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곗줄 옮기기 무척 힘드네.."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 부대에서는 올해 초 대규모의 ‘시곗줄’ 옮기기 작전이 시작됐다. 미군들 사이에서 속어로 통용되는 ‘상자 속의 시곗줄’은 이라크에서 철수해 아프가니스탄 전진기지로 가야하는 컨테이너 80개 분량의 온갖 군수물자를 일컫는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미군이 이라크의 군수물자를 빼내 아프가니스탄에 보내기 위한 대규모 병참작전을 시작했지만 엄청난 물량에다 두 지역 모두 전쟁중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이송을 마친 군수물자에는 텐트와 샤워시설을 비롯해 군 전진기지를 설치하는데 소요되는 온갖 건축자재들까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는 전진기지에 소요되는 물자일 뿐 앞으로 아프간으로 건너가야 하는 물자는 훨씬 많다.
군 관계자들은 이라크 파병군의 물자는 탱크에서부터 커피메이커에 이르기까지 총 310만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3분의 2는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이중 절반은 아프가니스탄으로 건너가야 한다.
이라크에서 아프간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최근 새로 개발된 루트도 이라크 북쪽의 터키를 지나 그루지야에서 다시 동남쪽으로 방향을 튼 뒤 아제르바이잔을 거쳐야 한다. 이어 카스피해를 배로 건넌 뒤 카자흐스탄에 상륙하면 다시 남쪽으로 바꿔 우즈베키스탄 지역을 옛 소련의 철로를 이용해 통과해 아프간 북쪽으로 건너가는 코스다.
자그마치 7개국을 거쳐 2천300마일에 달하는 먼 길로, 전진기지물자 운송 트럭의 경우 두달 반이 걸렸다.
미군 사령관들은 이번 병참 작전이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부대 이동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렇게 많은 사람과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장비와 무기, 주택, 연료, 식량 등을 오는 8월말의 마감시한까지 옮겨야 하는 것은 특히 양쪽 지역이 모두 전쟁중인 상태에서는 매우 심각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일부 관리들은 이를 ‘3월의 미친 짓’이라고 혹평하면서 좁은 파이프에 농구공을 쑤셔넣으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한다.
특히 파키스탄과 이프가니스탄을 연결하는 카이버 패스 지역의 경우 통과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탈레반이 이 지역의 다리 한 개를 날려버려 호송단의 발이 묶이는 등 미군 장비의 호송은 지역 반군의 공격을 받는 경우가 많아 요즘 수송트럭들은 본토의 미군 기지에서 감시하는 위성장치를 달고 운행한다.
항공운송의 주요 근거지인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 공군기지 역시 복잡하기 이를데 없다.
병사들은 침대를 구하지 못해 복도 옆의 텐트에서 새우잠을 자야 하는 형편이고 수송기와 폭격기, 전투기, 헬기와 무인항공기에 이르기까지 이착륙이 밀려 있어 공중대기까지 하는 실정이다.
무기나 장갑트럭,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같은 주요 장비들은 그래도 공격을 피하기 위해 공수를 하지만 그나마 나머지 물자들은 육로와 해로를 통해 옮겨야 한다.
미 3군 사령관인 윌리엄 웹스터 중장은 "한니발이 엄청난 병참물자를 지고 알프스를 넘었다고 하지만 우리가 지금 운송해야 하는 물자에 대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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