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부터 연방대법원서 위헌성 여부 심의시작
인적 드문 모하비 사막의 나무 십자가 하나가 뜨거운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이번 주부터 2009-2010년 새 회기에 돌입한 연방대법원이 7일 이 십자가를 둘러싸고 지난 10년간 계속되어 온 정교분리 관련 소송 ‘살라자 대 부오노’ 케이스의 심의를 시작한 것이다. 국유지에 서있는 이 십자가가 정치와 종교의 분리원칙을 명시한 미국의 헌법에 위배되는지의 여부를 가리는 이 소송의 당사자는 미 정부를 대표한 내무장관 켄 살라자와 십자가 철거 소송을 제기한 프랭크 부오노다.
1차대전 전사자 추모위해 75년전 건립
‘국유지 내 종교물’로 법정공방 10년째
남가주 샌버나디노 카운티 모하비 국립자연보호구역(Mojave National Preserve)내 선라이즈 락(Sunrise Rock)이라고 불리는 바위 위에 십자가가 세워진 것은 1934년이었다. 1차 대전 때 숨진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전쟁기념비였다. 크기는 법정서류마다 다르게 5~8피트로 기록되어 있다.
전쟁 후 일단의 제대군인들이 이 사막지대로 모여들면서 생긴 일이었다. 탄광의 취업기회를 위해, 혹은 의사의 권유에 따라 참전 후유증 치료에 적당한 뜨겁고 건조한 기후를 찾아 이곳으로 몰려들어 터전을 잡은 이들은 해외참전 재향군인회(Veterans of Foreign Wars) 지부를 만들고 전쟁에서 숨진 전우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비로 십자가를 세웠다.
70여년 풍상에 시달리며 십자가는 벌써 3번째 새로 세워졌다. 현재 비공식 관리인으로 이 십자가를 돌보고 있는 헨리와 완다 샌도즈 부부는 “우린 한 1차대전 참전 군인이 죽으며 ‘십자가를 돌보아 달라’고 남긴 부탁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제대군인들은 자신들이 십자가를 세운 바위언덕이 국유지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은 몰랐던 것으로 추측된다. 또 원래의 십자가에 붙은 판엔 ‘모든 전쟁에서 죽은 자들을 기리며’라는 구절이 적힌 것으로 보아 특별히 기독교 신자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동안 십자가 언덕이 부활절 새벽기도회 장소로 애용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여름이면 100도가 넘는 무더위로 숨이 막히고 맹독성 방울뱀이 득실거리며 한시간 넘게 차 한 대 지나가지 않는 이곳에 60여년동안 한가롭게 서 있던 십자가가 논쟁에 휘말리게 된 것은 1999년부터다. 한 불교도가 인근에 불교 상징물을 세우겠다고 청원했는데 이곳을 관리하는 국립공원국이 이를 거부한 것.
당시 공원국의 한 직원이 상관에게 ‘십자가도 헌법에 명시된 국교금지조항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알렸다. 그가 지금은 은퇴한 프랭크 부오노다. 부오노는 천주교신자이지만 연방부지에 종교적 상징물을 세워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공원당국은 십자가 철거를 결정했다. 그러나 실행에 옮기기 전 연방의회가 개입했다. 철거비용에 국가예산을 쓸 수 없다며 사실상 철거를 막은 것이다. 미 민권연맹(ACLU)의 지원을 받는 부오노의 제소로 법정공방이 시작되었다. 연방지법과 항소법원에서 부오노는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재향군인들과 입장을 함께 한 의회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십자가를 국립 기념물로 지정하는 한편 2004년 그 지역 1에이커 땅을 구역내 샌도즈 부부 소유의 다른 지역 땅 5에이커와 바꾸는 형식으로 VFW 소유로 넘겨주었다. 항소법원은 토지의 소유 이전을 무효화시켰다.
사안이 이처럼 복잡하게 꼬이자 VFW 측을 지지하는 오바마 행정부는 대법원에 ‘이제 이 십자가는 사유지에 속해있으므로 위헌이 아니다’라고 판결해 줄 것을 요청했고 대법원은 이 소송을 이번회기 심리 케이스에 포함시킨 것이다.
7일의 대법원 심리에선 부오노 및 ACLU 측의 변호사와 보수파 대법관 앤토닌 스칼리아 간의 설전이 펼쳐졌다.
변호사: “십자가는 가장 두드러진 기독교의 상징이다. 특정 종교의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국립공원 내에 (다른 종교의 상징은 없이)그것만 세워져서는 안된다”
스칼리아: “그건 전쟁 기념비로 세워진 것이다. 모든 전사자를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안다. 십자가는 죽은 자의 안식을 위한 가장 일반적인 상징이다”
변호사: “유대인 묘지에선 십자가를 본 적이 없다” (방청석 웃음)
스칼리아: (성난 어조로) “그런 식으로, 십자가가 추모하는 것은 기독교인 전사자뿐 이라는 부당한 결론을 내서는 안된다”
연방대법원이 어느 사안에 초점을 맞춰 판결을 내릴 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십자가 부지의 소유이전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의 여부만을 가릴 수도 있고, 국유지 내 십자가 건립의 위헌성을 다루는 보다 광범위한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 정부 측은 원고인 부오노가 십자가로 인해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으므로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없다는 판결이 내려지기를 원하고 있다.
‘모하비 사막의 십자가’의 운명은 적어도 몇 달은 더 지나야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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