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추세는 너무나 오래 계속돼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70년대부터 부자들의 소득은 급증하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20년대 이후 부의 편중이 가장 심해졌다. 최근 월가의 급료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는 뉴스는 이번의 대불황도 부의 편중이라는 추세를 막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중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한다. 부자들은 더 이상 더 부유해지지 않고 있다. 지난 2년간 이들의 재산은 줄어들었다. 이들이 옛날 재산을 되찾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불황 이전 소득으로 돌아간 투자 은행가 하나 있다면 그 몇 배에 달하는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고 부유한 투자가들은 수백만달러를 날렸다. 전문가들은 수퍼리치가 더 부자가 되고 숫자가 늘어나는 30년간의 추세가 끝나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불황의 최대 피해자는 초고소득층
소득 불균형 수십년 만에 처음 줄어들듯
부자들의 고통은 수십 년 래 최악의 불황으로 고통 받고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별 동정을 받지 못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여러 경제 이슈를 불러일으킨다. 그 중 하나가 부자의 소득 감소가 그동안 별로 소득이 오르지 않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도움을 주는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는 경제 성장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것인지 아니면 제로섬 게임인지 하는 문제와 연관돼 있다.
부유층이 얼마나 가난해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메릴 린치에 따르면 작년 3,000만 달러 이상의 재산을 갖고 있던 미국인 수는 24% 감소했다. 부유층에 집중돼 있는 주식 배당금 소득은 20% 줄었는데 이는 정부 통계가 처음 나온 1959년 이래 최대 폭이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월마트 집안, 구글 창업자들은 작년 수십억 달러를 날렸다. 한 예로 앤티 컴퓨터 바이러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부자가 된 존 맥아피는 한 때 1억달러가 넘는 재산을 갖고 있었으나 이제 4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그는 빚을 갚기 위해 곧 그의 마지막 대형 부동산을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주식과 부동산이 동시에 폭락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자들의 지출을 보면 그들의 운명이 바뀌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예술품의 가치를 재는 메이 모세스 인덱스는 지난 6개월 사이 32%나 추락했다. 뉴욕 양키스는 새 스테디엄으로 이사 갔음에도 비산 티켓을 팔지 못해 가격을 내려야 했다. 부자들 휴양지인 콜로라도 베일의 경우 올 상반기 동안 팔린 200만달러가 넘는 집은 5채에 불과했다. 이는 2007년 같은 기간 34채에서 대폭 줄어든 것이다. 뉴욕 고급 주택가인 브롱크스빌의 주택 거래량도 17채에서 2채로 감소했다.
크레디 스위스 은행의 수석 경제학자인 닐 소스는 “1929~1979년까지 50년 동안 부의 불균형은 감소 추세를 보여 왔다”며 “그러다 80년대 들어 심화되기 시작했는데 이제 이 추세가 다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50년대나 60년대처럼 불균형이 완화되리라 믿는 경제학자는 별로 없다. 20세기 평균보다 심한 상태가 지속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오바마 행정부도 월가의 규칙을 완전히 뜯어고치거나 최고 세율을 80년 수준인 70%까지 높이는 것은 제안하지 않고 있다. 부의 불균형을 심화시킨 세계화 추세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지난 번 닷컴 붕괴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부자들이 쉽게 손실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때 빨리 손실을 만회한 것은 주식 버블 덕분인데 이것이 최고였던 2007년 주가는 20년대와 90년대를 제외하고는 여러 기준으로 볼 때 최고로 비쌌다. 이번에는 그 때처럼 주가가 곧 비싸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부유층이 가난해지면 여러 변화가 생긴다. 이들의 자선에 의존하던 대학과 뮤지엄 등이 타격을 입게 되고 정부의 세수도 줄어들면서 곤란을 겪게 된다. 가장 궁금한 것은 이것이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관한 가장 잘 알려진 자료는 토마스 피케티와 엠마뉴엘 사에즈가 IRS 자료를 토대로 만든 것인데 이에 따르면 상위 0.1%안에 들기 위해서는 70년대 말 연소득이 200만달러면 됐으나 2007년에는 1,150만달러로 늘어났다. 상위 1% 소득은 연 20만달러에서 40만달러로 늘어났다.
반면 중산층은 2007년 연 5만 달러로 20% 늘어나는데 그쳤으며 바닥권은 12% 증가에 불과했다. 일부에서는 고소득층의 소득이 줄어들면 하위권 소득이 늘어나기는커녕 자선 감소와 소비 지출로 오히려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0년간 부자들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대공황이 한창이던 30년대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부유층 소득이 급증하는 것은 정치 경제적인 힘을 소수에 집중하게 만들어 모두에게 해가 된다고 주장한다. 하버드 경제학자인 로렌스 캐츠는 “소득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정치 체제나 경제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고소득 증가의 주원인은 기술 개발과 같은 시장의 힘에 의한 것이지만 상당 부분은 세금이 줄어들고 금융 규제가 완화되는 등 정책 변화 탓이라고 그는 밝혔다.
미국 경제는 최근 주식과 부동산 두 번의 버블을 경험했다. 둘 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데 기여했다. 분신과 염색을 한 자유분방한 부자 맥아피가 좋은 예다. 지난 20년간 그는 손대는 것마다 돈을 벌었다. 80년대 말 앤티 컴퓨터 바이러스 소프트웨어 회사인 맥아피를 세운 그는 경쟁자와는 달리 이를 무료로 나눠주고 기술적 도움을 줄 때 돈을 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나갔다. 92년 기업을 공개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모든 일에 싫증을 잘 내는 그는 멕시코와 인도 네팔을 여행하고 ‘요가의 정신’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회사를 팔아 1억 달러를 챙긴 후 이를 다른 곳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
부의 불균형에 관한 데이터를 보면 이것이 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20년대와 80년대 주가가 폭등했을 때 부유층 재산도 가장 많이 늘었다.
그러나 부자들이 버블 덕을 많이 봤다면 그것이 꺼지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도 그들이다. 지난 수년간 맥아피는 뉴멕시코를 비롯 오지 부동산에 거액을 투자했다. 수익을 늘리기 위해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가 하면 레먼 브러더스의 채권에도 투자했다. 한동안은 잘 나가는 듯 했다. 닷컴 버블이 터진 후에도 주식은 다시 올랐고 집값도 계속 상승했다. 그러다 갑자기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2,500만달러를 주고 산 콜로라도 저택을 2007년 570만달러에 팔았다. 레만이 망하면서 채권은 휴지 조각이 되는가 하면 주가 폭락으로 다른 주식에서도 수백만 달러를 날렸다.
아직 남은 400만달러의 재산은 다른 미국인들에 비하면 많지만 그는 돈이 궁해 경비를 줄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스나 제트 비행기도 팔고 이코노미 석으로 여행하고 있으며 하와이에 있는 별장도 150만달러에 팔았다. 뉴멕시코에 있는 저택도 미니멈이 없는 경매로 내놨다. 아무리 낮은 가격도 받아들일 계획이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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