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러데이 맞아 전국적인 무신론 광고 캠페인 돌입
대중교통·빌보드 이용 메시지 전파
“축제에 찬물 끼얹는 비열한 행위”
지난주부터 미국의 수도에서 운행되는 버스와 기차들 옆면에는 통상적이지 않은 할러데이 메시지가 나붙기 시작했다. “신이 없다고?… 아무 문제 없어요”(No god?… No Problem!)라는 문구가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채 환하게 웃는 사람들의 얼굴과 함께 붙어 있다. “선 자체를 위해 선하라”(Be good for goodness’ sake)라는 문구도 있다.
앞으로 몇 주간 270개의 이런 광고가 워싱턴 DC의 버스와 기차에 붙게 된다. 이 광고 캠페인은 전국 도시과 외국에 소재한 세속 단체들의 후원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에 비춰 보면 이런 무신론 광고 캠페인은 뜨거운 신학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 확실하다.
“우리는 다른 이들의 퍼레이드에 물을 뿌리려는 게 아니다. 우리 세속적인 사람들도 할러데이를 즐긴다. 우리는 단지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다가서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고 ‘미국 인본주의자협회’의 로이 스펙하트 사무총장은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신 없이도 선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무신론 이웃이 부도덕한 악인으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DC 문구와 비슷한 광고들이 뉴욕과 라스베가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LA, 시애틀, 그리고 아이다호 모스코우에 소재한 아이다호 대학 인근의 버스와 빌보드에 등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런던과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이탈리아의 제노아, 캐나다의 토론토, 몬트리얼, 캘거리 등에도 이런 무신론 광고가 붙어 있다고 스펙하트는 밝혔다.
지난해 세속 단체들에 의한 무신론 광고는 아주 강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가톨릭 연맹의 대표는 세속적인 인문주의 단체 관계자들은 히틀러와 연쇄살인범 제프리 다머 같은 인물에 비유하기도 했다.
‘산타클로스가 마을에 오시네’ 발행인은 이런 무신론 광고를 비난하고 나섰으며 신시내티에서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구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Don‘t believe in God? You’re not alone)라는 문구의 빌보드 광고가 빌보드 소유주에게 몇 차례 협박이 있자 철거된 일도 있었다. 아이다호 모스코우에서는 “수많은 인본주의자들은 하나님 없이도 선하다”(Good without God. Millions of humanists are)라는 내용의 광고판이 3주 사이에 두 번이나 파손된 후 철거됐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할러데이 시즌에 이런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궁극적으로 흥을 깨려는 것”이라고 보수적인 법률기관인 ‘리버티 카운슬’의 창립자이자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의 ‘리버티 법대’ 학장인 매튜 스타버는 비판했다. 그는 이것을 “분별력 없고 천박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 기관은 멤버들에게 경계를 게을리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광고에 따른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워싱턴에서 광고가 나붙은 후 종교기관들도 독자적인 광고 캠페인을 벌였다. 한 광고는 하나님의 손가락이 아담에 닿고 있는 시스틴 성당의 천정화 이미지와 함께 “왜 믿느냐고? 내가 선을 위해 너를 창조했고 사랑하기 때문-하나님”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워싱턴 DC 교통 관계자들은 올해는 아직 종교기관들로부터 광고에 관한 문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무신론 광고는 지역에 따라 톤이 약간 다르다. 시애틀의 올 광고는 “수많은 사람들은 하나님 없이도 선하다”이며 지난주부터 나붙기 시작한 라스베가스 광고는 ‘시즌스’를 이성을 뜻하는 ‘리즌스’로 바꾼 ‘리즌스 그리팅스’(Reasons Greetings)와 “그래요, 버지니아… 하나님은 없습니다”(Yes, Virginia… there is no God)이다. 라스베가스 광고를 후원하고 있는 한 세속 단체는 지난해 “종교는 단지 신화와 미신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강퍅하게 하고 노예로 만든다”는 내용의 광고를 했다가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이런 무신론 캠페인은 신앙이 없는 사람들의 점차 늘어가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다. 아무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지난 1990년 8%에서 2008년에는 15%로 늘어난 것으로 하트포드의 트리니티 칼리지 산하 ‘공공가치 프로그램’ 조사에서 나타났다.
한편 유럽의 무신론 광고 캠페인은 금년 초 런던에서 시작됐다. 런던에서는 올해 초 아마도 신은 없다. 이제 걱정을 멈추고 인생을 즐겨라라는 무신론 광고가 무려 200대의 시내버스 측면에 나붙어 독실한 종교인들을 경악케 했었다.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시내버스 광고가 등장한데 이어 독일의 무신론자들도 광고를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는 등 무신론 캠페인을 확산하고 있다. 독일 정부 통계에 따르면 독일인의 약 3분의1은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 또 2005년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는 22%만이 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응답했으며 자신이 무신론자, 또는 불가지론자라고 답변한 사람도 23%나 됐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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