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성 2경기 연속 골… 맨U,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결승진출
박지성이 전반 8분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로마로 간다’
박지성이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고 쐐기골의 디딤돌을 놓는 등 눈부신 활약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U)가 2년 연속 ‘꿈의 무대’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는데 결정적 수훈을 세웠다. 이로써 박지성은 지난해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4강까지 팀의 주축선수로 활약하고도 정작 결승전에선 엔트리에도 들지 못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한을 풀 기회를 잡았다.
5일 영국 런던 에미리츠스테디엄에서 펼쳐진 아스날과의 2009-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예상을 깨고 선발 출장한 박지성은 경기시작 8분만에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풀타임 활약, 이날 2골1어시스트를 기록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맨U의 3-1 낙승에 수훈갑이 됐다. 1차전 홈경기에서 1-0으로 이겼던 맨U는 2게임 합계 4-1로 완승을 거두고 오는 27일 이탈리아 로마올림픽스테디엄에서 펼쳐지는 결승전에 선착했다. 맨U의 상대는 6일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펼쳐지는 첼시와 바르셀로나 경기에서 가려진다.
맨U는 이날 한 골만 뽑아도 3골 이상을 먹지 않는 한 결승에 오르는 유리한 고지에서 출발했고 단 8분만에 그 골이 박지성의 발끝에서 터졌다. 왼쪽 측면을 돌파한 호날두가 문전으로 예리하게 꺾은 땅볼 크로스를 연결하자 아스날 수비수 키어런 깁스는 자신의 모멘텀과 반대방향으로 가는 볼을 걷어내려다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순간 단독찬스를 잡은 박지성은 뛰쳐나와 몸을 날린 아스날 골키퍼 매뉴얼 알무니아 위로 침착하게 오른발 슛을 차 넣어 선제골을 터뜨렸다. 지난 2일 미들스보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후반 쐐기골을 터뜨려 침묵하던 득점포를 재가동한 박지성의 2경기 연속골이자 시즌 4호골. 또 맨U 입단 후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뽑아낸 첫 골이었다. 박지성은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 시절 AC밀란과의 지난 2005년 대회 4강 2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바 있어 이제 챔피언스리그에서 2골을 기록하게 됐다.
박지성의 골은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놨다. 타이브레이커인 원정골에서 뒤지게 된 아스날은 이제 추가골을 먹지 않고 무조건 3골 이상을 넣어야 하게 됐는데 막강 맨U를 상대로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더구나 남은 시간 맨U를 무득점으로 막기는 어쩌면 3골을 넣기보다 더 어려운 과제였다. 불과 3분 뒤인 전반 11분 맨U의 호날두는 장장 40야드짜리 ‘장거리 미사일’ 한 방으로 아스날의 한줄기 실낱 희망마저 ‘폭격’해 버렸다. 아스날 진영 중간 왼쪽측면에서 얻은 프리킥에 키커로 나선 호날두는 ‘설마, 거기서 직접 때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완벽한 답을 안겨줬다. 그의 오른발을 떠난 전매특허 ‘무회전 미사일’은 아스날 선수들이 쌓은 벽을 넘은 뒤 뚝 떨어지며 골문 오른쪽 하단 코너를 파고들었고 골키퍼 알무니아가 몸을 날려봤지만 볼은 이미 네트에 꽂힌 뒤였다.
단 11분만에 두 골을 내준 아스날은 이제 4골 이상을 넣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이 됐고 사실상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사기가 떨어진 아스날은 최소한의 명예회복을 위해 사력을 다했으나 평소의 예리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맨U는 아스날의 파상공세로 나선 후반 16분 그림같은 역습으로 3번째 골을 뽑았고 그 중심에도 박지성이 있었다. 맨U 문전에서 흘러나온 볼을 잡은 호날두는 날려오는 박지성에게 힐 패스를 한 뒤 뛰쳐나갔고 박지성은 두세 번의 드리블로 거침없이 중앙선을 넘은 뒤 왼쪽 루니에게 완벽한 크로스 패스를 열어줬다. 볼을 잡은 루니는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쐐도하는 호날두에게 땅볼 크로스를 연결했고 이를 호날두가 완벽하게 차 넣었다. 맨U 문전에 있던 볼이 아스날 골 네트에 꽂히기까지 불과 5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환상적인 카운터어택. 이 골이 터지자 에미리츠스테디엄을 가득 메웠던 아스날 팬들은 단체로 구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아스날은 종료 15분여를 남겨두고 대런 플레처의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로빈 반 페르시가 성공시켰으나 승부와는 무관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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