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의료 혁명이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혁명은 오바마의 의료 개혁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러나 이는 의료 개혁이 성공하느냐를 좌우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의료 서비스는 소규모 비즈니스였다. 대다수 의사들은 작은 개인 사무소에서 환자를 봤다. 사무소가 자기 집에 붙어 있는 경우도 흔했다. 그러나 의대에 다니면서 진 빚에 쪼들리고 일정 시간 근무를 원하는 젊은 의사들은 개인 비즈니스를 접고 있다. 그 대신 그들은 병원에서 월급쟁이로 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이 든 의사들도 점점 더 개인 업무를 포기하고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병원비는 더 들고 젊은 파트너 구하기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경비 증가로 대형 병원과의 경쟁에서 밀려
의료 질 개선 효과 있지만 환자와의 관계 소원해져
2005년까지만 해도 의사의 2/3 이상은 개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다. 이 비율은 상당 기간 변함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3년 사이 절반 이하로 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이는 절반의 축복이다. 병원이 커지면 환자는 조직적으로 좀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의사와 환자 사이의 친밀한 관계는 사라지게 된다.
병원 규모가 커지면 능률도 오른다는 설과는 달리 이것이 개인 의료 보험비 증가의 주원인이란 증거가 나오고 있다. 의료 시장의 독점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병원 규모가 커지면 보험사들은 수가를 놓고 협상을 벌일 여지가 별로 없다. 이번에 통과된 의료 개혁법은 이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이 법은 개인 비즈니스를 하는 의사 수를 줄이고 대형 병원을 가속적으로 늘릴 소지가 있다.
소규모 개인 병원이 몰려나는 것은 의료 과실에 대한 우려와 정부의 지급 방식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전자 의료 기록에 있다. 이 컴퓨터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는 많은 돈이 들고 시간도 더 걸린다. 이로 인해 환자가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 효율성 등 득을 보려면 병원 규모가 커야 한다. 작년 연방 의회가 통과시킨 경기 부양책에는 전자 기록 활성화를 위해 200억달러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나이 든 의사의 경우 이런 변화는 적응하기 쉽지 않다. 그들은 젊은 의사들이 쉽게 월급쟁이가 되는 것에 놀라고 있다. 인디애나 주 의료협회의 재단 이사장인 고든 휴즈는 “내가 젊었을 때 24시간 대기하고 밤을 새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다”며 “요즘 젊은이들은 오래 대기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개인 비즈니스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호사스런 생활과 높은 봉급을 원한다.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러 전문 분야 의사들이 한데 모이면 환자들은 조직적이고 질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환자 기록이 의사끼리, 혹은 병원에 정확히 전달되기 때문에 기록 실수로 인해 치명적인 피해를 받는 경우가 줄어든다. 미국에서는 매년 의료 실수로 10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의료계의 전통이었던 환자와 의사의 친밀한 관계는 개인 병원의 감소와 함께 사라지고 있다. 개인 병원에 가는 환자는 같은 의사를 계속 보게 되지만 대형 병원은 그렇지 않다.
이런 변화는 공공 의료와 개인 의료 서비스 간의 충돌을 불러일으킨다.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의 경우 정부가 병원비를 결정한다. 대형 병원의 경우 병원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월급을 받는 의사들은 개인 병원보다 가급적 적게 수술이나 테스트를 하려 한다.
그러나 개인 보험회사와의 관계에서는 대형 병원이 수가 책정에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의료 질은 높아지는 반면 보험료가 비싸 중산층은 이에 가입할 여력이 없게 된다.
정치적인 결과도 있다. 의사들이 고용주에서 직원으로 바뀌면서 정치색도 좌파 쪽으로 흐른다. 이것이 오랫동안 의료 개혁에 반대하던 미 의료협회가 미온적이나마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 개혁을 지지한 이유의 하나다.
메인 의료협회의 부회장인 고든 스미스는 이 협회가 상공회의소에서 노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인디애나 포트 웨인의 마이클 미로는 이런 변화로 혼란에 빠진 사람의 하나다. 지금 61세인 심장 전문의인 그는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2명의 의사와 개인 병원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점점 의사 수가 늘어나 작년에는 의사 수가 88명에 이르렀다. 그의 병원은 인디애나 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개인 병원의 하나였다.
그러나 작년 12월 그와 파트너는 병원을 길 건너에 있는 파크뷰 헬스라는 주 전역에 병원을 갖고 있는 대형 체인에 팔았다. 미로는 “보험사와 연락하고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을 채용해야 했다”며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보험료가 오르고 커버리지가 줄어들면서 환자들은 점점 더 많은 돈을 자기 호주머니에서 내야 했다. 경기가 나빠지자 많은 사람들은 아예 돈 내는 것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그는 “작년 돈을 걷을 수 없는 형편인 환자가 전체의 30%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와 파트너들은 병원 매각을 여러 해 동안 생각해 왔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팔게 된 것은 작년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가 수가를 27~40%나 깎기로 했기 때문이다. 메디케어는 이렇게 해 절약한 돈을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1차 진료 의사에게 쓸 계획이다.
이런 결정이 내리자 전국의 심장과 의사들은 대형 병원에 개인 비즈니스를 팔기 시작했다. 미 심장의사 협회의 총수인 잭 르윈은 작년 한 해 동안 개인 프랙티스를 하는 심장과 의사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추산했다. 그는 “나머지 절반도 그런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이는 의료개혁법 통과와 관계없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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