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전원도시로만 알려졌던 뉴욕주 빙햄튼에서 3일 오전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지역 한인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사건 현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사는 빙햄튼뉴욕주립대학(SUNY) 한인학생회 이보현(수학과 3학년) 회장은 “만우절도 지났는데 누군가 장난치는 줄로만 생각했다. 평소의 지역 분위기로는 이런 엄청난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SUNY 빙햄튼 캠퍼스와는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사건 발생 장소는 지역이민자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 평소 한인유학생 배우자와 가족들이 영어를 배우러 자주 출입하던 곳이다. 이 회장은 “다행히 3일부터 봄방학이 시작돼 대부분의 동포학생들은 뉴욕시의 집으로, 유학생들은 여행을 떠나 그나마 한인들의 피해가 크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친구들과 함께 퀸즈 집으로 향했던 성인영(간호학과 3학년)양은 출발 직후 소식을 접하고는 친구들에게 다급히 전화해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다며 “범인이 아시안이라는 말을 듣고는 조승희 사건이 떠올라 무서웠다”고 당시의 끔찍한 기억을 떠올렸다.
성양의 모친 황금숙(프레시메도우 거주)씨는 “봄방학이 지나면 다시 캠퍼스로 돌아가야 하는데 부모 입장에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이래저래 걱정”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SUNY 빙햄튼 재학생 김하일(경제학&수학과 3학년)군은 “당혹스럽고 무서웠다. 출석교회 교인들이 영어를 배우러 다니던 곳이어서 너무 놀라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인 한 명이 총상을 입고 입원해 급박하게 병원으로 달려갔던 빙햄톤한인침례교회 송경원 담임목사는 “평화롭던 지역에서 이런 참사가 발생해 한인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피해자와 가족들, 심적인 충격에 휩싸인 한인주민들이 안정을 찾도록 많은 기도 바란다”고 말했다.
이보현 한인학생회장은 “우선은 임원들과 상의해봐야겠지만 봄방학이 끝나고 개학 첫날인 14일까지는 사실상 제대로 만나기조차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한인피해자 돕기에 학생회 차원에서도 최선을 다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뉴욕주 빙햄튼 지역은?
인구 4만7000여명...한인 100여 가구 미만
뉴욕주 브룸카운티에 있는 빙햄튼은 뉴욕시에서 북서쪽으로 140마일 떨어진 곳이다.
2000년 센서스 기준, 거주인구는 4만7,000여명으로 이중 한인 인구는 정확한 집계자료가 없지만 현지 주민들은 유학생과 주민들을 포함해도 100여 세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UNY 빙햄튼 한인학생회 집계로는 학부에 한인 유학생 700여명과 한인동포 출신 재학생 300여명 등 총 1,000여명이 재학하고 있고 대학원에 약 30여명의 한인이 등록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인학생회 지도교수인 조성대 한국어학과 교수를 비롯, 다수의 한인 교수들도 대학에 근무하고 있다.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학생과 주민이 거의 절반씩 비율로 구성돼 있으며 주민들은 자영업자보다는 의사, 교수, 엔지니어링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여명의 한인이 출석하는 빙햄톤한인침례교회와 1년 전 세워진 한마음장로교회 등 2개의 한인교회도 위치해 있다.
■패터슨 주지사 비극...오바마 충격받았다
사고가 발생한 건물은 미시민권협회(American Civic Association) 지역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빙햄튼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다. 이민자들이 시민권 신청을 하며 협회는 이민가족 지원, 난민 보호, 교육, 통역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매리앰 와이서 시민권협회 부회장은 “총격 사건이 벌어질 당시 이민자들을 위한 시민권시험 영어 클래스가 진행 중이었다”며 이민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곳에서 일어난 참극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이와관련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 주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총기 사고로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다면서 너무나 비극적인 참사라고 말했다. 또 독일을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난사 참사에 충격을 받았다며 몰상식한 폭력 행위라고 비난하고 피해자와 가족, 지역 주민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3일 총격난사사건이 발생한 빙햄턴 미시민권협회(ACA)에서 인질들이 풀려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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