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은 데빗 카드로 물건을 사며 코드를 누를 것인가 사인을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이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상점 입장에서 보면 수십억 달러가 걸린 문제다. 사인을 하면 상점은 은행에 100달러 당 75센트의 수수료를 줘야 한다. 이는 코드를 누를 때의 2배가 넘는 액수다.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코스코는 사인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월마트와 홈 디포는 코드 누르기를 권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미국에서는 사인이 전체 거래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코드를 사용하는 것이 사기 당할 염려도 적은데도 말이다. 이렇게 된 것은 크레딧과 데빗 카드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비자가 수 십 년 전 개발한 전략 때문이다. 이는 비자와 은행들에게는 득이지만 상인들과 소비자들에게는 손해다.
편리함·안전함 내세우며 소비자 파고들어
높은 수수료 불만이지만 매출 증가 효과
경쟁은 보통 가격을 낮추지만 비자와 매스터카드 같은 지불 네트웍의 경우 카드 시장에서의 경쟁은 이를 사용하는 고객보다 이를 발행하는 은행들을 상대로 이뤄진다. 비자와 매스터카드는 상인들이 은행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를 결정한다. 수수료가 높으면 높을수록 은행 수익은 올라가지만 상인 부담은 늘어나며 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게 된다.
이를 이용해 비자는 은행들로 하여금 사인하는 데빗 카드를 더 발행하게 해 수수료를 더 받게 해주고 비자카드를 더 발행하도록 했다. 처음 매스터카드 같은 경쟁사는 코드 데빗 카드를 권장했었다.
소비자들의 데빗 카드 사용이 늘어나면서 비자는 코드 데빗 카드에도 주의를 돌려 그 시장 점유율도 높였다. 비자는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이를 높여 은행들을 즐겁게 함으로써 이를 이룩했다.
매스터카드도 결국 이를 본 따 수수료를 높였으며 어떨 때는 잃어버린 은행 고객을 되찾기 위해 비자보다 높이 책정하기도 했다. 비자와 힘겹게 경쟁하고 있는 코드 데빗 카드 회사인 스타 시스템의 전 최고 책임자인 로널드 코제미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정말 왜곡된 경쟁”이라며 “가격을 올려서 경쟁을 하고 있는데 이런 일은 다른 어떤 분야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자는 2003년 20억 달러 배상 합의를 비롯 반독점법 등과 관련 10년이 넘는 소송을 겪으면서도 데빗 카드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현재 비자의 사인 데빗 카드 시장 점유율은 73%, 코드 데빗 카드 시장 점유율은 42%로 역시 1위인 것으로 닐슨 보고서 조사 결과 나와 있다.
일부에서는 비자가 시장 독과점을 악용, 상인들에게 높은 수수료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상인들은 비자를 받지 않을 경우 매출이 떨어지기 때문에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전국 소매협회의 수석 부회장인 맬러리 던컨은 “달러는 더 이상 달러가 아니다”라며 “달러는 이제 99센트 가치밖에 없다. 비자가 모든 달러에서 돈을 Ep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자는 비판자들이 소비자들에게는 편리함을, 상인들에게는 매출 증대와 체크나 현찰을 다뤄야 하는 번거러움을 덜어준 결제 수단 변화에 대해 불평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카드를 받기 시작한 뉴욕 택시와 맥도널드의 매출은 늘어났다.
비자의 아메리카 지역 담당 사장인 윌리엄 시디는 “사람들이 균형감각을 잃고 있다”며 “데빗 카드가 보편화되면서 전에 비해 편리해진데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자 관계자들은 수수료가 내려가지 않고 있는 것은 5년이나 10년 전에 비해 데빗 카드의 가치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이를 받는 곳이 2배로 늘어났기 때문에 그 정도 수수료는 별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자 상품 담당 총책임자인 엘리자벳 뷰즈는 “수수료는 경비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가치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자의 시장 점유율에 관해서 비자측은 전체 거래량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직도 현찰 거래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비자는 가장 널리 알려진 브랜드지만 어떻게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지는 비밀에 싸여 있다.
비자는 크레딧이나 데빗 카드를 발행하지도 않으며 소비자들이 TV나 커피를 사기 위해 필요한 크레딧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은 2008년 주식 공개 전까지 비자를 소유했던 은행들이다.
그 대신 비자는 톨게이트 역할을 하는 전자 네트웍을 운영한다. 상인과 은행간의 거래를 처리해주고 매번 달러 당 5센트에서 6센트를 받는 것이다. 6월로 끝난 작년 회계연도에서 비자는 400억 건의 거래를 처리했다. 비자카드를 발행한 은행은 거래량에 따른 라이선스 요금을 따로 내야 한다. 비자와는 절반 규모인 매스터카드의 비즈니스 모델도 같다.
거래 분석가인 모세 카트리는 “여기저기서 페니씩 떼지만 거래 규모가 10억 건이 넘으면 엄청난 액수가 된다”고 말했다. 2012년까지 데빗 카드 거래 현찰 거래를 앞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가들은 군침을 흘리고 있다. 비자 주가는 최근 1년 내 최고인 88달러를 기록했다. 매스터카드는 지난 2006년 주식 상장 후 주가가 450%나 올라 현재 25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비자가 거두는 수수료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지만 일부 상인들은 이와는 별도로 액수도 많고 따로 걷는 인터체인지 요금에 분노하고 있다. 거래액의 1~3%에 달하는 이 요금은 은행이 비자카드를 발행하고 선전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징수된다.
은행은 이 요금을 주 수익원으로 삼고 각종 리워드 프로그램 비용도 여기서 충당한다. 이로 인한 수익은 데빗 카드 사용이 증가하며 2002년 200억 달러에서 최근 450억 달러로 늘었다.
상인들은 데빗 카드는 은행 구좌에서 직접 빠지기 때문에 크레딧 카드와 같은 손해 위험이 없다며 인터체인지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상인들은 이를 물어주는 대신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전국 소매연합은 이 요금 대문에 2008년 미국 가정은 연평균 427달러의 추가 부담을 졌다고 밝혔다.
거래당 비용은 적을지 몰라도 베스트바이 같은 곳에서는 매년 수 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이 회사 재정 담당 책임자인 디 오말리는 “크레딧 카드 회사에 지불하는 비용이 클수록 직원을 채용하고 물건 값을 깎아줄 수 있는 폭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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