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노스캐롤라이나 주에도 ‘두 개의 아메리카’가 존재한다. 한 곳에선 존 에드워즈(56)는 그저 한밤 TV 토크쇼의 풍자 주제일 뿐이다. 그러나 클로드 네빌 같은 주민이 살고 있는 또 하나의 미국에선 여성편력의 이 정치가와 그 때문에 고통당한 그의 가족들은 추상적인 명사가 아니라 현실 속의 이웃이다. “만약 그를 보게 된다면 친절하게 인사할 겁니다. 성경에서도 용서하라고 했거든요”라고 670만달러짜리 에드워즈의 저택 근처에 살고 있는 네빌은 말한다.
아직도 뜨거운 찬반 대립 관심의 시선 집중
부인했던 내연의 아이 “내 딸” 곧 시인할듯
‘두개의 아메리카’는 에드워즈가 미국의 빈부격차를 비판하며 사용해 유명해진 어구다. 그러나 이곳 노스캐롤라이나를 요즘 분리하고 있는 것은 빈부가 아니다. 암 투병 중인 아내 엘리자베스를 두고 바람을 피웠던 사실이 들통 나는 바람에 2008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도중하차한 존 에드워즈의 ‘죄’를 용서하려는 사람들과 아직도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로 나눠진다. 진보진영 블로거로 에드워즈의 지인인 제임스 프로츠먼은 “이젠 그만 잊어버리자”라고 말한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내셔널 인콰이어러지는 주도 롤리의 연방대배심이 에드워즈의 혼외정사 관련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돈 많은 에드워즈 후원자들이 그의 애인 리엘 헌터의 입을 막기 위해 돈을 준 것이 선거법 위반인가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지난 달 뉴욕타임스도 에드워즈가 자신이 헌터의 어린 딸의 아버지임을 시인할 것을 고려중이라고 보도했다. 에드워즈는 그동안 아니라고 거듭 부인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또 헌터모녀는 에드워즈가 또 다른 집을 소유하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으로 이주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원래 보수파였던 은퇴 소방관 네빌(60)은 주민모임에서 에드워즈를 만나 후 이 핸섬한 정치인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그러나 에드워즈가 자신의 캠페인 비디오촬영을 맡았던 헌터와의 혼외정사를 시인하고 선거전에서 도중하차했을 때 정말 “배신감을 느꼈다”고 털어 놓는다.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섹스 스캔들 이전에도 이후에도 노스캐롤라이나엔 에드워즈 일가 같은 가족이 없었다. 그들만큼 축복받고 그들만큼 저주받았던 가족도, 그들만큼 사랑받고 그들만큼 왕따 당한 가족도 없었다. 노동자 가정에서 자란 에드워즈는 명석한 두뇌로 주내 최고의 법정변호사로 부상했다. 그의 거친 시골티를 다듬어,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롤리의 가장 고급 주택가인 컨트리 클럽 힐스의 세련된 주민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데는 노스캐롤라이나법대 동창인 4살 연상의 아내 엘리자베스의 공이 컸다.
그들의 완벽한 그림 같은 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1996년 16세 아들 웨이드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였다. 2년 후 에드워즈는 연방상원에 도전, 빛나는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2004년 민주당 대선후보 존 케리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직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셨고 이어 아내 엘리자베스가 암 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2008년 대선의 민주당 경선 출마 중 불거진 혼외정사 스캔들과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그 후유증…
이같은 배경을 쭉 지켜보아온 주민들은 드라마 같은 그들의 삶에 매료당하는 한편 혐오감도 감추지 않는다. 에드워즈에 대한 배신감이 특히 강한 곳이 유명한 리버럴 칼리지 타운으로 2005년 에드워즈 일가로 이사 온 곳이다. 에드워즈 뿐 아니라 남편의 혼외정사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대선 출마를 함께 결정한 아내 엘리자베스까지 원망하고 있는 곳이다. 만약 에드워즈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고 스캔들이 본선에서 터졌으면 어쩔 뻔 했느냐고 이곳 민주당 진보파들은 분개한다.
뚜렷이 감지되는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도 에드워즈 일가는 자신들의 일상과 이미지를 무난히 관리해가고 있는 편이다. 세자녀 중 맏이는 지난해 하버드 법대를 졸업했고 나머지 둘은 부모와 함께 살며 학교에 다니고 있다.
에드워즈에 대한 눈총은 여전히 따갑지만 엘리자베스에 대한 인기는 상당히 높다. 엘리자베스는 지난 5월엔 자신의 암 투병과 남편의 혼외정사 고백을 다룬 자서전 ‘회복(Resilience)’을 출판했고 8월엔 다운타운에 700스케어피트의 가구점 ‘붉은 창(Red Window)’을 오픈했다. ‘바람 피다 추락한 정치가 존 에드워즈의 아내’가 아닌 ‘작은 가게 주인 엘리자베스’로 살기위해 가구점을 오픈했지만 개업당일 로컬 TV 뉴스는 가구점에 있는 에드워즈 일가의 모습과 함께 대배심의 조사 등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보도를 다시 되풀이 방영했다. 그날 인터뷰에서 푸른색 티셔츠 차림의 에드워즈는 “요즘은 가구 나르기에 바쁘다”며 웃었다.
존 에드워즈의 갑작스런 추락은 이곳에 보기 드문 정치적 진공상태를 빚고 있다. 상원에 한번 당선되었을 뿐 명성에 비해 조직이 약한 에드워즈가 근신기간 동안 유지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닦아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드워즈만한 지명도를 가진 정치인도 이곳엔 없다. 그리고 좋아하건, 혐오하건 그에 대한 관심은 아직 전혀 식을 기세가 아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