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너스가 신분 결정하는 월가 남성, 불황에 특히 취약
메간 페트러스(27)는 지난해 초 불황이 왔음을 실감했다. 대형 은행에서 파생증권 업무를 취급하는 남자 친구가 페트러스의 아버지가 심장 마비를 일으킨 후 그녀를 위로하기 보다는 해고된 직원 일에 더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크리스틴 캐머론의 경우는 1년간 사귀던 증권 분석가가 함께 있다 술에 취해 사라진 후 다음 날 거꾸로 크리스틴이 어디로 없어졌다고 비난하는 것을 듣고 불황이 왔음을 깨달았다. 작년 11월1일 결혼한 돈 데이비스(26)는 골프가 취미인 펀드 매니저 남편이 골프를 중단했을 때 불황이 시작됐음을 느꼈다. 그녀는 “제일 친한 친구 한 명이 남편을 진정시켜 35세 전에 죽지 않게 하는 것이 내 할 일이라고 말했다”며 “처음 결혼할 때 생각한 것과는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은행가와 데이트 하는 여성들’(Dating a Banker Anonymous) 모임에서 이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 모임은 레만이 파산하거나 다우가 하루에 777포인트 떨어져 남자 친구와의 교제에 문제가 생긴 여성들을 돕기 위해 작년 11월 발족됐다.
1주일에 한두 번 만나는 것 외에도 이 그룹은 웹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 웹사이트는“남자 친구가 주는 용돈이 절반으로 줄고 포도주도 사주지 않을 때”“페미니스트의 눈길을 피해” 가입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 그룹 회원이 하는 일은 우선 드레스와 힐을 착용하고 칵테일 한 잔을 마신 후 자기 차례를 기다려 그동안 쌓인 것을 털어 놓는 것이다. 주로 20대 중반에서 후반의 여성 30명 정도가 웹사이트에 글을 올리거나 모임에 참석한다.
오랫동안 싸우다 지난 달 기업 부동산 투자 전문가와 헤어진 레이니 크로웰(27)은 “웹사이트에 올린 글을 보고 농담을 하지만 사연들을 보면 모두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월가 직원의 여자들을 서로 소개시켜 주면 ‘웹사이트에 믿지 못할 사연들이 적혀 있다. 한 번 보면 훨씬 마음이 가벼워질 것’이라고 말들을 한다”고 말했다.
전에는 자신은 바쁘게 일을 하면서 크레딧 카드를 맡겨두는 돈 많고 힘 있는 남자 친구를 갖고 있는 것은 축복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지금 많은 월가 직원의 아내와 여자 친구, 전 여자 친구들은 보모 고용 시간이나 고급 식당에 가는 시간이 줄어드는 고통을 맛보고 있다. 크레딧 카드는 취소된 상태다.
맨해튼의 이혼 전문 변호사인 라울 펠더는 금융업 종사자의 경우 경기가 나빠지면 이혼 서류가 늘어난다며 해고당하거나 보너스가 줄어들면 관계가 악화되고 “애인에게 줄 돈이나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 여성 중 한 명은 왜 자기를 여행에 데려가지 않느냐고 불평하자 기혼자인 애인이 경기가 나빠지자 아내가 지출 명세서를 조사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는 글을 웹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
돈과 결혼에 관한‘돈이 많건 적건’이란 책을 쓴 파크 애브뉴 컨설팅의 해리엇 패퍼하임은 불황이 월가의 고소득자에게 특히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들은 타이틀과 보너스 액수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나쁜 뉴스가 쏟아지는 것과 관련, “이는 그들의 에고와 자존심에 큰 타격을 준다”며“그 분풀이를 파트너나 아이들에게 하기 쉽다”고 말했다.
변호사인 페트러스와 패션 웹사이트에서 일하는 크로웰은 은행에 다니는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지난 가을 이 모임을 시작했다. 최근 한 호텔에서 가진 미팅에서 페트러스는 “우리가 아니라 경제가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은행 종사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면 인간관계를 제대로 이끌어 가지 못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작년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
많은 여성들은 작년 가을 경제 위기가 닥친 후 애인들의 무드를 점치기 위해 시장 동향을 살피기 시작했다. 금융 구제안이 의회 통과에 실패하거나 레만이 파산한 것 같이 큰 뉴스가 터지는 날은 데이트가 연기되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캐머론은“그 정도는 각오한 것으로 그냥 받아들이게 됐다”며“남자 친구가 갑자기 집중을 하지 못하고 아무 때나 블랙베리를 두들겨 블룸버그 통신을 체크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11월 말 남자 친구와 헤어졌지만 요즘도 가끔 보기는 한다.
이 그룹 주요 토픽의 하나는 직장 생활과 침실의 관계다. 스피너 데이비스는 보드카를 마시며“그날 거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섹스를 더 많이 하려는 남성이 있다”고 말했다. 페트러스는“운이 좋으면 그런 남성을 만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피너 데이비스와 결혼한 지 3개월 된 브랜든은 경제 때문에“일하는데 더 많은 스트레스와 압력을 받는다”면서 그로 인해 가정생활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부인했다.
그룹 내 일부 여성들은 남자들이 혼자 떨어져 있는 단계를 지나 도움을 요청하며 달라붙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다른 여성들은 무시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AP라고 밝힌 한 여성은 웹사이트에 남자 친구가 자기한테 한마디도 묻지 않은지 3주가 지났다고 썼고 다른 여성은 애인이 불황 때문에 중서부로 이사하기 전 가고 싶은 뉴욕 식당 리스트를 만들라는 끔찍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적었다.
남자와 헤어진 또 다른 여성은“다음에 금융 분야 종사자와 사귈 때 그런 사람은 수학에 능통한 멍청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썼다.“불황 때문에 독신으로 지내는 기간이 2년 길어졌다”는 것이다. 또 한 여성은 남자 친구로부터“이번 주말까지 20명을 해고해야 한다며 어린애 같이 휴가와 저녁 문제로 귀찮게 굴지 말라”고 핀잔을 들었다고 서운해 했다.
웹사이트에 이들이 사귀는 남성들은 금융 계통 남자 친구(Financial-Guy Boyfriends)로 묘사된다. 경제 뉴스에는 색깔 별 경고가 붙여진다. 다우가 300포인트 폭락한 날은 빨간 색이다. 이런 날을 여자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빨래나 하는 것이 좋다. 워런 버핏이 GE에 30억달러를 투자한 날은 노란 색이다. 남자 친구와 저녁 먹으러 가도 좋다. 오바마가 취임 한 다음 날인 1월21일은 그의 희망의 메시지를 축하하기 위해 초록색이다.
은행가와 데이트하는 것은 이런 숱한 문제에도 불구, 여전히 매력적이다. 페트러스는“200달러짜리 저녁이 다는 아니다”라며 “그는 알파 남성이며 적극적이고 성취욕이 강하다. 자신감이 있으며 사람들한테서 존경을 받는다. 이것이 그를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