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나빠지면서 미용성형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중요한 자산의 하나로 삼고 정기적으로 미용시술을 받아오던 환자들이 경기 여파로 하나둘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2002년 보톡스 등장 이후 급물살을 타던 성형시술 붐이 경제적 이유로 주춤해지는 한편 지나치게 수술한 티가 나는 외모 역시 보기 좋은 것은 아니라는 미적 인식 또한 싹트고 있다.
미용성형업계 환자 줄어들어 고심
‘발등의 불’ 끄느라 ‘허영’은 뒷전
성형의료 기기 제작사들 도산하기도
21세기 첫 10년은 미용성형 시술의 대중화 시대로 평가될지 모른다. 2002년 미용시술용 보톡스가 등장한 이후 주름살 제거는, 당시 좋았던 경기에 편승, 누구나 별 부담 없이 한번 해볼 만한 사치로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미용성형을 위한 특별 융자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바야흐로 성형의 붐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육체는 어느새 유행 따라 첨단기술 따라 경제 형편 따라 마음대로 손대며 멋지게 바꿀 수 있는 지위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그런데 불경기로 재정적 곤란이 들이닥치면서 완벽한 육체를 추구하던 외모지상주의 풍조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피부가 너무 팽팽해서 움직이는 건 입술뿐인 얼굴, 가슴은 성숙한 여성의 가슴으로 엉덩이는 소년의 엉덩이로 기호대로 이리저리 섞어서 몸을 만들던 추세가 이로써 한물가는 걸까?
수술로 외모를 가꿔 삶의 질을 높여보려던 성형의 욕구가 조여드는 재정적 압박으로 방해를 받고 있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성형의학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한 성형외과의들 중 62%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올 상반기에 수술이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시카고에서 열린 협회 연례회의에서 몇몇 저명한 성형외과의들은 이제 예약이 없는 빈 시간들이 생겨났고 시술 비용을 두고 처음으로 환자들과 협의를 하는 일이 생겨났다.
유방 확대 보형물 제조사인 멘토사는 최근 발표한 4분기 재정보고서에서 지난 9월26일까지 3개월간 미국에서 판매된 보형물 숫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줄었다고 보고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에는 미용시술 의료기기 제작사 두 곳이 문을 닫았다.
성형미용술 전문 사이트인 리얼셀프(realself.com)의 토마스 시어리 사장은 성형이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은 오렌지카운티 성형외과의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전체적으로 성형시술이 30~40%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뭔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라고 그는 말한다.
누구보다 앞서 외모 테크놀로지를 애용했던 연예인들 중에는 이제 너무 성형수술 한 것 같은 모습에 대해서는 고개를 돌리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말하자면 너무 가슴을 크게 확대한 것은 천박하게 보는 일종의 새로운 풍조이다.
보톡스에 대한 반작용 역시 없지 않다. 코트니 콕스나 리사 리나 같은 여배우들은 지난달 각기 다른 잡지와 인터뷰하면서 보톡스를 너무 맞은 듯한 얼굴은 질색이라는 말을 했다.
“보톡스를 안 맞아봤다는 게 아니라 싫다는 것”이라고 콕스는 마리 클레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리나 역시 피부를 팽팽하게 하는 그 주사를 너무 애용했다며 앞으로는 줄일 계획이라고 했다.
경제적 압박이 사람들의 미모 관리 욕구를 어떻게 바꿔놓을 지는 아직 더 봐야 하겠다. 하지만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지출의 우선순위를 재평가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 생활에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가졌으면 하던 물건 구매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마련이다.
뉴욕 시립대학원 사회학과의 빅토리안 피츠-테일러 교수는 “성형수술이 새로운 SUV 같은 게 되었다”고 말한다. 없어도 살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당장 필요한 것들부터 챙기다 보면 외모 관리에 쓰는 경비는 줄이게 될 것이라고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 심리학과의 케빈 톰슨 교수도 말한다. 살고 있는 집부터 지키고 보는 게 합리적 결정이라는 말이다. 의식주가 안전하고 난 후에야 자긍심 같은 다른 욕구가 생긴다는 마슬로의 욕구의 단계를 그는 인용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사람들이 친구들이나 지인들, 혹은 유명 인사들이 어떻게 외모에 투자하는 지 살펴본 후 자신도 거기에 맞춰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비교의 행동심리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성형수술을 한번 받아볼까 말까 생각만 하다가 한 번도 수술을 받지 않은 방관자들은 이제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 경제를 보고 은행 잔고를 보다가 “이건 아니지”하고 등을 돌리면서 미용성형의 압박감에서 벗어날 이유를 찾은 것에 기뻐하게 될 것이라고 피츠-테일러 박사는 말한다.
그렇다면 정기적으로 미용성형 시술을 받아오던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완전히 끊지는 않고 좀 줄여나가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는 대신 그냥 체육관의 강습을 받고 주름제거 주사는 계속 맞지만 보다 심각한 수술들은 접는다는 식이다.
맨해턴의 홍보회사 사장인 에이미 크라코우는 지난해만 해도 외모 관리를 상당히 철저히 했지만 올해부터는 줄였다. 앞머리를 잘라 이마를 가림으로써 보톡스 주사 맞는 횟수를 줄이고, 성형시술도 덜 받을 생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업상 외모가 중요한 그는 외모 관리를 등한시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젊어 보이는 덕분에 젊고 히피스런 고객들을 잡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나쁜 경제상황 때문에 오히려 더 수술을 받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고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사회학과 교수인 데보라 설리번은 말한다. 성형수술 같은 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예를 들어 나이 45세나 50, 55세에 감원 당한 후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면 자신에 대한 투자로 수술을 시도해볼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경기가 나빠서 성형수술 환자가 줄어들고 있는 지금 존슨 & 존슨은 유방확대 보형물 제조업체인 멘토사를 11억달러에 매입할 계획이라고 지난 1일 발표했다.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수술 붐이 일어날 것으로 확신한다는 말이 된다.
<뉴욕타임스-본사 특약>
미용성형 붐 일었던 2000년대
2002년 4월
연방식품의약국(FDA) 양미간 주름선 없애는 미용시술용으로 보톡스 승인
2003년 12월
FDA 입가 잔주름 및 팔자주름 메우는 주사용 젤 레스타일레인 승인
2006년 11월
14년간 사용이 잠정 정지되었던 실리콘 보형물의 새로운 세대에 대해 FDA가 사용을 승인
2008년 11월
피부표면 재생기기 제작사인 라이텍사 파산
2008년 12월
주름 제거 삽입물 제작사인 아티스 메디컬사 파산
2008년 12월
존슨 & 존슨 유방확대 보형물 제조업체인 멘토사 매입 계획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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