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 육박하는 살인적 금리 다반사… “빈민층 재활 지원” 취지 무색
최근 빈곤층에게 소액 대출을 해 주는 것은 이들을 좀 더 나은 생활로 이끄는 방안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나탈리 포트맨과 마이클 더글러스 같은 영화 배우들은 이런 취지를 위해 자신들의 얼굴을 빌려주기까지 했다.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바구니공들에게 소액 대출을 해주는 은행을 시작했던 경제학자 무하마드 유누스는 이것으로 지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소액 대출 지지자들은 현재의 방향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소액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자 다수의 은행들과 금융기관들이 뛰어들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가난한 고객들에게 연 100%가 넘는 고리를 부과하고 있다.
멕시코·나이지리아 등지서 특히 심해
‘고수익’ 부각되면서 민간자본 유입
누스는 “우리는 고리대금에 맞서기 위해 마이크로 크레딧을 시작했다. 새로운 고리대금을 확산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마이크로 크레딧은 가난한 사람들이 빈곤에서 탈출하는 기회가 되어야지 빈곤한 사람들을 갈취해 돈을 버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대출의 성스러운 뜻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어느 정도의 금리와 수익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인가 하는 점이다. 고리를 둘러싼 논란은 연방하원의 조사를 촉발시켰고 하원은 올해 이와 관련한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금리는 전 세계적으로 차이가 크다. 그러나 우려를 자아내는 고금리는 주로 멕시코와 나이지리아 같은 국가들에서 나타난다. 인구가 많은 이들 나라에서는 기존 대출기관들이 소액 융자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테 크레모스라는 이름의 멕시코 업소의 경우 세계 마이크로 금융기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연 125%에 달하는 금리 및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멕시코의 마이크로 대출 평균 금리는 70% 내외이다. 전 세계 평균은 37%라고 전문가들을 밝힌다. 전화로 연결이 된 테 크레모스의 한 간부직원은 금리와 관련해 몇 가지 오해가 있다며 해명에 시간을 달라고 했다가 연락을 끊어버렸다.
이 이슈의 저변에는 마이크로 대출이 실제로 빈곤층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느냐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의 몇몇 연구의 결론은 모든 빈곤층이 기업가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빈곤의 타격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 주기는 한다는 것이다. 예일대 경제학과 S. 칼란 과장은 “이것이 세계를 구원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 교훈”이라고 지적하고 “지지자들의 주장처럼 이것이 변화의 유일한 도구가 될 수는 없지만 긍정적인 효과는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 대출의 초창기 주창자들은 이 사업의 평판이 빈곤층을 대상으로 수익을 얻으려는 새로운 투자가들에 의해 훼손되지 않기를 원한다. 비록 대출 비용만 회수하면 되던 시절은 끝났지만 말이다. 마이크로 대출의 투명성을 감시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척 워터필드는 “사람들은 이것을 사회적 투자라고 부르지만 누구도 사회적 투자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 누구도 금리를 10% 이상 받으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마이크로 대출로 수익을 얻는 것은 분명 불법이 아니다. 애틀랜타에 본부를 둔 원조기관인 CARE는 지난 1997년 페루에서 시작된 마이크로 대출기관의 운영자이다. 이 기관의 초기 투자액은 미국 납세자들의 돈 45만달러를 포함해 350만달러였다. 그러나 지난 가을 페루의 가장 큰 은행인 방코 데 크레디토는 이 비즈니스를 9,600만달러에 매입했다. CARE는 7,400만달러를 챙겼다. 그러나 이 기관은 매각 사실을 발표하면서 가격은 밝히지 않았다. CARE의 회장은 “이 매각은 페루와 우리의 사업을 위해 좋은 것이었으며 가격을 알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총 자산이 6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마이크로 대출업은 의심할 바 없이 자선이라는 뿌리를 넘어 엄청나게 성장했다. 약 10년 전부터 민간부분 투자가 마이크로 대출업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투자가들이 이 업종을 대박 업종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멕시코의 콤파르타모스라는 업체가 주식공모를 통해 4억5,800만달러를 모으면서부터였다. 콤파르타모스 소유주들은 이 돈을 회사 발전에 재투자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분석가들은 120만명에게 대출을 하고 있는 서방 최대의 마이크로 대출업체인 콤파르타모스가 멕시코 전체의 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마이크로 대출기관들이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Mix에 따르면 지나 2008년 콤파르타모스는 고객들에게 평균 82%의 금리와 수수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빈민층은 경험도 없고 이해력도 낮아 자신들에게 얼마가 부과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멕시코시티에서 T셔츠 공장을 운영하는 마리아 바르가스는 공장을 확장하면서 지난 20년간 점점 더 많은 돈을 빌려왔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알지만 정확한 금리가 얼마인지는 어렴풋할 뿐이다. “금리는 중요하다, 하지만 솔직히 일에 매달리다 보면 다른 곳에 가 서류를 작성할 시간이 없다”고 바르가스는 말했다. 몇 번 거래를 한 후부터는 전화한 통하면 다음날 수표가 배달되는 식으로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간혹 금리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경우도 있다. 마이크로 대출기관 금리가 35%를 넘은데 분노한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자본을 바탕으로 8~10%의 금리를 부과하는 마이크로 대출기관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이크로 대출업계는 업체들에게 좀 더 투명해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부분 업체들은 정직하고 문제 업소들은 1~1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업체들은 서로의 경쟁이 금리를 낮춘다며 정부의 간섭보다는 자유경쟁이 좋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마이크로 대출이 가지고 있는 좋은 평판을 이용하기 위해 너도나도 ‘마이크로 대출’이라는 명칭을 쓰는데 문제의 소지가 있다.
마이크로레이트라는 독립적인 평가기관을 세운 다미안 본 스타우펜버그는 지역적인 여건이 고려돼야 하겠지만 20~30% 이상의 금리를 부과하는 업체는 일단 ‘비양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윤이라는 창문을 통해 본다면 빈민들의 실상을 절대 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1,008개의 마이크로 대출기관들을 분석한 Mix의 수석분석가 아드리안 곤잘레스에 따르면 이 가운데 75%가 무하마드 유누스가 우려한 ‘적색지대’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누스의 공식이 지나친 단순화라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데 드는 비용과 유누스가 설립한 그리민 은행의 규모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고 이 때문에 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이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많은 업체들은 가난한 수요자들에게 다가가는데 드는 많은 비용이 든다고 강조한다. 즉 1,000달러 대출 하나 하는 것보다 100달러 대출 10개를 하는데 훨씬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리에 대한 비판의 역작용으로 대출 업체들이 빈민들에 대한 대출을 꺼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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