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 공화국, 비야 알타 그라시아에 사는 산타 카스티요는 단칸방 오두막에서 희망에 부풀어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 바로 뒤에 새 집을 짓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새 집은 침실 두 개와 실내 화장실을 갖추고 넓이가 지금의 4배나 될 것이다. 남편과 세 아이들과 함께 창문도 없는 오두막에서 살아온 카스티요는 좀 더 넓고 견고한 집을 갖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
대학로고 제품 생산업체 시험적 도전
도미니카 공장서 최저임금의 3배 지급
빈민층 공장 직원들 “축복이다”며 감동
스티요의 꿈이 마침내 현실이 되는 일이 3개월 전 일어났다. 세상에서 구경하기 힘든 별난 의류공장에 취직을 하게 된 것이다. 이 공장에서는 다른 공장처럼 최저임금이 아니라 생활이 가능한 생계임금을 지불하고 노조 가입도 허용한다. 카스티요는 꿈만 같다.
“평생 이런 임금을 받아 본 적이 없어요. 축복을 받은 것 같아요”
그의 한 달 봉급은 500달러. 최저임금으로 받던 것의 3배이다.
알타 그라시아라는 이 공장은 고귀한 뜻을 가지고 실험적으로 운영되는 공장이다. 의류공장들은 비참한 수준의 저임금으로 노동자들을 혹사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학 교직원들과 학생 운동가들은 이런 부당한 운영을 비판하며 공정하게 근로자들을 대우할 것을 촉구해 왔고, 이 공장은 이런 뜻에 맞게 바르게 운영하려는 시도로 세워졌다.
120명 직원을 고용한 이 공장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스파탄버그에 소재한 나이츠 어패럴의 직영공장. 나이츠 어패럴은 미국 대학들에 대한 대학 로고 상품을 공급업체로 최대 규모이다.
나이츠 어패럴은 이미 400개 미국 대학 내 북스토어로부터 티셔츠와 스웨트셔츠 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동종 업체보다 세배나 높은 임금을 지급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을 지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나이츠의 CEO인 조셉 보직은 낙관적이다.
“좋은 일을 하면서도 사업을 잘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여주고 싶어요”
하지만 의류업계 컨설턴트인 앤드류 재신은 “숭고한 노력이지만 실험일 뿐”이라고 말한다. 소비자들의 의식과 양심에 호소하는 대대적 판촉이 없이는 ‘공정노동’ 의류들은 시장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 중에는 (노동착취에) 정말로 관심을 갖고 최상품 가격으로 이 옷을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반면 관심은 갖지만 돈의 가치를 따지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알타 그라시아는 한국인 소유 회사인 BJ&B가 문을 닫으면서 생겨난 공장이다. 나이키와 리박 야구모자를 생산했던 BJ&B는 2007년 임금이 더 낮은 나라들로 공장을 이전했다. 그 공장을 나이츠가 인수해 알타 그라시아라는 새 상표를 만들어냈다. 알타 그라시아는 가난에 찌든 이 도시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고귀한 은혜’라는 뜻이다.
의류공장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노력이 처음은 아니다. 듀크 졸업생인 25세의 청년이 스리랑카에 세운 스쿨 하우스라는 공장이 한 예이다. 하지만 알타 그라시아는 파격적 임금과 노조허용이라는 점에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시도이다.
산타 카스티요도 동의한다. 그녀를 비롯한 다른 공장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으로 살아왔다. 의류공장 대부분이 들어가 있는 자유무역 지대에서 최저임금 월급은 147달러이다. 그 돈으로는 가족 부양을 할 수가 없다.
알타 그라시아는 노동자 권익옹호그룹이 산출한 4인 가족 생활비를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 최저임금의 거의 3배반을 지급하고 있다. 카스티요는 과거 “아이들만 먹이고 나는 대개 굶어야 했지만 지금은 고기도 사고 오트밀, 우유도 살 돈이 있다”고 기뻐한다.
봉급이 많아지자 1,000달러를 빌려 새 집을 지을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복음주의 교회의 목사가 되려는 그의 꿈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공장을 우리 지역에 들여온 사람들에게 하느님이 계속 축복해 주시기를 바라요”
알타 그라시아 공장이 이런 축복을 받게 된 것은 10년 전 조셉 보직의 예상치 못했던 경험 탓이 크다. 당시 고교생이던 아들의 농구경기를 참관할 때였다.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더니 아들이 경기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하루 후에는 글을 읽을 수가 없었다. 의사는 시력이 그렇게 갑자기 나빠지는 원인은 한가지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뇌종양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MRI 검사를 거친 후 의사가 말했다. 다행히 뇌종양은 아니지만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것이었다.
3일 동안 그는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다. 휠체어에 의존해 살면서 가족들을 부양할 수 없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다. 게다가 그 즈음에 친한 친구와 형이 사망했고 자녀 중 한 명이 불안장애를 겪었다.
“똑같은 일을 겪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했어요. 다행히 우리는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가족들을 생각했습니다”
이후 그는 사업을 통해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싶어졌다. 비즈니스를 이용해 사람들의 하루하루 삶에 영향을 주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3주 후 그는 시력을 완전히 회복했고 이후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건강을 회복한 그는 바로 고아와 학대 아동들을 돕는 자선단체를 만들었고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평생 의류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2000년 나이츠 어패럴을 시작했다.
현재 나이츠 어패럴은 대학로고 상품 공급에서 나이키를 넘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게 된 데는 노동자들을 공정하게 대우하는 공장 제품을 고집하는 186개 대학 조직, 노동자 권리 컨소시엄(WRC)과 긴밀하게 협력한 덕분이 크다.
나이츠는 전 세계 30개 공장과 계약을 맺고 있던 중 모범적인 모델 공장을 직영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갖게 되었다. WRC 총무인 스콧 노바는 대환영이었다. 그는 전 세계의 의류공장 대부분이 최저임금 아니면 그보다 조금 더 많이 액수를 지급하는 노동착취 현실에 좌절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5센트, 도미니카 공화국과 중국의 대부분 도시에서는 85센트 수준이다. 알타 그라시아 공장은 시간당 2달러83센트를 지급한다.
나이츠가 안고 있는 문제는 최저임금으로 생산되는 저가 제품들과 어떻게 경쟁을 하느냐는 것이다. 알타 가르시아의 티셔츠 공장 원가는 4달러80센트. 최저임금을 지불할 때와 비교해 80센트 혹은 20% 정도 비싼 가격이다.
나이츠 측은 줄어든 이윤을 자체적으로 감수하고 도매가격은 올리지 않고 있다. 생산 경비가 많이 든다고 해서 그 부담을 소매상이나 소비자들에게 떠넘기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나이츠는 도매상에 8달러에 팔 계획이다. 대부분 소매상은 그것을 18달러에 판다.
나이츠의 공장 운영에 많은 대학들이 적극 호응하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듀크가 25만달러의 주문했고, 반스 & 노블의 대학 북스토어 담당부서는 오는 9월 180개 캠퍼스, 올 겨울에는 350개 캠퍼스에 알타 그라시아 상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근로자들을 제대로 대우하는 공장,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기업 제품을 대학생들은 기꺼이 살 것이라는 기대이다.
<뉴욕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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