학생들의 영어와 수학 테스트 성적을 분석하여 LA교육구내 3~5학년 교사 6,000명에 대해 평가를 내리고 최근 그 결과를 웹사이트에 올려 공개하고 있다. 거센 찬반 논란에 휩싸여온 이 평가제는 학생들의 성적 향상치에 따라 효율성(effective)이 높은 교사, 낮은 교사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루엘라스는 영어에서 ‘평균’(average), 수학에서 ‘낮은’(less effective) 평가를 받았으며 전체적으론 동료교사들보다 ‘낮은’(less effective)평가를 받았다.
“LA타임스의 분석과는 상관없이 어떤 기준에 의해서도 그는 정말 좋은 교사였다”고 강조한 더피회장은 LA타임스에게 교사평가결과를 웹사이트에서 내리라고 촉구했다. 많은 학부모들 역시 타임스의 웹사이트에서 루엘라스 교사의 페이지는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루엘라스의 유가족들은 타임스의 취재는 보이콧했으나 형 알레한드로는 KPCC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타임스가 각 개인의 정보를 공개한 것은 불공정하다면서 “리고베르토는 시장도, 대통령도 아니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LA타임스는 성명을 통해 “그의 가족과 학생들, 친구와 동료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밝히는 한편 평가결과를 공개한 것은 “너무나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복의 업무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며 학부모와 주민은 데이터에 근거해 판단할 권리를 가졌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라몬테학교의 마틴 산도발 교장은 “이 지역에서 성장한 루엘라스는 커뮤니티를 도우려는 열정이 강했다”면서 “언제나 행복해 했고 자연 활동을 선호했던 교사”였다고 말했다.
그의 추모 모임엔 많은 졸업생들도 찾아왔다. 그의 가르침과 격려를 잊지 못하는 옛 제자들이다.
“전 수학이 힘들었는데 선생님 덕에 극복했지요. 선생님은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내가 어디 출신인가는 중요하지 않지만 학교를 안 다니면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씀하셨지요”라고 하얀 풍선을 들고 온 8학년생 안드로메다 팔마는 말했다.
29일 학교인근 천주교회의 추모예배에서 마이크를 든 13세의 칼라 곤잘레스는 흐느끼며 불우한 환경의 자신들에게 대학진학을 격려했던 헌신적인 선생님을 기억했다. “그는 제게 단순한 선생님이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아빠였어요. 멕시코에서 막 건너 온 저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셨고 책을 사주셨지요. 언제나 그를 기억하며 감사할 겁니다”
“숫자(시험 점수 및 평가)란 지나가는 것입니다. 난 가치 평가의 의미에 대해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일찍 출근해 교실 문을 활짝 열어 놓는 것, 학생들이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하러 올 수 있도록 말입니다”라고 미라몬테의 전 교장 로버트 로페즈도 추모식에서 말했다.
교사노조 관계자 매튜 테일러는 루엘라스 자살엔 다른 원인도 있을지 모르지만 동료교사들과 대화한 것으로 미루어보면 이번 평가 공개가 주요 원인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부분 학교의 교장들이 이번 평가 결과를 교사들에 대한 압력 근거로 이용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테일러는 “루엘라스는 매우 존경받는 교사였고 교직은 그의 전부였는데 그게 실패했다고 생각하면서 무너졌을 것”이라면서 “그는 이런 압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LA교육구의 라몬 코티네스 교육감은 ‘부가가치’(value-added) 평가제로 알려진 타임스의 교사평가방법이 교사의 효율성을 평가하는데 유일한 분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교육구는 시험성적 향상치를 근거로 한 부가가치 분석과 함께 수업관찰 등 다른 분석도 병행하는 평가방법을 개발 중이다.
상당수 교육계 인사들은 미라몬테 같은 가난하고 갱 범죄 심한 도심빈민지역의 대규모 학교에서 시험성적만을 강조한 평가법 적용은 옳지 않다고 지적해 왔다.
대부분 교사들의 거센 반발을 받고 있는 타임스의 교사평가제와 평가 결과 공개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라몬테 초등학교 앞에 마련된 리고베르토 루엘라스 교사를 위한 추모의 장소에 꽃과 촛불 등이 놓여있다. 오른쪽 사진이 루엘라스.
자살한 아들 리고베르토의 촛불 추모모임에 참석한 어머니 리타 루엘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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