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기록행진..7천억원어치 팔려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소장품 경매에서 중국 정부가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쥐머리, 토끼머리 청동상이 각각 1천400만유로(1천79만달러, 약 270억원)에 팔렸다.
경매를 주관한 크리스티 측은 이날 저녁 이들 청동상은 익명의 전화 입찰자에게 각각 1천400만유로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경매수수료를 포함하면 낙찰가는 1천570만유로(2천30만달러, 약 300억원)씩에 달한다.
이 같은 낙찰가는 당초 경매에 나온 1천만유로(약 200억원)씩의 호가를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이들 2점의 문화재는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이 제2차 아편전쟁(1856-1860년)이 끝난 후 청나라 황제의 여름별장인 베이징(北京)의 위안밍위안(圓明園)을 파괴하고 약탈해 간 청동 12지신상 중 쥐머리, 토끼머리 청동상으로 지난해 6월 타계한 생로랑이 소장해 왔다.
이들 청동상에 대한 경매는 중국 정부의 경매 반대와 반환 요구 속에 이뤄진 것이어서 향후 중국 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 중국에서 발간되는 글로벌 타임스는 25일 프랑스가 다시 중국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있다고 밝혀 올림픽 성화 봉송 방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회동을 둘러싸고 갈등에 휩싸였던 양국 관계가 다시 불편해질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날 경매가 진행되기 직전 경매장인 파리의 그랑팔레 앞에서는 수십여명의 중국인 유학생 등이 몰려와 약탈 문화재의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유인물을 배포하며 항의의 뜻을 표출했다.
중국 측 변호사들은 이번 경매에 앞서 경매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파리지방법원 재판부는 23일 이를 이유없다고 기각했었다. 생로랑의 연인이자 동업자인 피에르 베르제도 중국이 티베트에 자유를 주면 청동상을 돌려주겠다면서 경매중단 요구를 일축했었다.
중국의 문화재 당국도 크리스티 측에 경매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으나 크리스티의 경매를 막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매가 시작되기 전 중국인 변호사 1명은 경매 결과를 보고 향후 대처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추가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외교부의 마자오쉬 대변인도 24일 청동상의 반환을 거듭 촉구하면서 서구 제국주의 열강은 중국의 문화 유산을 다량 약탈해갔다면서 이들 문화재는 당연히 반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23일부터 3일간 계속된 경매는 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연일 경매기록을 갈아치우며 대흥행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경매회사인 크리스티는 경매가 끝난 뒤 성명을 내고 생로랑의 유품은 3일간의 경매에서 3억7천350만유로(4억8천450만달러, 약 7천290억원)의 낙찰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경매에서 최고가 기록은 야수파의 대가 앙리 마티스(1869-1954)의 ‘푸른색과 핑크빛 양탄자 위의 노란 앵초’가 세운 것으로 집계됐다. 마티스의 이 유화작품은 3천590만유로(약 692억원)에 팔렸다.
이어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희귀 목재 조각품인 ‘마담 L.R.’은 2천920만유로(약 550억원)에 낙찰됐으며 아일랜드 디자이너인 아일린 그레이(1878-1976)의 안락의자 작품인 ‘용’(龍)은 2천190만유로(약 425억원)에 거래됐다.
또 피에 몬드리안(1872-1944)의 ‘파랑, 빨강, 노랑 그리고 검정의 조화’는 2천160만유로(약 416억원)에 팔렸다.
베르제는 경매가 끝난 뒤 회견을 갖고 오늘 저녁은 정말 행복하다고 운을 뗀 뒤 모든 낙찰자들이 이번에 사들인 예술품을 진정으로 사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mingjoe@yna.co.kr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