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니에스타 인저리타임 동점골로 1-1…원정골서 앞서 결승진출
바르셀로나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오른쪽)가 후반 인저리타임에 팀을 결승에 올려놓은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뒤 사무엘 에토오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유럽축구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히딩크 매직’ 또 4강서 멈춰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첼시가 승리를 눈앞에 두고 실족, 통한의 눈물을 뿌렸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후반 인저리타임 3분에 터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드라마틱한 동점골로 기사회생, 첼시의 손아귀에 있던 결승티켓을 가로챈 뒤 열광하고 또 환호했다.
6일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펼쳐진 2009-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홈경기에서 첼시는 전반 9분 가나출신 미드필더 마이클 에시엥의 그림같은 왼발 발리슛으로 선취골을 뽑아낸 뒤 후반 인저리타임까지 1-0 리드를 지켜 결승진출을 눈앞에 둔 듯 했다. 하지만 후반 21분 수비수 에릭 아비달이 퇴장당해 남은 시간 10명이 뛴 바르셀로나는 후반 추가시간 2분15초가 지나는 시점에 리오넬 메시의 패스를 받은 이니에스타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1-1을 만들며 결승티켓을 첼시 손에서 가로챘다. 1, 2차전 합계 1-1이 됐지만 타이브레이커인 원정 다득점에서 바르셀로나가 1-0으로 앞선 것이 승패의 명암을 갈랐다. 이로써 바르셀로나는 전날 아스날을 꺾고 결승에 선착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U)와 오는 27일 이탈리아 로마 올림픽스테디엄에서 펼쳐지는 결승전에서 패권을 가리게 됐다.
이날 볼 점유율에서 거의 3대7로 압도당했음에도 불구, 효율적인 공격으로 훨씬 많은 득점찬스를 잡았던 첼시로선 정말 억울하고 뼈아프기 짝이 없는 결과였다. 사실 바르셀로나는 전체적으로 경기를 지배했음에도 불구, 이니에스타의 극적인 동점골을 제외하면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때리지 못한 반면 첼시는 결정적인 득점찬스도 여럿 있었고 두 번이나 100% 페널티킥 상황에서 노르웨이 주심의 오판으로 페널티킥을 얻지 못했기에 억울함이 더 컸다. 첼시의 스트라이커 디디에 드로그바는 경기 종료 후 주심에 분통을 터뜨리며 격렬하게 항의하다 경고를 받기도 했다.
첼시는 전반 9분만에 에시엥의 그림같은 선취골이 터지며 일찌감치 기세를 올렸다. 프랭크 람파드가 중앙으로 올린 볼이 수비수 맞고 공중에 뜨자 이를 에시엥이 달려들며 수비수에 한발 앞서 강력한 왼발 발리슛을 뿜었고 볼은 미사일처럼 날아가 크로스바 밑을 맞고 골 안으로 튀어 들어갔다. 같은 상황에서 100번을 시도해도 한 번 나올까 말까할 명품 골이었다.
이후 첼시는 바르셀로나의 파상공세 때 심지어는 드로그바까지 수비에 가담하는 전원수비로 상대의 예리한 공세를 둔화시키고 롱패스를 이용한 역습으로 오히려 더 많은 찬스를 만들어내며 활기찬 플레이를 했다. 23분 드로그바가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찬스를 잡기도 한 첼시는 곧이어 24분 바르셀로나 왼쪽 측면을 돌파한 플로랑 말루다가 페널티박스 바로 안쪽에서 상대수비에 의해 파울을 당했으나 주심은 페널티킥 대신 파울지점을 페널티박스 밖으로 판정, 프리킥을 선언하는 바람에 추가골 찬스를 놓쳤다. 2분 뒤에도 단독찬스를 잡은 드로그바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태클당했으나 주심의 호각은 울리지 않았다.
첼시의 불운은 후반에도 계속 됐다. 후반 7분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잡은 니콜라스 아넬카가 내준 패스를 받은 드로그바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결정적 찬스를 잡았으나 슛이 골키퍼 빅터 발데스의 발에 걸리며 결정적인 추가골을 놓쳤다. 후반 36분에는 볼이 페널티박스 한복판에 있던 수비수 제라르 피케의 오른손에 맞았으나 주심은 역시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고 그냥 경기를 진행시켰다.
그럼에도 불구, 첼시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철벽수비로 1골차 리드를 지켰으나 끝내 마지막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 2분15초가 지날 무렵 오른쪽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에시엥이 걷어낸다는 것이 빗맞았고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볼을 잡은 메시가 옆으로 내준 볼을 이니에스타가 오른발로 때린 것이 첼시 골네트에 꽂히며 극적인 반전이 현실이 됐다. 이 경기 만으론 1-1을 만든 동점골이었지만 바르셀로나를 결승에 올려놓은 천금의 결승골이었다. 첼시는 약 2분 뒤 미하엘 발락의 강슛이 수비수 팔 근처에 맞았으나 이 역시 페널티킥 판정을 받지 못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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