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역사 80년만에 처음으로 남·북한 ‘두 코리아’ 나란히 출전
대한한국 이란과 1-1
후반 36분 박지성 동점골
북한 사우디와 0-0
44년만에 본선무대 복귀
‘기다려라 남아공, 코리아가 간다.’
북한이 사우디 원정에서 혈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 8강 신화를 썼던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이후 44년만에 월드컵 본선무대에 복귀하게 됐다. 이로써 오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선 월드컵 역사 80년만에 처음으로 남, 북한 두 코리아가 나란히 출사표를 내는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게 됐다.
17일 오전 11시(LA시간) 사우디 리야드의 킹파드스테디엄에서 킥오프된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최종 8차전에서 북한은 사우디와 전·후반 90분에 걸친 피 말리는 혈투 끝에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북한은 B조에서 3승3무2패, 승점 12로 사우디와 동률이 됐지만 골득실에서 사우디를 제치고 한국(4승4무, 승점 16)에 이어 조 2위로 본선 직행티켓을 따냈다.
앞서 벌어진 한국과 이란과의 경기가 1-1 무승부로 끝나면서 이날 사우디와 비겨도 본선에 오른다는 사실을 알고 나선 북한은 그야말로 철통같은 수비벽을 쌓고 사우디의 파상 공세를 끝까지 육탄으로 막아냈다. 반면 이겨야만 본선에 직행할 수 있었던 사우디는 초반부터 총공세로 북한 골문을 계속 두들겼으나 북한의 밀집수비와 골키퍼 리명국의 잇단 선방에 막혀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고 결국 안방에서 본선직행 티켓을 북한에게 넘겨준 채 플레이오프로 밀려나고 말았다. B조 3위가 된 사우디는 A조 3위 바레인과 홈-앤-어웨이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여기서 승리한 팀이 오세아니아 챔피언 뉴질랜드와 본선행 마지막 티켓을 놓고 맞붙게 된다.
한국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20년만에 다시 월드컵 예선을 무패로 통과했다. <연합>
본선진출이 확정된 순간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하는 북한선수들.
한편 이미 조 1위로 본선티켓을 확보한 한국은 이날 새벽 4시(LA시간) 서울월드컵에서 벌어진 이란과의 최종전에서 후반 6분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36분 박지성이 동점골을 터뜨려 1-1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월드컵 3차 예선부터 최종예선까지 14경기 연속(7승7무) 무패를 기록해 지난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20년만에 `예선 불패’로 본선에 나가게 됐다. 반면 전 한국대표팀 코치였던 압신 고트비가 지휘봉을 잡은 이란은 이날 무승부로 2승5무1패, 승점 11을 기록, B조에서 한국, 북한, 사우디에 이어 4위로 밀리며 본선진출에 실패했다. 이란은 이어진 북한과 사우디전에서 승패가 갈렸더라면 패한 팀과 동률이 돼 골득실이라도 겨뤄볼 수 있었으나 그 경기가 끝내 단 한 골도 터지지 않고 0-0으로 끝나며 모든 희망이 꺼지고 말았다.
허정무 감독은 이날 박주영과 이근호 투톱을 위시해 양쪽 날개에 박지성과 이청용, 중앙에 기성용과 김정우, 포백라인에 (왼쪽부터) 김동진-이정수-조용형-오범석을 세우고 이운재가 골문을 지키는 최정예 베스트 11을 가동했다. 경기는 시종 밀고 밀리는 치열한 공방전으로 전개돼 양팀 모두 수차례 좋은 득점찬스를 무산시키며 전반을 득점없이 마친 뒤 이란이 후반 6분 선취골을 뽑았다. 왼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가 올라온 것을 이운재가 뛰어오르며 펀칭한 볼이 이란 스트라이커 마수드 쇼자에이에 맞고 그대로 골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박지성이 이란전에서 후반 36분 왼발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내고 있다. <연합>
반격에 나선 한국은 후반 21분 박주영이 찬 프리킥이 이란 왼쪽 골포스트를 강타하는 골대 불운에 울었으나 끝내 36분 박지성의 발끝에서 동점골이 터지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2대1 패스로 왼쪽을 돌파한 박지성이 넘어지면서 찬 왼발슛이 이란 골네트에 꽂히며 이란의 본선 꿈은 ‘빈사상태’가 됐고 결국 경기가 1-1 무승부로 끝난 뒤 북한과 사우디전이 0-0으로 종료되면서 공식 ‘사망신고’를 받고 말았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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