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 불황을 뚫는다 한인 요식업계 좌담회
힘겨운 가격인하 경쟁... 타 업소와 차별화,경비절약 등 아이디어 필수
타인종 고객 끌어들일 마케팅 필요
한인들만 상대해선 불경기 타개 어려워... 서비스에 ‘프로 정신’을
LA 한인타운 요식업계가 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하나 둘씩 ‘폐업’ 간판을 내거는 업소들이 생기더니 올해 중반까지 30% 이상의 식당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괴담까지 나돌고 있다. 요식업계가 기대했던 한·미간 무비자 특수는 원화 환율의 약세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불경기가 장기화되며 업소마다 직원 감원과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한인타운의 대표적인 식당 업주들과 요식업계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2009년 한인타운 요식업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불황 타개를 위한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편집자주>
밀반찬 수 조절 등 경비절약 대안마련 서둘러야
’무비자’ 겨냥 오픈한 대형식당들 고전 안타까워
한인 요식업자들이 본보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불황 타개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무라사키 자스민 유 사장, LA한인요식업협회 이기영 회장, 웨스턴 순대 다니엘 오 사장, 강남회관 이상헌 사장.
-현재 한인타운 요식업계가 불황에 시달리는 원인은?
▲이기영-20년 전과 비교하면 한인타운의 음식가격의 변화는 고작 1~1.50달러 정도다. 이에 비해 재료비와 인건비는 3~5배 상승했다. 업주들이 운영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주류시장에 나가보면 치킨 샌드위치 같은 단일 메뉴가 7달러가 넘는다. 식당들이 차별화보다는 가격 인하로 자구책을 펼치다 보니 과당경쟁으로 모두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다니엘 오-한인 업주들은 요식업의 기본인 가격 산정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식당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원가에 일정 마진을 더하고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계산해 메뉴 가격을 산정하는 자신만의 포뮬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업주가 얼마의 수익을 취할 것인지 비용을 어디서 절약할 것인지 계산이 가능하다. 가격 산정에 의한 경영을 해야만 타 업소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매출을 늘리려면 어느 선까지 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지 정확한 수치가 나온다.
▲이상헌-전 세계적인 불경기가 가장 큰 원인이다. 한인타운은 비즈니스 고객이 중심인데 불경기로 한인 업체들이 지출을 줄여 요식업소들도 타격이다. 하루 매출이 절반 이상으로 떨어진 업소들은 가격 인하 자체가 불가능하다. 타인종 고객의 비율을 더 확대해야 한다. 한인만 상대로 식당을 운영해서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 타인종 고객을 위해 간판과 메뉴, 디렉션 안내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자스민 유-전반적인 불경기로 경영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인타운에 대한 타인종 고객의 관심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타인종과 영어권 한인들을 겨냥한 직원들의 영어 교육과 서비스 교육이 전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한미 무비자 특수가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있다.
▲이상헌-지난해 무비자 특수를 기대하고 한인타운에 몇몇 대형식당들이 오픈했다.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무비자 관광객 숫자가 새로운 고객층을 형성할 만큼 많지 않고 불경기로 관광객들도 소비를 줄였다. 무비자를 겨냥하고 많은 자금을 투자해 오픈한 대형식당의 성공을 기대하기에는 전체적인 경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안타깝다.
▲이기영-원화 대비 달러가 상승하면서 관광객 상대 매출은 감소했다. 무비자 시대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피부로 느끼는 불경기는 더 강하다. 무비자로 입국하는 한국 관광객들의 구매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아직까지 무비자로 인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불황과 환율 상승으로 무비자 특수가 실종됐다.
-한인식당들만이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측면은?
▲다니엘 오-밑반찬을 제공해야 하는 한식당의 특성에서 추가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밑반찬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인건비와 재료비를 고려하면 밑반찬 1개 비용은 최소한 1달러는 될 것이다. 밑반찬 제공은 패스트푸드나 미국 일반 식당들에게는 없는 한인 식당들만의 고민이다. 차이나타운이나 베트남타운은 5달러 이하의 음식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반찬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가격 설정이다.
▲자스민 유-타인종 고객들도 밑반찬 리필 요청이 많다. 한인타운에 있는 일식당이기 때문에 겪는 일이다. 밑반찬을 고객들이 좋아하는 종류 4가지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불필요한 반찬 경쟁은 줄이는 것이 요식업계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상헌-10년 전에도 한인타운에서 밑반찬 4~5가지로 제한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경쟁으로 지켜지지는 않았다. 밑반찬과 밥을 먹고 메인 음식은 포장해서 가져가는 부분은 업주에게는 이중고가 되고 비용 증가의 원인이다.
-불황을 이겨낼 수 있는 실마리를 어디서 찾는가?
▲다니엘 오-가격 경쟁에 돌입해 수익을 내려면 밑반찬 줄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적자 방지를 위해서는 반찬 가짓수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10여가지가 넘는 반찬을 제공하면서 20달러를 넘는 갈비를 판매하려는 운영은 불황기에는 성공하기 어렵다. 꼭 필요한 반찬만 준비하고 메인 메뉴의 가격을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 웨스턴 순대의 순대국이 9.99달러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250그릇을 판매하면 매출이 2,500달러다. 특별 이벤트를 통해 순대국 2그릇을 9.99달러에 판매했더니 600그릇으로 판매가 증가했고 결과적으로 매출은 3,000달러로 늘었다. 이런 방식을 이용하면 5달러 메뉴를 개발하는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와도 경쟁이 되기 때문에 타운 밖으로 나가는 한인들을 끌어올 수 있다.
▲이상헌-타운 내 식당 공급이 과잉인 측면이 없지 않다. 지금은 타 직종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식당을 오픈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식당을 거래하는 것이 현명하다. 불경기에는 단골 고객 유지가 중요하다. 특히 처음 찾은 타인종 고객을 친절하게 대하면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선 타인종 고객을 유치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이기영-한인이 운영하는 수산물 공급업체에 따르면 한인타운을 제외한 지역의 한인 운영 식당들의 매출이 더 안정적이라고 한다. 5년 전 650여개였던 한인타운 식당이 현재는 1,200여개에 달한다. 한인타운 내 요식업계 경쟁이 과다할 수밖에 없다.
▲자스민 오-직원들의 영어 교육이 필요하다. 타인종 고객들이 왔을 때 자신감을 갖고 대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인 고객에 치중하다 보면 타인종 고객에게 소홀하기 쉽다. 직원들이 한인만 상대했거나 경험이 부족해 경직된 태도를 고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앞으로 한인 요식업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기영-5월까지가 고비다. 인건비와 재료비가 상승했기 때문에 직원을 최대한 감원하고 업주 부부가 운영하는 형태의 식당들이 증가하고 있다. 많은 식당들이 직원을 50% 이상 감원했다. ‘식당은 소자본으로 쉽게 시작하는 비즈니스’라는 시대는 지났다. 식당 창업은 신중해야 하고 3개월 이내에 성공이 결정된다. 이미 한인타운에 있는 비슷한 음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새로운 컨셉의 음식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자스민 오-프로 정신이 있는 식당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최고의 서비스를 하겠다는 자세로 대응한다면 불경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양질의 음식과 청결은 필수다. 식당은 서비스업이고 불경기로 고객들의 요구가 더 까다로워진 만큼 업주들도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해야 할 것이다.
▲다니엘 오-3월 말까지 한인타운 식당의 25%가 폐업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올해는 업소를 유지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운영의 어려움을 견디기 힘들다면 냉정하게 판단해 업체를 정리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음식가격을 35% 인하해 매출을 10% 정도 올리는 방법을 이용해 보는 등 불경기 극복을 위해 경영자적인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이상헌-지난 27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며 경기 흐름의 변화를 겪었지만 이번 불황이 가장 심각하다. 전 세계적인 불경기라는 것을 감안해 업주 스스로 열심히 일을 한다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과 서비스의 개선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기영 회장 LA 한인요식업협회장
이상헌 강남회관 사장
웨스턴 순대 다니엘 오 사장
무라사키 자스민 유 사장
▶좌담회 일시
2009년 1월29일 오후 3시
▶장소
한국일보 회의실
▶참석자
LA 한인요식업협회 이기영 회장, 강남회관 이상헌 사장, 웨스턴 순대 다니엘 오 사장, 무라사키 자스민 유 사장
▶사회 및 정리
김연신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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