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잃고 새로운 도전 ‘우연한 사업가’들
실업률이 아직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 일자리 유지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은 원하던 원치 않던 생계유지를 위해 비즈니스를 알아봐야겠다고 마음을 다지고 있다. 실제적으로 일자리를 잃고 사업의 세계에 뛰어든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한번도 사업체 운영을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우연한 사업가’로 불린다. 지난 1~2년 동안 경기침체를 견디기 위해 감량 경영에 나선 기업들은 직원들을 대거 해고했다. 덕분에 전국에서 ‘우연한 사업가’들이 부쩍 늘었다. 이들이 사업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큰 원인은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찾는다 해도 전 직장에서 받았던 봉급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새롭게 사업의 세계에 도전하고 있는 일부 전 직장인들은 하는 일을 홍보하고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면서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에 대해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지만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로움과 성취감을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연한 사업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창업 초기 시간·경제적 여유 부족해도
3년 정도 지나면 성취감 등 만족 커져
20대 후반의 앤디 오웬은 자신이 사업체를 운영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미시간주 각급 학교를 위한 영상물 제작을 전문으로 했던 그의 사정은 수십년 만에 경기침체가 가장 심했던 2008년 6월 일자리를 잃으면서 바뀌었다.
오웬이 부인과 함께 자녀를 키우며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봉급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대학교 동창은 어느 날 오웬에게 컴퓨터와 비디오 장비를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오웬은 그 장비를 이용, 기업 홍보물을 제작했으며 이 일을 계기로 결혼식을 비디오로 촬영하는 것을 본업으로 삼게 됐다. 그는 요즘 주중에는 1세 된 딸을 돌보고 있으며 주말에는 결혼식 촬영에 나서는 것으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연방 노동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전국에서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주민은 전년대비 2.5% 증가한 914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노동인구의 6% 해당하는 수치지만 불경기가 시작됐던 2007년 12월에 비해 다소 줄어든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감소는 “불경기가 진행되면서 신규 사업체 개업보다 폐업한 사업체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같은 흐름은 경기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면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불경기는 기회
로저 오초아는 사업체를 차리기 전 2개의 일을 하면서 일주일에 최고 70시간씩 일을 했다. 그는 지난해 3월 교재 출판업체 편집장 자리를 잃었다. 그가 출판업체에서 2년 이상 근무하는 동안 경제와 관련된 교재를 편집했다는 것은 아이로니컬한 일. 오초아는 출판업체를 그만둔 지 2개월 후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신문사 편집장 자리도 떠나야 했다. 뉴저지 레지우드에서 살고 있는 오초아는 일자리를 찾는 동안 단조로운 사무실 생활에서 벗어나면 삶이 더욱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고 했다.
그는 “불경기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최근 뉴저지주 한 지역에 학원을 차린 그는 “부인에게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었다는 것을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귀띔하는 한편 “과감하게 학원을 차릴 수 있었던 것은 부인이 교사로 근무, 건강 보험을 제공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재정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사업체를 차리는데 따른 위험성은 상존하기 마련이다. 오초아는 학원을 내면서 학원 운영에 필요한 가구를 구입하는 등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고 학생들을 가르칠 강사를 고용했다.
◆실직에 의한 도전
전국 독립 비즈니스연맹의 수석 경제학자 빌 던켈버그는 “놀랍게도 사업 성공의 확률은 창업자가 사업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결심한 것과 거의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 동안 수천명의 업주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연구를 실시했다. 그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업이 세계에 진출한 전 직장인들은 대개 3년이 지나야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절반은 사업체 운영이 머릿속에 그렸던 것처럼 수지가 맞지는 않았다고 응답했다.
던켈버그는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대다수 ‘우연한 사업가’들은 사업체 운영에 몰두할 것이나 일부는 그래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백번 낫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웬은 수입이 예전만 못하고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것이 불편하지만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낮잠도 즐기게 됐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됐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에 흡족하고 있다.
◆자신감은 필수
마이클 피셔는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부동산관리와 관련된 업체 ‘에스테이트 서비스 그룹’을 차렸다. 그는 “새로운 일에 흥미를 느끼고 있지만 사라지지 않는 스트레스 때문에 일이 너무 힘들다”고 고백했다. 피셔가 2년 사업체를 차리게 된 것은 잃어버린 것과 유사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업주가 된다는 것은 종이 구입에서 전화시스템 선택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혼자 결정해야 하는 등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을 번성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한 스트레스라며 특히 요즘은 경기가 썩 좋지 않기 때문에 회사를 활발하게 움직이는 일이 한층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주중 혹은 주말을 가릴 것 없이 밤낮으로 일을 하는 바람에 그의 라이프스타일이 예전과 천양지차다. 그는 고급차 포쉐와 머세데스 벤츠를 혼다 시빅으로 바꾸었고 모터사이클을 처분했다. 휴가를 반납했고 가족을 대동하고 외식을 즐긴지도 오래됐다.
하지만 피셔는 자신이 사업체 운영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하며 결국은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는 “멀지 않아 새 포쉐와 머세데스 벤츠를 구입하게 될 것이고 전망이 좋은 곳에 주택을 마련하게 되는 꿈을 간진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불경기로 직장을 잃고 사업체를 차리게 된 ‘우연한 사업가’들은 새로운 세계에서 성공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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