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크리스마스 아일랜드’ 의 보트피플 센터
‘제2의 관타나모’불명예·인권침해 비난 고조
인도양의 아주 작은 섬 정글 깊숙이 호주 정부가 3억7,000만달러를 들여 신설한 망명신청자 난민센터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무성한 열대 다우림과 깎아지른 절벽, 그리고 바다에 둘러싸인 이곳은 땅거미가 지고 전기가 들어와야 둘러싼 어둠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내면서 10마일 떨어진 이 섬의 유일한 주거지역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며칠 전에 오픈했는데 이미 수용인원이 거의 다 찬 상태인 센터는 호주가 직면한 가장 두려운 난제 중 하나를 상징한다 : 아시아로부터 밀려드는 보트피플이다.
몰려드는 불법이민 처리 위해 외딴 섬 밀림에 신설
13피트 전기 철책등 경비 엄중·미디어 접근도 금지
호주에 망명을 신청하는 모든 보트피플은 이곳으로 보내진다. 인도네시아에서 220마일 남쪽에 위치한 크리스마스 아일랜드는 호주 본토와는 거의 1,000마일이나 떨어져 있다. 게다가 13피트 높이 전기 레이저-와이어 담으로 둘러싸인 센터에 이들을 수용하는 데는 경비도 엄청나게 들어간다.
보트피플들은 며칠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들어오지만 난민보호단체들과 정부 인권위원회까지도 수용소를 폐쇄하고 난민들을 본토로 보내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들은 크리스마스 아일랜드를 관타나모 베이에 비유하면서 마치 호주의 과거 어두운 역사 속 악명 높은 수용소군도의 환생이라고 비판한다.
“정부는 난민센터를 멀리 떨어진 외딴 섬, 섬에서도 정글 속 아주 깊은 곳에 지어 놓았다”고 망명신청자들을 상담해주는 소셜워커 샬린 톰슨은 말한다. 그녀는 이 새로운 난민센터를 19세기 호주의 최남단 섬 타스마니아의 유형지 포트 아서와 비교하면서 “여기는 감옥, 그것도 경비가 엄중한 감옥이다. 망명신청자들을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한다.
밀려드는 보트피플은 호주 선거의 주요 이슈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년 선거를 앞 둔 케빈 러드 총리도 반대파로부터 불법이민 대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엔 직접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260명의 스리랑카 난민을 태우고 말레이시아에서 호주로 오고있는 화물선을 중간에서 막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만약 현재 인도네시아에 억류되어 있는 스리랑카인들이 다 이곳으로 보내진다면 센터의 수용인원 1,200명은 금방 초과될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난민들을 본토에 수용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호주로 오는 불법이민에 대한 강경조치에 절대 사과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대응을 예고한 러드 총리는 취임 초기엔 난민보호 운동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었다. 정부 수용소에 묵는 망명신청자들에게 숙박료를 받는 등 초강경 반이민 정책을 구사했던 전임총리 존 하워드의 조처 몇가지를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러드총리도 처음엔 새 수용소 사용을 주저했지만 지난해 망명신청자의 폭주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아일랜드로 보내진 보트 피플은 약 2,000명, 지금은 섬의 주민 인구와 비슷한 1,100명가량이 센터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센터에서 3~4개월 동안 심사받은 후 정치망명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보트피플은 호주로 오는 망명신청자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항공편으로 온다. 그러나 아시안을 가득 태운 불법 보트의 도착은 호주민들에겐 거의 본능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호주 정부가 지난 수십년 택해 왔고 또 지금도 보수 정치인들이 부추기는 반아시안이민 정책에 의해 깊숙이 뿌리박힌 공포다. 이런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 당국은 난민보트가 설사 본토 인근에서 발견되었다 해도 일단 크리스마스 아일랜드로 데려간다. 이 섬에서 1,650마일 떨어진 본토의 퍼스가 연결 도시다. 비행기로는 4시간 거리, 생필품 공급 선박은 퍼스에서 4~6주 만에 한번씩 떠난다. 신문은 10주 늦게 배달되고 섬 내에서의 인터넷은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매우 느리다.
거리 때문에 이곳에 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경비는 본토 내 수용소에 비해 몇 배나 더 든다. 또 거리가 멀어 보호 운동가나 변호사, 미디어들의 접근도 쉽지 않다. 정부는 언론인들의 수용소 투어도 금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방문객 대기실에 입장이 허용되어 난민들을 인터뷰 할 수 있었던 언론인은 2명뿐이었다.
호주정부 기관인 인권위원회의 최근 보고서는 새로운 센터가 마치 ‘감옥처럼 보이고 감옥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경비장치도 ‘망명신청자들에게 지나치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이 보고서는 각 숙소마다 울타리가 쳐 있는 등 ‘마치 동물 우리 같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민당국은 보고서의 크리스마스 아일랜드 수용소 폐쇄 건의를 일축하면서 이 섬의 활용은 “국경경비 강화의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망명신청자 중 어린이를 포함한 50명의 가족은 현지 주민들이 거주하는 동네에서 사는 게 허용되었다. 35세의 이란인 남성은 기독교 신자로 개종한 후 보복이 두려워 아내와 두 자녀를 데리고 테헤란을 떠난 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거치는 11일 간의 보트항해 끝에 호주 해군선박에 발견되면서 이곳으로 보내졌다. 그는 보트 밀입국을 위해 브로커에게 7만달러를 지불했다.
그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었다. 한 스리랑카 가족은 다른 난민 70여명과 함께 한 달 동안 보트에 실려 바다를 떠돌다가 3개월 전 이곳에 도착했다. 망명이 허용되고 본토에 보내질 때까지 몇 달을 더 기다려야 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인근 학교에서 영어를 익히고, 폴로 학키를 배우고, 초컬릿 칩 쿠키를 구우며 밝게 자라는 자녀들을 보며 희망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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