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새해를 맞이한 디트로이트의 경제는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은 모습이었다. GM본사가 위치한 디트로이트 다운타운 곳곳에는 버려진 건물들이 즐비했다.
디트로이트 경제의 전반적인 침체는 한인사회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인인구는 지난 수년간 30% 가까이 감소했으며 젊은 한인들은 미시간주를 떠나고 있다. 하지만 한인들은 경기불황에도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며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 ‘빅3’ 붕괴 뒤 경제공황에 신음
디트로이트에 도착한 지난 10일 오후 이 지역을 강타한 겨울 폭풍으로 수은주는 화씨 영하 2도까지 떨어졌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는 다음날 맑은 날씨로 어느 정도 가셨지만 GM, 포드, 크라이슬러 빅3의 붕괴로 완전히 얼어붙은 지역경제는 영원한 동면에 들어간 듯 보였다.
작년말 실업률 11.1%… 노숙자 급증
부동산 시장 직격탄… 주택차압률 5위
눈 덮인 디트로이트 시내의 을씨년스러운 건물들은 미시간주를 강타한 빅3발 경기불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시내 한복판에 버려진 건물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디트로이트가 속한 미시간주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이다. GM을 비롯한 포드, 크라이슬러가 보유한 수십 개의 자동차 브랜드의 본사가 디트로이트, 랜싱, 엔아버 등 미시간 주 주요 도시에 위치해 있으며 미시간주 전체 고용시장의 85% 이상이 빅3에서 창출된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미시간주는 미국에서 가장 경제활동이 활발한 주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미시간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경제 성장률 부문에서 2년 연속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미시간주의 경기침체는 실업률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2000년 초 3.2%를 기록한 실업률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2007년 7%대에 진입하며 경기침체를 예고했다. 2008년 4월까지 6%후반에서 7%초반을 오가던 실업률은 빅3의 위기가 수면위로 드러난 지난해 5월 8.5%로 한 번에 뛰어오르더니 연말에는 9.6%까지 치솟았다.
GM본사가 위치한 디트로이트의 고용시장은 빅3의 부침에 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2000년 초반 3.9%의 낮은 실업률로 미국 내 대도시 가운데 가장 일자리가 많은 도시 중 하나였던 디트로이트는 지난해 말 11.1%의 실업률을 기록해 사실상 경제공황 판정을 받았다.
자동차 산업 붕괴로 인한 경기침체는 주택시장의 연쇄붕괴를 초래했다. 지난해 미시간주의 주택 차압률은 미국 전체 주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 미시간주의 경우 투자용 부동산 보다는 실제 거주용 부동산에서 주택차압이 발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지난해 주택을 차압당한 소유주 중 7%가 노숙자로 전락하는 등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인 인구도 30% 줄어
미시간주와 디트로이트를 덮친 빅3발 경기침체는 지역 한인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시간주 한인들은 갑자기 불어닥친 경제한파에도 특유의 근면성을 바탕으로 미시간주의 경제를 되살리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디트로이트시를 포함한 메트로 디트로이트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5,180명이다.
이는 2000년 초반 3만5,000명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30% 가량 감소한 수치다. 디트로이트를 포함한 미시간주 한인사회는 빅3의 흥망성쇠와 궤를 같이한다. 미시간주 한인사회가 태동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다.
1965년 디트로이트 한인회 창립과 함께 발전하기 시작한 미시간주 한인사회는 1980년대 빅3의 발전과 함께 기술인력 이민이 급증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하지만 미시간주 자동차 산업이 최근 들어 불황에 빠지면서 한인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디트로이트 한인회 15대 한인회장을 지낸 김욱 한미장학재단 회장은 “미시간주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1세들을 따라 미시간주에 정착하려던 1.5, 2세들도 미시간주를 떠나 타주에서 자리를 잡는 경우도 많다”며 한인인구 감소의 원인을 설명했다.
인구감소 이외에도 한인사회에는 무보험자가 증가하는 등 경기침체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오는 15일 취임을 앞둔 김영호 30대 한인회장은 “빅3의 몰락으로 지역경제가 받는 타격을 한인사회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신과 전문의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회장은 “빅3에 근무하는 환자들이 전체 환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최근 들어 직장을 잃어 무보험자로 전락한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이러한 세태가 한인사회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시간주의 한인들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민족 특유의 근면성과 능력을 바탕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김영호 회장은 “빅3에 근무하던 한인들 중 다수가 개인사업을 시작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이 있다”고 밝히고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이 미시간주 한인사회를 더욱 힘차게 뛰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심을 잃지 않고 있는 만큼 미래는 밝다”고 말하고 “더 많은 한인들이 미시간주에 둥지를 틀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시간주 한인사회는 심각한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말하고 있었다. 김영호 디트로이트 한인회장(왼쪽), 김종대 미시간 한인문화회관 회장(가운데), 김욱 한미장학재단 회장.
<디트로이트-심민규 기자>
디트로이트 경제가 빅3의 몰락으로 사실상 공황에 빠졌다. 멀리 보이는 GM 본사건물을 배경으로 들어선 초라한 건물들이 빅3와 디트로이트의 운명을 말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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