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마다 미국인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으던 인기 프로그램, 심야 토크 쇼가 전성기를 넘기고 있다. TV 방송사와 케이블들이 저마다 비슷한 쇼를 만들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광고 단가도 떨어졌다. 한때 밤의 ‘황제’로 군림했던 몇몇 인기 토크 쇼 진행자들은 이제 여러 경쟁자들 중의 하나로 처지가 바뀌었다.
TV, 케이블 너도나도 유사 쇼 제작
경쟁 치열해지면서 광고 수익 줄어
‘밤의 황제’ 코미디언들 위세도 흔들
NBC의 투나잇 쇼 호스트로 제이 레노가 돌아온다. 레노를 환영할 겸 광고 시간을 산다면 광고비는 얼마나 될까? 아마 3만5,000달러 정도 될 것이다. 그게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몇 년 전 가격을 비교해봐야 한다. 몇 년 전에 같은 광고를 내려고 했다면 광고비는 5만 달러에 달했을 것이다.
인기 코미디언들이 ‘심야의 황제’ 로 군림하던 시대가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다. 심야 토크 쇼에 붙었던 30초짜리 광고비 역시 같이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불면증 환자로부터 올빼미들 까지 밤에 잠 못 들던 시청자들을 사로잡던 것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 여섯 개의 심야 토크쇼들이었다. 지금은 비슷한 쇼가 수십 개에 달한다. 안정적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던 이들 토크 쇼는 또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 덕분에 시청자들이 아무 때나 원하는 때 시청이 가능해지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10년 전에는 잘 먹히던 심야 토크쇼 포맷이 2010년 시청자들에게는 뭔가 잘 먹히지가 않는 것이다.
가장 큰 타격이 되는 것은 케이블이다. 존 스튜어트나 스티븐 콜버트 같은 호스트들이 진행하는 심야 토크쇼가 케이블에서 방영되면서 전통 TV 방송의 심야 쇼 시청자들이 슬슬 빠져나가고 있다.
NBC와 ABC, 그리고 CBS의 심야 토크쇼 시청자를 모두 합친 숫자는 5년 전에 비해 20%가 떨어졌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돈을 가장 잘 써서 광고주들이 특히 표적으로 삼는 그룹인 18세부터 49세까지 연령층의 시청자 수가 36%가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결국 광고주들도 슬슬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지난 2007년, 레노, 코난 오브라이언, 데이빗 레터먼 등 심야 TV 토크쇼 군단이 끌어 모은 광고 물량은 총 7억2,000만 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2009년 9월까지의 광고 총액은 5억 달러로 2년 전에 비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광고 수익 감소가 좋지 않은 경제 탓인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미디어 세계의 풍경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 주된 원인이다.
24시간 뉴스가 그치지 않고, 유명인사들 신변이야기를 시시콜콜 전하는 TMZ 같은 웹사이트들이 있는데다 E! 같은 케이블 채널들이 차고 넘치는 환경에서 시청자들이 굳이 심야 토크쇼를 찾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뭔가 뉴스거리가 있다 하면 미디어 공장에서 하루 종일 찧고 까부는 세상이니 어느 코미디언의 독백이나 말장난, 혹은 어느 영화배우와의 인터뷰를 보느라 밤중까지 시청자들이 기다릴 필요가 없다.
비즈니스로 볼 때, 심야 토크쇼는 제작 경비는 다락같이 올라가고 시청자는 뿔뿔이 흩어지는 형국이다. 그래서 수익을 내자면 경비를 줄여야 하는 것이 5년 전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NBC 엔터테인먼트의 마크 그래보프 회장은 말한다.
NBC가 제이 레노를 다시 프라임타임으로 불러들이면서 말하는 논점이 있다. 레노 쇼를 방영하면 드라마 방영 때보다 시청자는 줄겠지만 제작비가 덜 드니 수익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심야 토크쇼 프로듀서, 작가, 무대담당 등 제작진과 쇼 진행자의 몸값이 싼 것은 결코 아니다. 우선 쇼 하나 제작하자면 고용인원이 엄청나다. 오브라이언의 ‘투나잇 쇼’는 190명을 고용했다.
몸값이 가장 비싼 것은 물론 쇼 진행자들. 레터먼과 레노 같은 거물급의 연봉은 3,000만달러가 넘는다고 그 분야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 보다 등급이 낮은 오브라이언의 연봉은 1,200만달러, ABC의 지미 킴멜은 800만 - 1,000만 달러 선.
CBS의 ‘데이빗 레터먼과의 레이트 쇼’나 NBC의 ‘투나잇 쇼’ 제작비는 주당 150만달러에서 250만달러 선이다. 연봉 30만달러 정도인 프로듀서, 연륜에 따라 주당 3,500달러에서 1만 달러 받는 작가들의 인건비가 여기에 포함된다. 유명인사 누구를 초대할 지 정하는 탤런트 알선 담당에게도 주당 3,000-6,000달러가 나간다.
그런가 하면 이름 있는 토크쇼들은 또 자체 밴드를 가지고 있다. 그 밴드를 유지하는 비용만 해도 1년이면 100만 달러가 든다.
그리고 나면 초대 손님들의 항공비며 호텔비 등 잡다한 비용들이 있다. 이들 손님에게 차편을 제공하고, 무대에 나오기 전 기다리는 대기실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은 항상 비치해두는 것도 모두 돈이다.
그래서 오브라이언이 ‘투나잇 쇼’을 맡은 후 이번 시즌의 손실이 2,000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NBC 내부의 예측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오브라이언 측에서는 물론 반박을 하고 있다.
레노가 진행했을 때 ‘투나잇 쇼’는 연간 5,000만 달러의 이윤을 낸 것으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은 귀띔한다. CBS의 ‘데이빗 레터먼 레이트 쇼’ 역시 상당한 이윤을 내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심야 토크쇼의 이윤이 줄고 있고 그에 따라 방송사들도 지출의 고삐를 감아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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