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곳은 마치 60년대 앨라배마처럼 보이고 있다”고 애리조나 주 빌 코노프닉키 주 하원의원은 말한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민권시위와 경찰의 강력단속의 와중에서 주민들이 서로를 적대하며 반목하던 그 반세기전 혼란의 시기를 상기하는 그의 표정은 어둡다. 그는 현재 미 전국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애리조나 주의 초강경 이민단속법안에 대한 주의회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 중 한명이다. 그가 속한 하원의 지난 주 표결 결과는 35 대 21, 공화당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불체자-마약범죄 증가로 주민 70% 찬성
전국적 논란 확산 속 주지사도 결국 서명
“60년대 민권투쟁 당시 방불”반대시위 격렬
코노프닉키 같은 중도파 공화의원들이 우려를 표하며 일부를 수정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재선거를 앞두고 있는 공화당의원들은 보수표밭을 의식하며 반대표 던지기를 두려워했다.
이번 주 주상원에서도 초강경 이민단속법안은 17 대 11로 통과되었다. 공화당 의원 중 단 1명만이 반대표를 던졌다. 임기제한에 해당되어 재선에 나서지 않는 캐롤린 앨런의원이었다.
이민자가 신분증명 서류를 지참하지 않은 것을 주 범죄로 규정한 이 법안은 입법화 될 경우 미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단속법이 된다. 경찰에게 불법체류가 의심되는 사람에게 체류신분을 확인하도록 요구하는 이 법안은 또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 주민들이 시나 카운티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찬반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23일 법안에 서명한 잰 브루어 주지사는 금년 주지사 선거 공화당 예선을 앞두고 있어 처음부터 “감히 거부권행사는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8월의 공화예선엔 무려 19명의 후보가 브루어에 도전장을 낸 상태다.
‘SB 1070’으로 불리는 이 법안의 작성자는 선동적인 극우 보수로 알려진 러셀 피어스(62) 주 상원의원이다. 너무 극단적이어서 평소엔 같은 공화당 의원들에게도 그리 환영받는 동료는 아니다. 신나치 관계자들과 찍은 사진이 나돌기도 했고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메시지가 담긴 이메일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발송하여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상원지출위원장으로 각 법안의 예산 배정 파워를 행사하기 때문에 선동적인 과격파로 제쳐놓기만도 힘든 인물이다.
보수표밭에선 환영받는 정치가로 꼽힌다. 불법이민과 마약밀매, 마약관련 총기사건, 주택 절도 등이 저녁 뉴스를 가득 채우는 애리조나 국경지대에서 강력한 이민단속을 이슈로 삼는 그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는 높은 편이다.
“피어스 상원의원은 현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 뚜렷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용기를 가졌다”고 그의 지지자들은 말한다.
이번 법안의 통과는 극우파 피어스의 정치적 영향력만 반영한 것이 아니다. 타지역에 비해 이곳 라티노의 정치적 파워 부족, 그리고 애리조나와 전국의 공화당 정치가들 사이에서 점점 강경해져가는 불법이민에 대한 시각을 증명해주고 있다.
한때 포괄적 이민개혁안의 공동작성자였으며 친이민으로 분류되었던 존 매케인 연방 상원의원이 이같은 기류변화를 확실하게 대변한다. 그는 이 법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공화 예선에서 보수파 전 하원의원의 도전을 받고 있는 그는 이번 법안은 이민정책에 실패한 연방에 대한 주민들의 좌절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이민 단체들은 어떻게 이런 차별법안이 주의회를 통과할 수 있느냐고 분노하며 연일 시위를 벌이는 한편 주지사에게 거부권행사를 촉구했었다.
그러나 이민자 권익에 기반이 되는 라티노 파워가 애리조나에선 아직 약하다. 캘리포니아나 텍사스와 달리 성인 시민권자가 적어 정치가들에게 영향을 줄 정도의 보팅 파워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불법입국자들이 늘고 관련 마약관련 범죄가 성행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날로 증가하는 것이 애리조나의 한 단면이다. 전국적으로는 인권침해 차별법안으로 매도당하고 있는 ‘SB 1070’에 대한 애리조나 주민들의 지지도는 절대적인 것으로 70%에 달하고 있다.
이번 법안도 최근 국경지대 한 목장주가 멕시코 불법입국자에게 총격살해당한 후 분노한 여론에 밀려 더 신속하게 통과된 것으로 알려진다. 쉐리프 경찰인 피어스 의원의 아들도 2004년 불법체류자의 총격으로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
요즘 애리조나 주 피닉스 거리에선 이번 법안에 대한 이민옹호자들의 항의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법안 작성자인 공화당 주 상원의원 러셀 피어스(가운데)는 과격한 극우보수파로 꼽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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