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회전 중에도 마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팽이와 이때 작용하는 혼원력에 튕겨나가는 쌀 한톨, 이것이 무술의 원리죠.
권법 연마로 40여년의 무술 외길을 걸어온 정건영(43)씨는 현재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몇 안되는 무림고수중 한명이다.초등학교 입학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태권도를 시작한 그는 이소령 주연 영화 ‘정무분’을 보고 중국무술에 입문했다. 거구들을 거뜬히 때려눕히는 외소한 몸집의 이소령은 어린시절 그의 영웅이나 다름없었다. 중학교 시절 소림권에 입문, 연마만 20여년을 맞던 1997년 컴퓨터 유통 사업을 위해 시장조사차 북경에 들르면서 또 다른 권법인 형의권을 만났다.
북경대학교 식당에서 우연히 형의권을 연마중이던 한 무리를 목격, 달려갔고 지도중이던 스승에게 가르침을 청하게 됐다. 이것이 저국용 북경시 형의권연구회회장과의 첫 만남이다.매년 최대 8차례씩 사업차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배움을 이어갔고 그렇게 5년을 보냈다. 저 선생과의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낳았다.
중국무술의 최고경지는 의권이라는 스승의 말에 호기심을 품던 그는 때마침 요승광북경의권연구회회장을 만나면서 의권 연마를 시작했다. 가만히 서서 신체내부의 본능의 힘을 찾아내는 ‘참장’, 그 힘을 사용하기 위해 연습하는 ‘시력’, 힘을 폭발시키는 ‘발력’이 바로 의권의 3단계.
가장 완벽한 권법을 드디어 만났기에 앞으로는 의권에 집중할 예정이다.
3년 전 도미, 브롱스에 사는 그는 틈날 때 마다 공원에 나가 수련을 계속한다. 호기심에 그를 시험하려다가 혼쭐이 난 흑인 청년이 이제는 그의 제자가 됐다는 에피소드는 그 자체가 한편의 무림소설이다. 그는 무술이란 정신수양, 도인과는 관련이 없다고 못 박는다. 벽돌이나 얼음을 격파하는 파괴력이 아닌 움직이는 유기체인 사람을 향해 살상력을 발하는 힘이라는 것. 그는 ‘무술이 심신을 단련한다’라고들 말하지만 무술의 본질은 심신의 수련이 아니라 격투를 위한 것이기에 쓰임에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체를 해하려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그가 무술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무술이 지닌 살상력 때문이다. 그는 끊임없는 우주의 움직임을 자각하지 못하듯이 사람 역시 자신의 세포의 움직임을 느끼지 못할 뿐이라며 근력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몸속의 진동하는 에너지를 찾고 발견해내 내 몸의 진동과 우주의 진동이 만나 공명을 일으키는 상태가 바로 그 힘의 규모가 거대해지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술이 내 삶의 전부이고 행복 그자체이지만 고생한 아내 앞에서는 절대 무술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며 왜곡된 무술에 대한 이미지와 관념들을 바로 잡아 사람들이 완벽하게 무술을 느끼도록 인도하는 것이 꿈이며 앞으로 책도 내고 많은 제자양성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신장 168cm에 몸무게 60kg인 그는 매주 목요일 저지 잉글우드 재 FGS 코리안 커뮤니티 센터에서 의권을 가르치고 있다. <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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