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에 통신서비스 수주계약 정기환씨, 미국서 재판
한국서는 벌금형, 미국선 최고 75년 선고 가능
미국 검찰 한국 법무부 항의에도 불구 처벌 강행
한국에서 미국인 공직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이미 사법 처벌을 받은 40대 한국인 사업가가 미국 연방법원에서 최고 75년 실형선고가 가능한 처벌을 받게 됐다. 미 법무부는 11일 한국 주식회사 ‘삼성렌탈’(SSRT)의 대표 정기환(44)씨가 주한미군들을 위한 2억600만 달러 규모 통신서비스 수주 계약과 관련, 2001~2006년 ‘미육공군교역처’(AAFES) 간부들 헨리 리 할로웨이(42)와 클리프톤 초이(57) 등과 공모해 그들에게 15만 달러 상당의 뇌물을 제공하고 부당하게 계약을 따내 유지한 범죄에 유죄를 시인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정씨는 이날 연방텍사스북부지방법원에서 ▲한건의 ‘범죄공모’(conspiracy), ▲두건의 ‘전산적 통신 수단 사용 사기’(wire fraud), ▲두건의 ‘뇌물공여’(bribery) 등 연방 검찰이 적용한 총 5건 범죄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시인했다.‘범죄공모’죄는 최고 5년 실형과 25만 달러 벌금, ‘전산적 통신 수단 사용 사기’죄는 한건 당 최고 20년 실형과 25만달러 벌금, ‘뇌물공여’죄는 한건 당 최고 15년과 25만 달러 벌금 또는 뇌물로 제공한 금품 가치의 3배에 달하는 벌금 선고가 가능하다.
따라서 정씨는 9월16일로 예정된 선고공판에서 최고 75년 실형과 95만 달러 벌금형을 선고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사건은 한국 법무부가 미국측에 같은 범죄에 대해 한국에서 이미 처벌을 받은 정씨가 미국에서 ‘이중 처벌’을 받는 문제를 지적, 수차례 항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 된 것으로 만일 정씨가 선고공판에서 실제 장기 복역에 처해지는 중형을 선고 받을 경우 한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본보 5월6일자 보도>
사건 시작
한국 경찰청과 법원 기록에 따르면 한국 경찰청은 경기지방경찰청 외사과 외사2계가 2006년 5월17일 주한미군 오산미공군기지의 AFOSI 수사요원으로부터 정씨와 SSRT, 할로웨이 등의 군납비리 내사에 대한 공조수사 요청을 받았다.
이어 경찰은 같은 해 10월10일 정씨를 ‘국제상거래에있어서외국공무원에대한뇌물방지법’ 위반으로 체포했으며 수원지방법원은 2008년 1월30일 재판 끝에 정씨에게 1억원(12만5,100달러 상당·16일 현재기준), SSRT에게 2억원(25만200달러 상당) 벌금 판결을 내렸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은 주한미군기지에 인터넷 접속 및 인터넷 전화 서비스 등의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성렌탈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삼성렌탈 주식회사는 통신기기 및 전자제품 위탁관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국제상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외국 공무원 등에게 그 업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약속 공여하거나 공여의 의사를 표시하면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초이와 할로웨이에게 “뇌물을 약속하거나 공여하였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구체적으로 정씨와 회사가 초이에게 2001년 11월경 미군측의 새로운 사업자 선정 입찰과 관련, 입찰진행상황 및 입찰에 참여한 ‘에스케이(SK)텔링크, 하나로텔레콤, 두르넷 등 국내의 유력 경쟁업체들이 제시한 입찰수수료 등의 입찰관련 정보를 수시로 제공받는 등의 도움을 받아 제공업체로 선정되는 대가로 총 20차례에 걸쳐 합계 미화 10만달러 현금 및 한화 1,144만원 상당의 술과 안주 등 향응을 제공했음을 인정했다.
법원은 또 정씨와 회사가 할로웨이에게는 그가 SSRT 통신 서비스의 품질과 가격 등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면서 계약을 취소하려 하자 불만 여론 무마 및 납품계약 유지를 대가로 SSRT 주식 1만주(액면가 500원), 현금, 향응 등 총 21차례에 걸쳐 합계 미화 6만8,000달러 및 한화 961만7,000원 상당의 향을 제공했음도 인정했다.이에 대해 정씨와 SSRT는 “정당한 업무수행을 촉진할 목적으로 소액의 이익을 약속하거나 공여하였을 뿐,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뇌물을 공여하지 않았다”고, 검사는 “피고인들에 대한 제반 정상을 참작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가볍다”고 각각 항소했으나 2008년 9월3일 수원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시켰으며 정씨와 SSRT는
곧바로 이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이 역시 2008년 12월24일 기각됐다.
따라서 정씨는 이 사건에 대해 한국에서 사법 처벌을 받을 것이다.
사건 연장
그러나 정씨는 지난 해 11월19일 사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서 텍사스주 달라스를 방문했다가 미 공군특수수사대(AFOSI)가 연방텍사스북부지법에 사전 제출, 발급 받은 체포영장에 따라 대기 중이던 AFOSI와 연방수사국(FBI),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세청(IRS) 특별수사관들에 의해 체포됐다.
정씨의 체포 소식을 접한 한국 법무부 국제형사과 진경준 검사는 2008년 12월8일 미 법무부 형사과 국제관계실 메리 엘렌 왈로 실장에게 서신을 보내 정씨가 한국법정에서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상기시키고 “미국과 한국간의 협력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미 당국이 정씨가 같은 위법행위로 2차례 처벌 위험에 처해지지 않도록 석방시켜주면 감사 하겠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17일 텍사스북부지법 대배심은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여 정씨를 2건의 공직자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공식 기소했으며 검찰은 정씨가 한국으로 도주할 우려가 있는 용의자임을 주장, 그가 연방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에 임하도록 하는 법원 명령을 받아냈다.그러자 법무부 국제형사과 유호근 과장은 올해 3월23일 왈로 실장에게 정씨가 미국에 입국하자
마자 미 수사당국에 체포된 경의를 문의하며 해명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으며 그에 대한 답변이 없자 4월16일 다시 서신을 보내 “지난번에도 지적했듯이 미국의 한국 국민 정기환씨에 대한 체포 또는 형사처벌은 정씨가 이미 한국에서 유죄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을 한국 대법원이 확인했기에 (국제협약의) 이중 처벌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미 사법당국이 정기환씨를 가장 빠른 가능시일에 석방하면 대단히 감사 하겠다”고 재차 촉구했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는 4월21일 보도 자료를 내고 “정씨 재판이 6월1일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5월6일에는 또 다른 보도 자료를 통해 애당초 2건의 ‘뇌물공여’ 혐의로 최고 30년 실형과 25만달러, 또는 제공한 금품 가치의 3배에 달하는 범금 처벌이 가능했던 정씨에게 2건의 ‘전산적 통신 수단 사용 사기’와 1건의 ‘범죄공모’ 혐의가 추가, 기소된 사실을 발표해 미국이 한국측의 요구를 거부하고 정씨를 강력 처벌 할 계획을 시사했다.
이외에도 법원 기록에 따르면 정씨 사건을 담당한 에드 킨케이드 판사가 지난 달 21일 한국 법무부로부터 서신을 전해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사건 종결
실제로 미국 검찰은 한국 검찰과 정씨 변호인단측이 주장한 ‘이중처벌’ 문제와 관련 그들이 관련 국제협약 규정을 잘못, “확대 해석” 하고 있으며 미국 연방법은 외국에서 미국인 공무원에게 ‘뇌물’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을 미국에서 처벌 할 관할권이 있고 그 관할권은 설사 해당 외국인이 외국 법원에서 처벌을 받았어도 무관하게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법률조항들을 내세워 정씨의 미국 처벌에 대한 정당성을 법원에서 주장했다.정씨는 재판을 앞두고 검찰과의 사전 협상에서 자신이 제기한 ‘사건기각 요청’에 대한 법원의 기각 판결에 항소할 권한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유죄를 시인했으며 만일 항소에서 승소할 경우, 법원이 기각시키는 혐의들에 한해 자신의 유죄 시인을 철회할 수 있다.단 정씨는 법원이 내리는 형이 집행되는 상태에서 항소를 진행 할 수 있어 장기 복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선고공판 결과에 따른 한국 정부의 대응이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올해 4월17일 조지아주에서 FBI 요원들에 의해 검거된 뒤 같은 달 21일 최고 5년 실형선고와 25만달러 벌금형이 가능한 1건의 ‘범죄 공모’, 최고 3년 실형선고와 10만달러 벌금형이 가능한 1건의 ‘허위세금보고’(Filing a false tax return) 등 2건의 범죄혐의에 유죄를 시인해 최고 8년 실형선고와 35만달러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홀로웨이는 16일 현재 선고공판 일정
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초이는 지난 해 8월29일 하와이에서 사망해 처벌을 면했다.
<신용일 기자> yishin@koreatimes.com
미국인 공직자 뇌물공여 혐의로 한국에서 벌금형 처벌을?받은 한국인 사업가가 미국에서는 최고 75년 실형 선고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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