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두 번째 커리어로 포도주 양조업을 시작하는 사업가들이 늘고 있다. 전직 은행가, MBA, 법조인, 반도체 전문가 등 다양한 직종 종사자들이 포도원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불경기에도 불구, 미 전국에서는 지난 2007년 4,700개였던 와이너리가 2008년 5,600개로 늘었다. 대부분 첫 직업에서 얻은 지식과 돈을 투자해 사업을 시작하지만 넘어야 할 도전이 만만치 않다.
제2의 커리어로 포도주 양조업 인기
전문직종서 돈 벌어 포도주 사업 시작
불경기 불구, 와이너리는 계속 늘어
10월의 어느 가을날 캐스린 홀과 크레이그 홀 부부는 자신들의 와이너리 발코니에 앉아 적포도주를 마시며 나파 밸리의 자연을 감상하고 있었다. 부인 캐스린은 전직 오스트리아 대사, 남편 크레이그는 사업가이자 부동산 개발업자이다.
크레이그는 지난 80년대 달라스에서 부동산과 투자업으로 상당한 돈을 번 사업가였다. 캐스린은 어린 시절 가족이 멘도시노 카운티에 포도원을 가지고 있어서 포도주 사업에 대해 좀 아는 게 있었지만 남편인 크레이그는 20년 전 서로 만났을 때만해도 카버네와 샤도네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다.
지금은 달라졌다. 홀 부부가 나파에서 처음 포도원을 사들인 것은 1995년이었다. 화재로 첫해 수확을 망치는 등 몇 번의 실패를 거친 후 그들은 2002년부터 4개의 포도원을 더 사들였다.
포도를 재배하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은 과거 농부들의 사업이었다. 그런데 근년 홀 부부와 같은 새로운 부류의 포도주 사업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MBA, 은행가, 건축가, 엔지니어 등 다른 분야 프로페셔널들이 포도주 사업에 뛰어들어 본래 전공을 백분 활용하며 사업을 전문화하고 있다.
포도주 사업이 제2의 직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 첫 직업에서 돈을 모아 그것을 자금으로 포도주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이다.
인생의 제2의 직업으로 포도주 사업을 시작하는 케이스는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뉴욕, 워싱턴, 오리건,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주의 경우 지난 3년간 58개 와이너리가 새로 문을 열었는데 이들 새 와이너리의 주인들은 사실상 모두 그동안 다른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다.
다양한 다른 분야에 있다가 직업을 바꾸었거나 포도주 사업을 추가로 하는 새로운 부류의 와이너리 주인들은 이전의 배경이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포도주 양조업은 농업, 화학, 디자인, 건설,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과거 재정 전문가나 마케팅 전문가를 고용할 수 있는 것은 대규모 포도주 양조장들뿐이었다. 직원이 몇 안되거나 주인이 모든 걸 다하는 소규모 양조장들은 주정부의 포도주·포도 위원회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재무나 비즈니스, 법 관련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포도주 양조업을 시작하면서 보다 세련된 사업 접근을 하고 있다.
제2의 경력으로 포도주 업계에 뛰어든 사람들은 또 자금력을 가지고 있어 혁신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실험들을 해볼 수가 있다. 예를 들어 홀 부부는 러더포드 와이너리를 만들면서 태양열 에너지 시스템을 설치했다.
물론 돈만 쏟아 붓는다고 포도주 사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분석가들에 의하면 포도주 사업은 위험 부담이 높은 사업이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특히 그렇다. 포도주 양조는 많은 도전을 넘어서야 하고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포도주 양조장은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계속 늘고 있다. 지난 2007년 미 전국에는 4,700개소의 와이너리가 있었지만 2008년 거의 5,600개소로 늘었다.
텍사스 오스틴 인근에 토레 디 피에트라 와이너리를 가진 켄과 제니스 맥스웰 부부는 마이크로 칩을 다루다가 포도 넝쿨을 돌보게 되었다. 알버커키의 인텔에서 동료로 만나 결혼한 이들은 1988년 오스틴으로 이주했다. 켄은 반도체 기업 중역으로 일했고 제니스는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일을 했다.
그러다 기업 조직 속에서 일하는 게 지겨워진 그들은 2000년부터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테크놀로지 분야 전문가들 답게 이들은 사업 계획을 비롯, 중요한 정보들을 데이터로 정리해 엑셀 프로그램에 집어넣었다. 3개월이 걸린 작업이었지만 이를 통해 모든 이슈들을 사전에 생각하며 대비할 수 있었다.
제니스는 재정과 시음장을 관리하고 켄은 포도주 양조와 마케팅을 담당한다. 경제가 어렵고 늦봄의 동해로 피해가 있기는 했지만 올해 그들은 첫 이윤을 낸다. 설비 투자에 돈이 엄청 들어가는 창업 단계를 마침내 넘어선 것이라고 제니스는 말한다.
노스캐롤라이나, 캐리의 차탐 힐 와이너리의 소유주인 마렉 워치에초우스키는 전자화학 박사로 매릴랜드 대학 교수, 바이오텍 분야 연구개발 디렉터로 일했다. 보건진료 분야 경력을 가진 그의 부인 질 윙클러와 그는 열렬한 포도주 애호가였다. 집에서 직접 포도주를 만들 정도였다.
그러다가 1999년 포도주 양조업을 시작했다. 바이오텍 업계 동료들이 투자에 동참, 창업 자본을 보탰다. 이들은 자체 포도원을 가지고 있지 않아 인근 포도원에서 포도를 사들여 각종 포도주들을 만들어 팔고 있다. 지난 2007년까지는 흑자였는데 그 후 경제가 내리막길을 타면서 올해는 수지가 엇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가 하면 뉴욕, 핑커 레이크 지역에 레드 테일 리지 와이너리를 소유한 마이크 슈넬은 중장비 건설업계에서 오래 재정 담당으로 일했고, 칼스테이트 새크라멘토에서 MBA를 했다. 부인 낸시 아이리랜은 유전학 박사로 캘리포니아 모데스토, 갈로에서 연구개발 담당으로 12년간 일하고 포도재배 담당 부사장이 되었다.
그러다가 이들 부부 역시 자신들의 와이너리를 갖고 싶어졌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 전국을 돌아본 이들은 세네카 레이크 인근에서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 주로 피노 놔르와 샤도네, 그리고 리즈링을 재배하고 있다. 건설 분야에서의 경험을 활용, 포도나무를 적당한 간격으로 재배하고, 혁신적 배수 시스템을 만드는 등의 노력으로 2008년 빈티지로 5,000상자를 수확했다.
<뉴욕타임스 -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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