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의존도 낮춰야 이윤추구 눈 멀어 비판
WSJ 양국 총리, 오바마 정부에 냉담한 환대
중국과 러시아 총리가 2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포럼에서 경제위기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한 국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미국 달러에 세계 경제가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 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협조적 관계를 희망했으나, 새 정부에 대한 태도로 볼 때는 ‘냉담한 환대’ 였다고 평가했다.
푸틴 총리의 어조가 보다 직접적이었다. 푸틴 총리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현 경제위기를 ‘퍼펙트 스톰’(최악의 폭풍우)으로 비유한 뒤 (미국 투자은행들이) 경제위기가 코 앞에 닥친 상황에서 기득권만 지키려 했다고 비판했다. 푸틴은 1년 전 이 자리에서 미국 대표가 미국 경제는 기본이 튼튼하고 전망도 밝다고 했지만 지금 미국 투자은행들은 사실상 퇴출 상태라고 꼬집으면서 세계경제 기축통화를 지역별로 다변화해 달러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기조연설을 한 원자바오 총리는 푸틴과 달리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 총리 역시 금융체제에 대한 국제적 규제 강화 특히 주요 국제통화에 대한 감시체제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해 푸틴과 입장을 같이했다. 원 총리는 (세계 경제의 위기가) 낮은 저축률과 분수에 넘치는 소비라는 지속 불가능한 발전모델을 고수하고 있는 일부 국가의 잘못된 거시경제 모델에서 비롯됐다며 미국의 만성적 무역적자를 지목했다.
원 총리는 이윤 추구에 눈 먼 금융기관의 과도한 팽창과 금융기업 및 신용평가사의 자기절제 부족도 비판했다. 원 총리의 이날 발언은,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비난한 것과 맞물리면서 특히 눈길을 끌었다. WSJ은 원 총리가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면 양국 모두 패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영국 런던 소재 유럽개혁센터의 밥 로 책임연구원은 경제위기를 계기로 러시아는 세계경제의 변방으로 추락하는 반면 중국은 경제위기 해결의 주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 같은 위상 차이 때문에 미국을 비판하는 양국 총리의 태도에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고 WSJ에 설명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등 원자재 수출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교역이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중국은 미국 소비시장 의존도가 높은데다 미국 돈을 2조달러나 갖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이 동반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의 유일한 희망으로 떠오르는 중국의 달라진 위상도 세계경제포럼 곳곳에서 확인됐다. WSJ은 선진국이 중국 정부에 보다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원 총리는 4조위안(약 803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의 세부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며 중국은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올해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고 보도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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