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개전 이후 군 이혼율 급증
귀환 후 적응 과정 중 재 파병 일쑤
육군,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 개발 부심
<마운틴 뷰-캘리포니아> 미 육군 참모총장 부인이 지난 6월 연방의회에서 증언한 것처럼 군인가정들이 소리 없이 ‘찢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증거는 이곳 마크 플리튼 대위의 가정에서 발견할 수 있다. 금년 초 장남 스캇(15)은 아버지와 다툰 후 거실로 뛰어 들어와 엄마 린에게 “왜 이 남자와 결혼했느냐”고 소리쳤다. 이 부부가 처음으로 이혼에 관한 얘기를 꺼낸 곳도 거실이었다. 7월에 이들은 식탁에 앉아 그동안 잦은 파병 속에 얼마나 피상적인 결혼 생활을 해 왔는지 얘기했다. 남편은 내년 다시 파병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년 사이에 3번의 파병을 통해 총 36개월을 집에서 떠나 있었던 마크(46)는 “나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여전히 전쟁 모드에 사로잡혀 있다. 다시 파병될 일이 없다는 것을 알기까지 여기서 빠져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부인 린(49)도 떨어져 사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으로 수차례 파병되는 군인들이 늘어나면서 육군 지휘부는 이로 인한 군인 가정들의 비극적 결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군인가정들은 남편은 전쟁터에, 아내는 집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살아가는 것을 배우고 있으며 파병이 반복되면서 결합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육군의 2인자인 피터 시아렐리 합참차장은 연방하원 소위 증언을 통해 “참전병사 부인들은 남편이 가족과 융합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재 파병되기 전까지의 짧은 기간에 이것이 너무 힘들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군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부부 카운슬링과 군종 장교들이 이끄는 결혼치유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시아렐리 장군은 최근 인터뷰에서 군인과 가족들을 위한 시험적인 온라인 카운슬링 프로그램에 고무됐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파병 사이의 간격을 늘려 군인들이 집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군인가정들이 이미 받은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조지 케이시 육군 참모총장의 부인 실라 케이시는 “군인가정들이 직면한 문제는 8년의 전쟁동안 누적된 것으로 쉽게 사라지기 힘들다”고 지난 6월 상원 청문회에서 말했다. 육군 문서들과 군인 가족들 인터뷰는 왜 군인 남편과 배우자의 단절되고 이것이 지속되는지 잘 보여준다. 남편들은 전쟁터에서 아주 냉정한 ‘생존’ 본능을 습득한다. 감정을 통제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반면 독립적으로 사는데 익숙해진 배우자들은 주도권을 놓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군인의 우울증이나 전투 스트레스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으로 2월에 발간된 ‘임상 심리학 저널’에 실린 한 연구는 밝혔다.
통계는 이런 추세를 보여준다. 국방부에 따르면 소집 군인들과 해병대의 이혼율은 2008년 4%로 이라크 전쟁이 시작됐을 때보다 1%포인트 높아졌다. 민간인 이혼율은 3.5%이다. 지난 해 켄터키 주 포트 캠벨의 육군 226 가정을 추적 조사한 바에 따르면 6%가 이혼으로 끝났으며 이혼 혹은 별거 비율은 12%에 달했다. 또 자신의 결혼 생활이 파탄으로 끝날 것으로 우려하는 군인 비율도 2005년 4명 중 1명꼴에서 2007년에는 3명 중 1명꼴로 늘었다.
전쟁과 이별은 역사적으로 봐도 가족들에게 힘든 일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현재 갈등의 한 가지 특징, 즉 잦은 재 파병이 결혼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클라호마 포트 실의 가정지원 단체에서 일하는 캐롤 헤릭(39)은 그녀의 남편이 파병에서 돌아올 때마다 가정을 다시 추스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털어놨다. 그녀의 남편은 지난 8년 사이에 이라크와 한국 등 4차례에 걸쳐 해외에 파병됐다.
샬렌 킹 하사가 이라크에서 훈련과 전투를 위해 15개월 보낸 후 오리건으로 돌아 왔을 때 그녀와 남편은 실질적인 남남이 돼 있었다. 남편은 네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했고 재정 문제로 파산 신청을 해야 했다. 네 아이를 혼자 키우며 너무 힘들어 항 우울제를 복용하기도 했다. 최근 관계가 조금 회복됐지만 아직은 70% 수준이다. 남편 칼(32)은 “싸움이 되거나 불편한 주제는 서로 피한다. 마치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건강한 방법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부인 샬렌은 “우리 결혼은 대단히 튼튼했는데 급속히 약화됐다”며 하지만 이런 어려움이 개인적으로는 성장의 기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라크에서 보급 관리 훈련을 담당했던 그녀는 경력을 인정받아 퍼시픽 파워의 매니저로 채용됐다.
육군 당국은 파병 군인 가정들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다. 전쟁 기간 중 군인 부부들을 돕기 위한 파워포인트 브리핑과 비디오, 안내서, 브로셔, 웍샵, 핫라인, 정보 박람회 등이 쏟아져 나왔다. 군인들은 ‘당신을 영웅(HERO)으로 만든 전투 기술이 가정에서는 당신을 빵점(ZERO)으로 만든다’는 슬로건이 나 붙은 정보 안내 행사에 참석해 강의를 듣는다.
어떤 강의에서는 하루에 최소 10에서 12번의 의미 있는 접촉(성적인 것 뿐 아니라)을 하라고 권고한다. 이에 대해 워싱턴 주 포트 루이스에 배속된 덕 워켈 소령은 “정보가 너무 넘쳐난다”고 말한다. 워켈 소령은 이라크에서 돌아온 후 가족들과의 융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방부의 가정정책 및 아동국 책임자인 바바라 톰슨은 “군인가정들은 더 이상의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효과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과 접근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한다. 전국 군인가정 연합회는 두 가지 핵심적인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하나는 ‘밀리터리 원소스’(800-342-9647)라는 가정상담 서비스이고 다른 하나는 군종 장교들이 주도하는 부부치유 프로그램인 ‘스트롱 본즈’(www.strongbonds.org)이다.
스트롱 본즈에 참여한 육군 부부 472쌍을 추적한 결과 이혼율이 낮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말에 실시되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부부는 1년 안에 6.2% 이혼율을 보인 반면 참석 부부는 단 2.03%였다고 덴버 대학의 스캇 스탠리 교수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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