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건강보험 개혁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다뤄지고 있는 가운데 한인 의사가 의료비 할인 프로그램과 시한부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병원 건립을 주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조지아주 애틀랜타 한인타운에 있는 이건주 소망병원 원장(54). 이원장은 1980년 캐나다에서 역이민하는 아버지를 따라 한국으로 건너와 연대 의대를 졸업하고 캐나다 토론토대, 미 예일대에서 내과 레지던트를 마친 후 94년 보건소장을 시작으로 조지아주에 정착한 특이한 케이스.
지난 2005년부터 내과, 암내과 등 13개 진료과목의 종합병원을 운영중인 이 원장은 `무보험 환자에게 희망을’이란 병원 설립 취지에 따라 작년말부터 회원제 의료비 할인 프로그램을 도입해 시행중이다.
`뉴 호프 케어’란 이 프로그램은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60달러만 내면 회원들이 1년에 네차례 각종 건강검진을 받을수 있고, 각종 진료비의30-50% 할인 등 다양한 의료혜택을 주는 제도. 프로그램 시행후 100일만에 회원이 700명을 넘을 정도로 저소득층 또는 의료보험이 없는 한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으며 연말까지 회원 1만명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원장은 11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월 1천달러 이상 들어가는 의료보험료 때문에 병원을 자주 못가는 저소득층 한인들을 위한 제도라면서 작년말 건강검진을 통해 일부 뇌졸중 환자가 발견돼 치료를 받도록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의료비 할인 프로그램과 함께 이 원장이 역점을 두는 의료 프로젝트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들이 편안한 임종을 맞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 병원 건립사업. 미국에서는 의사로부터 6개월 정도의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사람은 노인용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저소득층.장애인용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를 통해 병원 이용비 전액(하루 640달러)을 지원받지만 대부분 방문환자 중심이고 입원환자를 받을수 있는 호스피스 병원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이 원장은 2005년부터 한인과 미국인 의사들을 중심으로 `닥터스 호스피스 조지아’(Doctor’s Hospice of Georgia.DHG)라는 자원봉사 단체 및 회사를 만들어 조지아주내 시골 지역 등 낙후지역에 호스피스 병원 설립을 추진중이다.
이 원장은 조지아주 159개 카운티마다 1개씩의 호스피스 병동을 건립한다는 목표 아래 1월말 현재 리버데일, 카터스빌 등 13곳에 병상 12개를 갖춘 병원을 완공해 현재 5곳을 운영중이며, 8곳은 주정부의 최종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주정부 측도 말기환자들이 존엄하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한다는 윤리적 차원 외에 호스피스 병원이 막대한 의료보험 적자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연방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말기성 환자나 노인층이 응급실을 사용할 경우 부가되는 의료비는 1인당 하룻밤 6천~7천달러인데 반해, 호스피스 이용시는 하루 640달러에 불과하다. 메디케이드 지출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보완책인 만큼 재정난에 시달리는 연방.주정부가 호스피스를 적극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
호스피스병원 건립사업은 특히 미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에 의해 투자이민(EB-5)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아 탄력을 받고 있다. 인구 2만명 이하의 전원지역(Rural Area)이나 실업률이 150% 이상인 지역(TEA) 등 소위 낙후지역에 50만달러를 투자해 10명이상의 고용을 창출하면 영주권을 받을수 있는 제도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작년말 현재 미국에서 총 74개의 EB-5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가운데 조지아주의 호스피스 병원 사업은 한인이 직접 EB-5사업의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몇안되는 프로그램중 하나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조지아주내 159개 카운티중 EB-5로 투자할 수 있는 지역은 모두 47곳으로 DHG는 현재 1개 호스피스 병동 건립에 필요한 자금 350만달러를 6명의 투자자로부터 각각 50만달러 그리고 DHG가 50만달러를 출자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추진중이다. 현재 완공돼 가동에 들어간 카터스빌, 코델, 호킨스빌 등 3곳의 호스피스 병원에는 이 원장의 친구와 동료 의사 등 9명의 한국인들이 투자했다.
이 원장은 호스피스 병동은 메디케어 등 연방정부 의료보험에 의해 운영되는 만큼 안정적 수입원이 확보될 수 있고, 투자자금의 안정적 회수 가능성도 다른 투자이민 프로젝트들에 비해 높다면서 또 간호사, 상담원 등이 상주해야 하는 만큼 영주권을 따는데 선결조건인 10명 이상의 고용창출도 용이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구정 연휴가 끝나는대로 2월말 서울과 원주를 방문, 의사 및 한의사 등을 상대로 호스피스 병원에 대한 투자이민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병원 측은 또 자녀들을 미국에 조기유학시켜 막대한 유학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학부모들에 대해 투자이민을 통한 학비절감도 기대하고 있다.
이 원장은 또 한의학의 핵심인 침과 뜸이 말기 환자들에게는 고통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크다고 보고 주내 호스피스 병원에 한국의 한의사들을 배치해 한의학을 미국에 보급하는 방안도 중장기 과제로 추진중이다. 말기환자들에게 몰핀을 지속적으로 투여해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임종을 맞게하기 보다는 침뜸을 통해 고통을 완화시켜주고 정신이 말짱한 상태에서 가족들과 작별하도록 돕는게 더 인간적이란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막걸리를 즐겨 마시는 소탈한 성격의 이 원장은 미국 시골의 호스피스 병원에 대한 투자를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한국의 전통의술을 미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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