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한 양당 대선후보 7명의 그 후 생활
‘인생의 제2막’ 참뜻 발견한 리더로 존경
한 명은 애완견과 함께 플로리다 해변을 걷고 있다. 그는 에이브라함 링컨의 전기를 막 완성했다. 다른 한 명은 동부와 서부 대학들에서 정치학을 강의하며 학생들에게 공직 진출을 격려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또 한 사람은 전 세계를 누비며 지구촌 기아해방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지구온난화 억제 노력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다른 한 사람은 이번 여름 관련저서를 완성할 예정이다. 그리고 두 명은 아직도 연방상원 의원으로 선출공직에 종사한다. 당은 서로 다르지만 가끔은 국가안보 문제에서 당론을 넘어서 함께 협조하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 대선후보 중 생존해있는 7명인 이들은 백악관 입성엔 실패했으나 아직도 공인으로 공공봉사에 헌신하고 있다. 86세에서 61세 연령대인 이들은 다양한 사회·정치 이슈에 견해를 밝히며 가끔은 뜨거운 논란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한다. 그들의 보이스는 여전히 강력하며 그들의 의견을 구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대통령이 될 뻔 했으나 되지 못한 이들의 가장 뛰어난 면모는 자신들을 거부한 정치제도에 대한 한결같은 믿음이다. 아슬아슬하게 패했던 사람도, 완전 참패를 당했던 사람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대한 이들 7명의 애정과 자부심은 놀라울 정도다.
“난 그야말로 완패를 당했었지요 - 그러나, 그렇다해도, 아메리카에 대한 나의 믿음은 더 강해졌습니다”라고 1984년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가 레이건에게 49개주에서 패배당하는 ‘굴욕’을 겪었던 월터 먼데일은 말한다.
캔사스 출신의 연방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였던 밥 도울의 미국에 대한 신념도 못지않게 단단하다. 그는 1996년 빌 클린턴에게 2대1로 패배했다. “그 어떤 것도 이 나라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꾸지 못할 겁니다. 선거엔 졌지만 난 여전히 내 나라를 사랑합니다”
조지 맥거번도 동의한다. 사우스다코다 출신의 연방상원이었던 그는 1972년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섰다가 매서추세츠와 워싱턴DC를 제외한 전국 모든 곳을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에게 내주며 낙선했다. 7명 중 최고령자인 그는 밥 도울과 함께 세계 기아추방 캠페인에 적극 개입하고 있으며 요즘 막 링컨의 자서전 집필을 마쳤다. 선거패배 후 국민들의 심판에 상처받았던 그에게 국민의 지혜를 상기시켜준 것이 링컨의 신념이었다. “링컨은 왜 국민들의 지혜에 대해 의구심을 갖느냐고 물었었지요”
이처럼 정치꾼 아닌 정치지도자가 되기를 노력하는 이들의 사려 깊은 견해엔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다. 오바마 시대에 접어든지 이미 반년이지만 아직도 많은 미국인들이 패배한 후보 존 매케인의 의견듣기를 원하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일 것이다. “미국에 대한 나의 신념과 감사는 전국을 폭넓게 순회하며 국민들의 순수한 위대함을 발견하면서 더욱 강해졌습니다. 내가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캠페인을 하며 나의 신념이 더욱 강해진 것이지요”
매케인이 아직 애리조나 주 연방상원 의원인 것처럼 존 케리도 매서추세츠 연방상원 의원이다. 2004년 오하이오 한 주에서만 더 승리할 수 있었다면 케리는 조지 W. 부시 대신 백악관에 입성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패배와 내 나라에 대한 신념은 전혀 별개의 것입니다”
현직 상원의원인 이 두사람뿐 아니라 다른 5명도 모두 아직 공인으로 생활한다. 미국 대통령선거 사상 가장 근소한 차이로 2000년 부시에게 패했던 앨 고어는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한 싸움, 지구온난화와의 투쟁 일선에 서 있다. 이 활약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그의 온난화 관련 영화 ‘불편한 진실’은 오스카상을 수여했으며 그는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명사의 반열에 올랐다. ‘인생에서의 제2막은 없다’던 F. 스콧 피츠제랄드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여러 면에서 마이클 두카키스 역시 제1막 못지않게 보람있는 인생의 2막을 발견하고 있다. 매서추세츠 사상 최장수 주지사로 1988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두카키스는 조지 H. W. 부시에게 패했었다. 현재 두카키스는 여름과 가을엔 보스턴의 노스이스턴대학, 겨울엔 UCLA에서 가르치며 정치에서 얻은 값진 인생의 교훈을 학생들에게 나누어주는 한편 젊은 인재들에게 공직진출을 적극 격려하고 있다. 그리스 이민의 아들인 그에겐 충실한 미국인이 되어가는 새로운 이민세대를 지켜보는 보람 또한 크다. “내 학생들 중엔 이란계, 아르메니아계, 스페인계와 함께 아시안 아메리칸도 많습니다. 난 그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내 생해 최고의 일이지요. 이 아이들과 함께 일하면 미국에 대한 신념을 안가질 수가 없습니다”
미네소타에 정착한 노르웨이계 후손으로 주일대사를 역임했던 먼데일도 이민의 나라 미국에 대한 신념을 강조한다. “우린 세계 모든 곳에서 왔습니다. 그러나 노르웨이 혹은 중국, 어디에서 왔건 우리 모두는 자신을 미국인으로 확신하고 있지요. 그것이 이 나라를 발전시켜나가는 힘입니다”
먼데일은 낙선했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됐다는 자체가 충분한 영광이라고 강조한다. 가장 최근에 낙선한 후보도 여기에 동의한다.
“에이브라함 링컨과 테오드르 루즈벨트, 그리고 레이건의 정당 후보가 되었던 것은 큰 영광이지요. 해군사관학교를 꼴찌에서 5위로 졸업한 매케인 소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게 얼마나 놀랍습니까? 미국에선 모든 게 가능하다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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