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단조롭지도 않게
꿈을 주는 환상과 현실사이 균형에 고심
매년 이맘때면 액세서리 디자이너 스튜어트 와이츠먼은 보석으로 휘감은 1백만 달러짜리 오스카 구두를 선보인다. 2002년 ‘머홀랜드 드라이브’의 여배우 로라 엘리나 해링이 온통 다이아몬드가 번쩍이는 샌들을 신고 레드카펫을 걸어 나왔던 이후 시작된 연례 홍보행사인 셈이다. 그 이후 여배우 레지나 킹과 가수 앨리슨 크라우스 등 여러명 스타들이 해마다 그의 ‘신데렐라 구두’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아왔다.
그러나 와이츠먼은 금년엔 1백만 달러 구두제작을 그만 둘 생각이다. 불경기를 감안해서다. 물론 22일 거행되는 금년 오스카 시상식에도 많은 여배우들이 화려한 치장으로 아름다움을 뽐낼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현실과 완전히 유리된 동화 속의 공주 같은 모습으로 보이기는 원치 않을 것이다.
지난 한 주 할리웃의 핫 이슈 중 하나는 오스카의 의상이었다 : 어떻게 하면 많은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오스카의 광채를 잃지 않으면서도 어두운 경제사정을 감안, 몰지각하게 보이지는 않을 수 있을까? 절제에 익숙하지 않은 이 동네에선 균형 맞추기가 쉽지 않은 상당히 민감한 과제였다.
파티도 좀 달라진다. 배니티 페어 파티나 마돈나 파티도 취소된 것은 아니지만 규모를 줄이고 내용도 달라진다. 프아그라 대신 미니 햄버거로 음식이 바뀌고 지난해에 썼던 파티 장식을 다시 보게 될 수도 있다.
오스카 시상식을 전후하여 호텔 스위트에서 스타들에게 무료선물을 증정, 홍보효과를 노리는 ‘기프팅 스위트’ 행사의 터무니없는 화려함도 줄어들었다. 금년에도 6,500달러짜리 시계를 비롯, 스포츠클럽 회원권, 양가죽 부츠, 다이아몬드 가루로 얼굴 마사지를 하는 ‘다이아몬드 페이셜’ 등이 무료 제공되긴 하지만 예년에 비하면 ‘초라’해진 셈이다.
움츠러드는 경향에 대한 불만의 소리도 적지 않다. “정말 레드카펫 위가 검정 팬츠수츠의 여배우들로 채워지는 것을 원합니까?”라고 한 패션잡지 관계자는 반문한다. “지금이 불경기이긴 하지만 지구의 종말은 아니잖아요”
어려운 현실에서 잠시 도피하여 꿈속의 환상을 맛보게 해주는 것도 스타의 존재이유에 속한 다는 것. “현재의 경제 상태를 무시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단 한 시간이라도 이들을 보며 웃음 짓게 하는 것은 보람있는 일이지요”라고 명사들의 스타일리스트인 레이첼 조는 주장한다.
아직은 금년 오스카 시상식장이 검정색 주조의 절제된 분위기일지, 무지개빛 찬란한 화려한 모습일지 알 수가 없다. 대부분 스타들의 의상은 마지막 순간까지 비밀에 붙여지기 때문이다.
2006년 오스카에서 샬리즈 테론이 입었던 대형 리본의 발렌티노 드레스처럼 튀는 디자인은 금년엔 찾기 힘들 전망. 앞서 열렸던 골든 글로브나 SAG 시상식에서도 삼가는 기색이 역력했다. 2년전 발렌티노의 화려한 그린 드레스를 입었던 케이트 윈슬렛도 SAG 시상식에서 심플한 블루드레스로 톤을 낮추었다. 골든 글로브도 마찬가지. ‘화려한 광채’가 특징인 비욘세는 그녀답게 200캐럿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로 치장하고 나타났으나 헤어스타일은 심플했고 금빛 드레스를 택한 제니퍼 로페즈 역시 액세서리와 헤어스타일은 단순하게 마무리했다.
정세에 따라 오스카의 드레스코드가 영향을 받은 적은 전에도 있었다. 2차 대전 중인 1940년대 아카데미 위원회는 모든 참석자에게 어두운 빛깔의 세미포멀 의상을 입도록 당부했었고 1967년엔 미니스커트와 터틀넥 등 히피복장을 금지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하다 해도 시상식의 의상은 영화 속과 마찬가지로 허구에 불과하다. 레드카펫을 수놓는 드레스와 구두, 핸드백, 보석, 심지어 머리 가발까지 대부분은 이날 하루를 위해 빌렸다가 다시 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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