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2009년 경제전망도 밝지 않다. 이어진 모든 악재를 감안하면, 경기가 2009년 중반이후 후퇴 국면에서 벗어나 반등을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도 역시 ‘전망’에 불과하다. 그 시점까지는 수십년만에 가장 심각하고 긴 경기 하강 국면을 감수해야 한다. 상당수 경제학자들의 전망처럼 경기후퇴가 내년 봄을 지나도 지속된다면 이는 대공황이후 가장 오랜 경기후퇴 국면이 된다. 고용주들은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줄이고, 소비자들의 소비는 위축되고,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취소하게 된다. 팔리지 않는 집의 수도 여전히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상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물가인상에 대한 우려는 덜었지만, 위축되는 경기는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 상황인 디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도 우려된다. 또 기업들이 직원수를 더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돼 2009년은 실업자와 구직자들에겐 힘든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의 가구점앞에 붙어 있는 대폭적인 할인판매 사인(위쪽)과 이력서를 제출하려고 사우스 LA의 웍소스센터에 모여든 구직자들의 모습.
일자리 감소와 소비·기업투자 위축 불가피
주택시장은 곧 바닥… 오바마 부양책에 기대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현재 기획중인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이 실효를 거두고 경제가 개선되기 시작된다는 것이다.
컨설팅회사 디시즌이코노믹스의 알렌 시나이는 “이제는 잘 버틸 수밖에 없다”면서 “2009년 후반기에는 경기의 기조가 바뀌고 2010년은 회복되는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반환점을 돈 경기가 얼마나 빨리 반등할 것이냐는 것이다.
일자리 감소와 위축된 소비자 및 기업의 지출 감소가 내년에 걸쳐 지속되고 경색된 신용시장이 소비자와 기업 심리에 타격을 미쳐 경제의 본질적 성격을 바꿔놓으면 침체된 경기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Economy.com)의 마크 잔디 수석경제학자는 “2009년 전반기는 매우 고통스럽고, 후반기도 고통스러울 것이며, 2010년도 편안하지 않은 한해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특히 빠르게 변하는 경기 및 금융시장의 상황에 더해 바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신행정부가 취할 어떤 경기 부양 대책들이 어떻게 내년 경기를 반등시킬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기를 전망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
2009년 주목해야 할 5대 경제 분야를 점검해 봤다.
▲고용시장
바클레이스 캐피털, 존 행콕 파이낸셜 서비스, 시티그룹, 미션 레지덴셜, 와코비아, 내셔널 시티 등이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2009년말까지 고용주들이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줄여 실업률을 8%까지 끌어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실업률은 이미 6.7%로 1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자리 손실은 특히 2009년 전반기 더 가혹할 수도 있다. 11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조사에서 미국내 CEO 60%는 향후 6개월내 일자리를 더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안정세를 되찾더라도, 위축된 고용시장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경기하강후 회복기의 일반적인 상황으로 기업주들이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해졌다는 확실한 신호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고용주들은 실제로 2001년 경기하강 국면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1년간이 일자리를 줄여 나가기도 했다.
▲주택시장
장기 침체된 주택시장은 2009년 확실히 바닥을 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늘어나는 실업률과 부진한 경기를 볼 때 주택시장의 반등은 매우 느리고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와코비아 증권 마크 비트너 수석 경제학자는 “확실한 것은 2009년 하반기에는 주택가 하락이 멈출 것”이라면서 “2009년 중반에는 주택가 하락과 주택판매량 감소추세가 안정적인 상황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택가격 회복 시점으로 이는 연방과 주정부들이 얼마나 강력하게 차압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웰스파고 은행 스캇 앤더슨 수석경제학자는 “주택 판매 업체들이 은행들이 판매하는 차압매물과의 경쟁상황에서 가격을 내릴 것이기 때문에 2010년까지도 가격은 반등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침체된 주택시장의 가격하락 및 판매감소는 2009년 중반 멈추고 2010년부터는 반등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의 신규 주택단지에 주택판매 사인이 걸려 있다.
▲소비지출
최근 몇 개월간 급격히 악화된 소비심리로 인해 미국인들은 내년 전반기 지출을 더 줄였다가 서서히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 붕괴와 주택가격 하락은 미국 가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3·4분기 미국 가구 순자산가치가 전년동기 11%나 감소했다.
서류상이라도 재산이 줄면 소비심리가 위축된다. 번 것보다 더 많이 써왔던 미국인들은 마침내 저축을 시작했다.
소매업체들은 대부분 신규 매장 오픈 계획을 취소했다. 시어스나 앤테일러등의 체인은 내년부터 추가로 매장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청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힐코 어프레이절 서비스는 2009년 총 1만4,000개 소매점들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판매는 더욱 악화돼 내년 판매량은 1,150~1,250만대에 그쳐 2001년 1,700만대에비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지출 확대에 대한 단 한가지 긍정적 요인은 크게 떨어진 원유와 개솔린 가격이다.
▲기업지출
듀크대와 CFO 매거진이 12월 679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CFO들은 지출을 12개월 이내에 10% 이상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투자는 미경제 활동의 10분의 1을 차지한다.
존 그레이엄 듀크대 교수는 “기업들이 경기 반등이 시작됐다는 확신을 갖기 전까지는 기존의 시설이나 설비를 교체하기 보다는 보수나 수리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 컨설팅 업체인 마그나의 로버트 코엔 디렉터는 기업들의 광고지출이 2008년 3.2% 감소한 이후 2009년 2,590억달러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009년엔 올림픽이나 대선같은 대대적인 광고비가 지출되는 이벤트가 없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소비자물가
경기 위축으로 다양한 상품 가격이 내려가면서 통화위축 현상인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크다. 디플레이션은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가격하락 현상으로 일단 시작되면 멈추기 어렵다.
디플레이션이 시작되면 소비자들이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구매를 미루기 때문에 경기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도 동결된 자금시장을 풀고, 돈의 회전을 늘리기 위해 이자율을 0%에 가깝게 낮췄다. 코메리카뱅크 다나 존슨 수석 경제학자는 “현재 물가 인상 압력은 낮은 상황에서 정부는 디플레이션의 위험을 막기 위해 보다 공격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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