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항공사들이 무료 기내식 제공을 중단하면서 여행객들은 한 가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비행기 여행 중 식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미리 준비하자니 번거롭고 그냥 탑승을 하고 나면 기내에서 파는 음식들이 너무 맛이 없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이 탑승객들의 이런 불편을 덜어주고 수입도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기내식 개선에 나섰다.
기내식 유료화하면서 승객입맛에 촉각
비행기 음식 ‘맛없다’선입관이 걸림돌
할인 쿠폰·콤비네이션 메뉴 등 개발
미국의 주요 항공사 중 국내선 일반 승객들에게 무료 기내식을 제공하는 항공사는 콘티넨탈 항공이 유일하다. 콘티넨탈 역시 오는 가을이면 무료 기내식을 없앤다.
기내식이 유료로 바뀌면서 항공사들이 승객들에게 제공하는 음식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있다. 보다 건강에 좋은 음식, 보다 맛있는 음식으로 메뉴를 바꾸어서 수입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우선 에어 캐나다는 야채 샌드위치, 요거트 파르패 등 건강 메뉴들을 소개하고 있다. 알래스카 항공은 건강 간식 메뉴를 새로 개발했고, 아메리칸 항공은 보스턴 마켓과 협조해 기내식을 제공하고 있다. 제트 블루 역시 일부 장거리 노선에서 기내식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몇몇 항공사들은 앞으로 패스트푸드 식당 비슷하게 콤비네이션 메뉴나 다른 판촉 메뉴들도 선보일 계획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탑승객들의 호응도를 조사하기 위해 기내식으로 판매 중인 음식들과 각종 샌드위치들을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과 LA 국제공항 레드 카펫 라운지에서 팔고 있다. 유나이티드는 올 연말부터 승객들이 탑승 전에 미리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출 계획이다.
이렇게 항공사들이 기내 음식에 신경을 쓰는 것은 기내식이 더 이상 무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항공사들이 무료로 기내식을 제공할 때는 경비 절감이 최대 관건이었다. 이제는 돈을 받고 음식을 팔 수 있으니 승객들이 만족할만한 양질의 음식을 다양하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항공사들이 기내식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막강한 경쟁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공항 내 식당들이다. 공항 요식업계에 따르면 매출이 급상승 중이다. 특히 국내선에서 무료 기내식 제공이 중단된 후 월프강 퍽, 캘리포니아 피자 키친 등 유명 식당들이 공항 내에 체인점을 개설, 탑승객들이 기내로 가지고 갈 수 있는 메뉴들이 대폭 늘었다. 여행객들이 기내 음식 보다는 공항 음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2009년 관련 조사에 의하면 기내에서 무료 음식이 제공되지 않을 때, 비행기내에서 파는 음식을 보통 구매한다고 답한 승객은 6%에 불과했다. 반면 공항에서 음식을 구매한다고 밝힌 승객은 56%였다.
사실 기내 음식 판매는 항공사로 볼 때 별로 돈이 되지 않는다. 북미 대부분 항공사들이 기내에서 사용하는 휴대용 판매기 제작사인 게스트로직스 측에 의하면 기내 음식 10달러짜리를 팔아서 항공사가 얻는 이익은 5센트에서 10센트에 불과하다. 그런가 하면 술을 팔 경우 남는 이익은 10달러당 50-80%에 달한다.
항공사들이 기내에서 특이한 음료 판매를 점점 늘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버진 아메리카의 칵테일, 유나이티드 하와이 노선의 마이 타이 칵테일, 델타 항공의 석류 마티니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국내선들이 무료 기내식 제공을 중단한 것은 9.11 테러 이후 이윤이 대폭 깎인 것이 주된 이유이다. 경영난에 직면한 항공사들이 이윤 창출과 경비 절감 방안을 모색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이 기내식이었다.
콘티넨탈 측은 올 가을부터 기내식 판매를 시작함으로써 연간 3,500만달러의 추가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무료 기내식을 없앰으로써 얻는 경비절감의 효과이다.
항공사들이 쓰고 있는 휴대용 판매기, 게스트로직스는 여러모로 기내식 판매를 편리하게 하고 있다. 승객들이 크레딧카드로 결재해 음식과 음료를 구매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항공사 측은 품목별 판매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고객들은 잔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며 여행경비 영수증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게스트로직스의 테크놀로지 덕분에 항공사들은 메뉴를 좀 더 발전시켜 샌드위치나 샐러드와 음료, 간식 등을 합친 콤비네이션 메뉴를 제공할 수도 있다. 에어 캐나다는 이미 시행 중이다. 더 나아가면 항공사들이 기내에서 쓸 수 있는 할인 쿠폰을 발급할 수도 있고, 비행이 계속되면서 안 팔린 음식들을 할인 판매할 수도 있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항공사들이 기내식을 다양하게 바꾼다고 해서 탑승객들의 태도가 바뀌겠느냐 하는 점이다.
워싱턴의 변호사인 리처드 웡은 절대로 기내 음식은 사지 않는다고 말한다. 도무지 먹음직스럽지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보다는 공항 내 패스트푸드점 음식이 더 끌린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샌프란시스코의 시장 조사전문가인 랍 볼프는 유나이티드 항공의 엘리트급 마일리지 회원으로 기내 음식 애호가이다. 유나이티드 항공기내에서 파는 요거트 파르패나 여러 가지가 오밀조밀 담긴 간식상자를 특히 좋아한다고 한다. 그는 유나이티드의 레드 카펫 라운지에서도 파르패, 그리고 모차렐라와 토마토 샌드위치를 구매했다.
그는 기내 음식에 대해 대단히 긍정적이다. “하늘에서의 피크닉 같다. 가방을 여럿 들고 비행기를 타면서 하나라도 짐을 덜고 하나라도 신경을 덜 쓸 수 있다면 좋은 게 아니냐”고 그는 말한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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