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카운티 검시국(Department of Coroner)은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기관이다. 카운티 전역에서 발생한 살인, 자살, 사고사, 자연사(병사) 등 갑작스런 죽음으로 유명을 달리한 망자(亡者)들이 사인 규명을 위해 사체 부검을 기다리는 곳이 바로 여기다. 본보는 지난 7일 이름만 들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망자들의 집합소인 검시국을 방문해 주 7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검시국의 업무 성격과 시신 처리과정 등을 살펴봤다.
하루 15~25구 접수… 자연사·사고사·살인·자살 순
지문 통해 대부분 신원 확인, X-레이·DNA 검사도
■자연사가 가장 많아
지난 7일 오후 2시께. 카운티-USC 메디칼 센터 근처에 있는 카운티 검시국에 도착해 검시국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크레이그 하비 오퍼레이션 담당국장을 만났다. 올해로 23년째 검시국에 근무하고 있는 하비 국장은 자주 한인언론사 사건담당 기자들과 전화통화를 하며 한인 사망사건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하비 국장은 “검시국은 사회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지만 필수불가결한 기관”이라며 “사망자 신원확인과 사체부검을 통한 사인규명, 유족에 시신인도 등이 주 업무”라고 소개했다.
하비 국장이 가장 먼저 안내한 곳은 법의학·과학센터 지하실에 있는 ‘컨트롤 룸’. 검시국에 도착한 시신을 가장 먼저 접수하는 장소라고 한다. 이곳을 둘러보는 도중 시신 한 구가 컨트롤 룸에 도착했다.
병사한 흑인 남성의 시체로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아 로컬 장의사에서 방부 처리된 후 부검을 위해 검시국이 인수한 것이다. 시신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섬뜩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속이 울렁거렸다. 하비 국장은 “오늘 자정 이후로 들어온 시신은 10구”라며 “하루 평균 50여건의 사망사건이 보고되는데 실제로 부검을 위해 접수하는 시신은 15~25구 정도”라고 말했다.
간단한 서류절차를 마친 뒤 시신 운반원인 페드로 가얀이 시신을 사진 촬영실로 옮겼다. 운반원들은 매일 2~3곳의 사건발생 장소에서 시신을 수거해 검시국에 갖고 들어온다. 끔찍한 살인사건 현장을 자주 목격하는 관계로 일을 제대로 하려면 강심장이 필요하다고 하비 국장은 귀띔했다. 가얀은 “2년 넘게 시신 운반을 하면서 처참한 광경을 많이 보아왔다”며 “시신을 다루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살인사건 현장에서 울부짖는 피해자 가족들을 볼 때 가장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 다음 들여다본 곳은 사체부검실(Autopsy Room). 해부가 진행 중이거나 끝난 시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룸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특유의 퀴퀴한 냄새는 그대로 남아 있어 수시로 시체가 들락거리는 장소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부검 중 피부를 절단하거나 시체에서 들어낸 장기를 해부하는데 쓰이는 메스, 가위, 스포이트 등 각종 수술용 도구들이 싱크 위에 널려져 있었고 선반 위에는 추가검사를 위해 잘라낸 조직 일부를 보관하는 미니박스, 시험관, 유리병이 즐비했다.
하비 국장은 “보통 사체부검은 오전 7시부터 시작해 오후 2시 전에 모두 끝난다”며 “부검의 한 명 당 하루 2~3구의 시신을 부검한다”고 전했다. 지문채취실, 사진·X-레이 촬영실 등 기타 시설을 둘러본 뒤 마지막으로 시체보관실 문을 열었다. 얼굴을 비롯한 신체 일부만 커버로 덮인 시신과 신체부위가 노출되지 않도록 전신이 포장된 시신이 뒤섞인 무시무시한 장면이었다.
시신들은 부검절차를 기다리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7일 현재 검시국의 시신 수용력은 총 300구로 기자가 방문한 날 250구의 시신이 보관중인 상태였다.
보관실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순간 다시 생명을 얻고 싶다는 망자들의 피맺힌 절규가 들려오는 듯 했다.
■검시국은 어떤 기관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르면 검시국은 ▲폭력에 의한 죽음 ▲갑작스런 죽음 ▲미심쩍은 죽음 ▲20일 이상 의사의 진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의 죽음 등에 대한 정확한 사인을 규명해야 한다.
살인, 자살, 사고사(교통사고, 감전사, 낙상, 익사 등), 일부 자연사(병사) 등이 이에 해당된다. 사망자 신원 확인과 유족을 찾아내 사망사실을 통보하는 것도 검시국의 책임이다. 자연사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사고사, 살인, 자살 순이다.
■현장에서 검시국 도착까지
경찰로부터 사망사건이 접수되면 검시국은 곧바로 조사관과 운반요원을 현장에 급파한다. 조사관은 경찰과 함께 현장에서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며 이 과정에서 각종 증거물과 사망자 소지품을 수집한다.
시신이 검시국에 도착하면 법의학·과학센터 지하의 컨트롤 룸에서 간단한 서류작성 절차를 거친 뒤 신장과 체중을 잰다. 이후 지문채취, 디지털 사진 및 X-레이 촬영이 이루어지며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사체부검이 시작된다.
■사망자 신원확인 방법은
보통 신원확인은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인 손가락 지문채취를 통해 이루어진다. 지문채취가 이루어지면 연방 법무부, 로컬 치안기관과의 전산망 공유를 통해 시신이 검시국에 도착한 후 수분 내로 가능하다. 이 방식이 여의치 않을 경우 치아검사 방식이 동원되며 그래도 신원파악이 안되면 신체 X-레이 촬영, DNA 샘플(손톱, 치아. 뼈) 추출 등 첨단기법을 사용한다. 필요할 경우 추출된 DNA는 연방 법무부로 송부돼 매칭 여부를 확인한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두개골 분석을 통해 법의학 미술전문가(forensic artist)가 사망자의 생전 얼굴을 그려내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가족을 찾지 못한 시신은
가족 등 연고자는 200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부검이 끝난 시신을 검시국으로부터 인수할 수 있다. 보통 가족이 지정한 장의사가 시신을 인계받아 장례준비에 들어가며 수수료도 장의사가 대신 걷는다. 만약 연고자 소재 파악이 안될 경우 검시국이 30일간 시신을 보관한 뒤 카운티 정부와 계약을 맺은 화장터(crematory)로 보내 화장한다.
이후 유해는 카운티 정부 소유의 묘지에서 3~4년간 보관되며 이 기간 가족이 나타날 경우 400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유해를 인수하면 된다.
■사체부검 절차는
사체부검은 사망원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서나, 의학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이다.
시신 1구를 부검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일단 ▶부검의가 시체의 외형을 검사하고 ▶양 어깨에서 배까지 Y자 절개를 통해 내장을 꺼내 검사하고 ▶두개골을 절단, 뇌를 적출해 검사하고 ▶장기의 무게를 측정하고 ▶현미경 정밀분석을 위해 장기 일부분을 절단해 보관하고 ▶장기들을 다시 원위치 시키고 봉합하는 것으로 절차는 마무리된다.
부검을 마친 시신들은 가족에 인계될 때까지 보관된다. 부검에는 4가지 등급이 있다.
●A부검 - 경찰, 가족 등 참관인 입회하에 실시되는 정밀부검. 경관관련 총격 사망사건(OIS), 의심스러운 아동의 죽음, 재소자의 갑작스런 사망 등 논란여지가 많은 사건들이 해당된다.
●B부검 - 참관인 없이 진행되며 절차는 A부검과 동일하다. 사고사, 자살 등이 대상이다
●C부검 - 신체 특정부위만 부검한다. 머리 또는 가슴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사건 등 사인이 명확한 케이스가 대상이다.
●D부검 - 시신 외형에 대한 육안 관측을 말한다. 일부 교통사고, 자연사, 목매 자살한 사건 등이 해당된다.
<구성훈 기자>
크레이그 하비 검시국 오퍼레이션 담당 국장이 법의학·과학센터 건물 지하의 시체보관실 앞에서 사체부검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7일 검시국에 들어온 한 사망자 이름표. 이날 자정 이후로 10구의 시신이 접수됐다. <박상혁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