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발견 후 확산
건강한 사람엔 무해
환자·노인은 치명적
모든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가 미국 병원에서 확산되고 있어 의학 관계자들이 비상에 걸렸다.
간호사인 루스 번즈(67)는 최근 허리 통증을 해소하기 위해 단순한 수술을 받았었다. 그러나 병원에서 폐렴에 걸리는 바람에 호흡 보조기에 의존해야 했다. 5일 후에 퇴원했으나 몇시간 만에 현기증과 심한 통증으로 병원에 돌아온 번즈는 끝내 수술을 받은 지 17일만에 숨을 거뒀다. 사인은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라는 박테리아가 일으킨 뇌막염이었다.
아시네토박터는 현존하는 대부분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으로 등장, 병원 관계자들의 깊은 우려를 사고 있다. 아시네토박터를 비롯해 슈도모나스 아루지노사, 클렙시엘라 뉴모니에 등 3가지 박테리아는 아직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만큼 일반인들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곧 MRSA처럼 치명적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MRSA가 더 흔하게 발생하지만 아직 이를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가 있고 새로운 약이 개발되고 있는 반면 이들 박테리아는 모두 치료가 어려운 그램 음성의 박테리아로 대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 그램 음성 박테리아에 사용되는 가장 강력한 항생제가 ‘카바페넴스’(carbapenems)인데 카바페넴스에 내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의사들은 카바페넴스 마저 실패하면 최후의 수단으로 콜리스틴에 의존하고 있는데 태프츠 대학의 헬렌 바우처 교수는 콜리스틴이 독약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심장마비와 난청 등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콜리스틴은 2001년에 딱 한 차례 처방된 적이 있으나 2007년에는 68건으로 늘어났다.
클렙시엘라 박테리아도 모든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종류가 미국에서 2000년에 처음 보고된 이후 동부와 중서부로 확산됐다. 지난 12월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 병원에서 내성 클렙시엘라 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들의 44%가 사망했다. 더구나 역시 그램 음성인 대장균도 내성이 있는 종류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 4가지 박테리아는 미국 병원과 양로원에서 가장 많은 감염을 일으키는 6대 세균에 포함된다.
이들 박테리아는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해롭지 않지만 병원과 양로원에 있는 노약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노약자들이지만 지난달 24일 20세의 브라질 모델이 퓨소모나스 박테리아에 감염돼 사망한 사건처럼 예외도 늘어나고 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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