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확정된 애리조나주의 초강경 이민단속법은 불법신분만을 이유로 이민자를 범죄자화 하고 지역 경찰의 무차별 불심검문을 허용해 역대 최악의 이민법으로 불린다. 이에 따라 위헌소송이 제기되고 전국적으로 반발시위가 열리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애리조나 이민단속법이 나오게 된 배경과 구체적 내용, 여파 등을 분석해 본다.
■내용
애리조나 이민단속법의 핵심은 불법체류 자체를 주 범죄로 규정하고 주 경찰과 지역 경찰에게 불법이민자라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사람의 체류신분을 확인하고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 이민자가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불체자에게 교통편 등 편의를 제공하는 행위도 처벌하도록 했다. 이 법에서 요구하는 신분증은 ▲애리조나 운전면허증 또는 ▲연방이나 각 주 및 지역 정부가 발행하는 공식 신분증으로 규정돼 운전면허증만 가지고 있으면 합법 신분을 증명할 수 있도록 했다.
■배경과 경과
멕시코와 접하고 있는 국경의 길이가 400마일에 달하는 애리조나는 현재 불법신분 이민자수가 주 전체 인구의 10% 정도인 약 46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애리조나는 가장 강경한 이민자 단속법을 시행해 오고 있다. 2008년에는 불체자를 고용하다 적발되면 영업 정지에 이어 사업장 폐쇄까지 내릴 수 있는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같은 배경 아래 애리조나 주의회가 지난달 이번 이민단속법을 통과시켰고 잰 브루어 주지사는 23일 이 법안에 서명했다.
■반발과 논란
이민자 권익옹호단체 등은 이번 법으로 인해 경찰관들이 인종 등 외모만으로 무차별 신분 단속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브루어 주지사는 법 규정에 인종에 근거한 단속(racial profiling)이 금지돼 있음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는 형식적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직적인 애리조나 보이콧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4월27일 애리조나와의 사업관계를 단절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최대 라틴계 신문 ‘라오피니언’도 보이콧을 선언했다. 애리조나에서 열린 예정이던 이민변호사 컨벤션도 취소됐다.
애리조나 이민법을 바라보는 연방 정부의 심기도 편치 않다. 그 동안 포괄이민개혁법 제정을 추진해 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주지사 서명 직후 애리조나 이민단속법의 인권침해 여부와 이 법이 미칠 파장 등을 철저히 감독하도록 지시했다.
■여파
이민단속법 시행을 앞두고 현지 한인사회도 술렁이고 있다. 피닉스에 3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김재권 미주총연 이사장은 “당장 애리조나를 떠나는 한인들은 없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타주로 떠날 생각은 많이 하기는 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랜드캐년과 세도나 등 한인들의 주요 관광지로 손꼽히는 있어 한인 관광업계도 이번 법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호관광 하준호 디렉터는 “경찰의 주요 단속이 멕시코와의 국경지역에서 집중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광코스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단속 체크 포인트가 설치되는 것에 대비해 손님들에게 영주권이나 비자 등 합법적인 체류를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을 지참하도록 안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망
애리조나 이민단속법은 주의회 회기 종료 후 90일이 지나 발효되도록 규정돼 있는데 아직 회기가 계속되고 있어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달 29일 피닉스 연방지법에 이민단속법이 연방정부 권한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소송이 제기됐고 민권연맹(ACLU) 등 여러 단체들도 위헌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이 법이 실제 시행에 들어갈 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대용 기자>
애리조나 이민단속법에 항의하는 대규모 이민자 행진이 1일 열리는 가운데 이민단체 관계자들이 집회에 사용할 피켓 등을 준비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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