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하락을 시작으로 차압사태로 이어진 부동산 시장의 우울한 뉴스가 2년 가까이 지속돼 온 가운데, 3월 말부터는 신용경색의 후폭풍이던 금융계의 위기가 마무리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신호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특히 바닥 낮은 줄 모르고 내려가던 주택가 하락 추세가 완만해지고, 차압매물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주택판매량이 긴 시간 이어진 감소세를 접고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주택가 하락이 ‘바닥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을 가능케 하고 있다.
지표와 수치들이 갖는 함축적인 의미와는 달리 실제 업계에서 어떤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 업계와 금융계 종사자들의 좌담을 마련해 부동산 경기를 진단해 봤다.
참석자들은 장기간 지속된 부동산 시장 위축의 피로증후가 걷히면서 적어도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서는 잠재 구입자들이 시장에 본격 진입하기 위한 숨고르기 들어갔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상업용 부동산 부문에서는 정도와 기간은 정확히 짚어낼 수 없지만, 추가 타격이 예상되고 있고 이에 따른 한인 커뮤니티 경제 향방도 좌우될 것이라는데 동의했다.
U자형 회복곡선 지금은 바닥 고르기 형세
가격 하락으로 주택 구입능력 지수는 상승
토마스 박 대표, 주훈 부사장, 대니얼 김 CFO, 강신용 공인회계사(왼쪽부터)가 남가주 부동산 시장을 진단하고 있다. <이은호 기자>
◇한인타운 부동산 경기에 봄날은 왔는가?
▲강신용 공인회계사(이하 강)-경기위축에 따라 한국으로 돈이 빠져나간 반면, 한국에서 미주로의 송금이 줄어들면서 한인타운은 3중고를 겪었다. 물론 이런 점들이 당장 개선된 것은 아니지만, 진행된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판단을 하고, 주택구입 의사를 올해 본격화하려는 잠재 구입자가 많다는 판단이다.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면 한인 커뮤니티 내에는 충분한 현금을 축적해 놓고 기다린 경우가 많고, 이제 본격적인 주택구입 샤핑에 나서고 있다.
▲주훈 뉴스타부동산 부사장(이하 주)-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락은 이제 바닥의 조짐이 확실하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 사이는 바닥 중의 바닥이라고 할 정도로, 시장 침체가 극심해 리스팅 광고에도 불구하고, 문의전화 한 통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4월 들어서서는 상대적으로 문의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한 증거로 좋은 조건의 은행차압 매물은 점점 없어지고, 숏세일이 늘고 있다. 여기에다가 모기지 이자율도 함께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물론 융자심사 규정이 강화되면서 에스크로가 열리더라도 10건 중 절반 이상은 승인을 받지 못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는데 금융계 추이가 관건이다.
▲대니얼 김 새한은행 CFO(이하 김)-한인 커뮤니티 은행들은 직접 모기지 대출을 하지 않지만, 상당 부분의 대출에 주택이 담보로 잡혀 있다. 관건은 거품이 일었던 주택시장에 거품이 다 빠졌느냐의 여부로 지표뿐 아니라 소비자의 감정적인 부분도 큰 작용을 한다. 평균수입과 주택중간가를 비교해 볼 때 LA의 주택 중간가격이 40만달러 밑으로 내려가면서, 1인당 평균 소득이 5만5,000달러면, 20%를 다운페이먼트 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주택구입이 가능한 수준이 됐다. 최대 수입의 35%를 주택관련 지출로 볼 때 현재 같은 이자율로는 구매력이 월등히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또 주택구입과 렌트를 비교할 때 주택가와 이자율 하락으로 인해 주택구입 매력이 크게 확대됐다. 현재 상황에 주택을 구입한다면 장기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으리란 것은 자명하다. 단 그간 세금보고를 정확히 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주택구입 시장에 진입이 어렵다. 반면 제대로 된 세금보고 서류가 갖춰진 소비자들에겐 호재다.
▲토마스 박 시너지부동산 대표(이하 박)-산업생산 활동이 대공황 당시보다도 빠른 속도로 추락했기 때문에, 반등 신호를 보이더라도 갑작스럽게 호경기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완만한 조정기를 거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U자형 경기회복 곡선을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고, 내년 이맘때면 공급과 수요의 포지션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지금은 바닥을 확인하고 있는 상황으로 향후 9개월간 조정기간을 거치면, 내년부터는 체감경제는 불경기라 하더라도 확실한 회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택 구매력은 올라가고, 이자율이 떨어지면서 집 구입에 대한 인센티브가 늘어났지만 역시 관건은 은행들이 돈을 푸는 것에 대해 얼마만큼의 자신감을 보이느냐다.
◇지난 몇 년의 호경기를 거친 후 급격히 바뀐 시장상황은?
▲강-2005년도에 이자 온리로 주택을 구입해 이자만 내면 렌트와 동일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동일한 주택을 구입하면 이자뿐 아니라 원금상환을 합친 페이먼트를 해도 렌트와 맞는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물론 버블의 원인이었던 노다운 등이 사라지면서 실질적으로 많은 다운페이먼트를 해야만 가능한 상황이다.
▲박-LA 한인 커뮤니티에 본격적인 부동산 침체는 2006년도 초여름에 찾아왔다. 2006년 플로리다주에서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도 한인타운에서는 콘도가 69만달러에 팔려나갔다. 그 콘도에 현재 27만달러의 오퍼가 들어가는 상황이다. 즉 한인 커뮤니티 경제는 일반 흐름에 비해 다소 뒤처지는 경향이 있다. 주택시장은 향후 9~18개월은 구입에 포지셔닝을 둬야 한다.
◇은행가는 현재 상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김-재무부는 융자를 늘리라고 하지만 금융시장이 위기를 겪으면서, 예금주들이 FDIC 보증한도에 맞춰 예금을 분산시키거나 다른 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유동성이 나빠졌다. 여기에다가 부실대출들이 반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국에서는 은행별로 현재의 부채 부실화율을 토대로 향후 2년간 현재의 자산으로 이를 버텨낼 수 있는지를 볼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중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대출확대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재무부는 대출을 늘리라고 하고, FDIC는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 속에 은행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단 환율 차이로 인해 한인 커뮤니티에서 빠져나간 자금들은 곧 환율변동에 따라 한인 커뮤니티로 재유입되리란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박-한인 커뮤니티 금융계에 한 번 더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본다. 꼭 한인은행이 아니더라도 한인 커뮤니티가 각종 프로젝트에 파이낸싱을 해준 은행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개발 프로젝트 50개 중 절반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남가주 주택시장은 10년래 최저가격, 낮은 이자율, 증가된 매물 등으로 올해가 구입에 최적기로 판단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회생기미가 있는가?
▲주-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매매는 거의 정지상태다. 1년 전만 해도 리스 사인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건물마다 2, 3개씩은 리스 사인이 붙어 있다. 물론 보는 각도에 따라 희망적인 뉴스가 될 수도 있다. 자본을 갖고 있다면 지금 같은 경우 타인이 버릴 때 저평가된 매물을 ‘줍는다’는 말도 적용될 수 있다. 투자가 됐던 주거용이 됐건, 시장이 발목에 왔건 무릎 밑에 왔건 조금 더 가격이 떨어지길 기다린다 하더라도 지금은 살 때다. 그 사이에 이자율이 0.5%에서 1% 이상 오르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의미가 없게 된다.
▲김-한인은행들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 대출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만일 대출이 70~80%씩 되는데, 대출자들이 건물이나 비즈니스 운영을 포기할 경우 타격이 직접적이다. 물론 공실률이 늘어나고, 대출의 위험도가 커지면서, 캡레이트도 7~8%로 떨어지게 됐다.
▲박-최근에 35%를 다운하고 100만달러에 구입했던 상업용 부동산이 바로 90만달러 정도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만일 이 부동산이 은행 소유로 넘어가 재판매하게 되면 60% 정도 수준에 나오기 때문에 30~40% 수준의 큰 폭의 가격 인하효과를 보게 돼 구입자들로서는 큰 기회다.
◇과열됐던 한인 마켓은 어떻게 될 것인가?
▲주-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구가하면서, 지나칠 정도로 늘었던 것이 1031교환을 통해 비즈니스를 팔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입하는 것이었다. 구입자들이 마음에 안 들어도 시간에 쫓겨 사는 경우도 많았다. 이제는 불가능한 상태다. 단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내가 미국생활을 시작할 당시인 1982년에만 해도 먼저 온 이민 선배들은 3, 4년 전에 호경기가 다 지났다는 말을 했는데, 이런 호경기는 역시 반복됐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리란 사실이다.
▲강-한인 커뮤니티가 매출대비 렌트가 높은 과열 마켓인 것은 사실이다.
공실률과 실업률이 늘어나면서 상업용 부동산이 한인 경제권에 분명히 스트레스를 주게 될 것이고, 스트레스를 받은 후 조정을 거친 한인 경제는 상업용 부동산이 살아나면서 함께 살아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부동산 시장에서 한인들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박-한인들은 열심히 일하는 기질이 있지만, 이런 경기 상황일수록 현명하게 선택하는 모습을 갖춰야 한다. 한국에서 살던 방식이 아니라 메인스트림에서 돌아가는 경기상황을 파악하고, 5년 10년 후에 어떤 모습이 펼쳐질 것인지를 이해해 가면서 현재의 경제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부동산 시장 침체는 한인들이 재정립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주-이민생활 중 부의 축적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인 수단은 부동산이다. 주택이 됐던, 아파트가 됐건 무리수만 피하고 기대치를 낮추면, 장기적으로 큰 이득이 될 수 있고, 현재는 내 집 구입의 호재임에 분명하다. 단 과거와 같이 소매형 스몰비즈니스를 열어놓고 시간을 많이 투자해 비즈니스를 하면 자연스럽게 부가 축적되던 80, 90년대식 비즈니스 마인드는 버릴 때가 된 것이다.
▲김-한인 커뮤니티의 경제성장은 주택용 부동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미 2000년대 들어서부터 매출과 마진이 준다는 말은 지속적으로 있어왔지만, 한인들은 높은 주택 소유욕을 바탕으로 에퀴티를 빼내거나 주택매매 차액을 이용해 비즈니스를 떠받치는 방식으로 운영해 온 것이 사실이고,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E2 비자 비즈니스였다.
20만달러를 투자해서 2,000달러 매출의 커피샵을 구입하고, 이를 30만달러에 되파는 가운데 렌트는 1달러대에서 4달러대로 치솟았다. 이제는 주택가 폭락으로 이런 상황을 지탱할 수 없게 됐다. 주택시장 회복이 선행지표로 비즈니스 회복에 기여하길 바라지만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기는 힘들 것이다.
▲강-실질적이고 검소하게 사는 생활태도로 돌아가야 한다. 그간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전제해 생활비용에도 거품이 많이 끼고 자녀들의 눈높이도 너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받게 될 경제적 충격이 더 커지기 때문에 평소에 검소하게 사는 생활습관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주훈 뉴스타부동산 부사장
강신용 공인회계사.
대니얼 김 새한은행 CFO.
토마스 박 시너지부동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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