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과 형식 매달림 놓고 융통성과 유연성 보여야”
어떤 문화든 다른 나라로 건너가게 되면 그 나라의 정서와 지형에 따라 변화하게 마련이다. 문화는 마치 바다와도 같이 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접경지대이다. (중략)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고민하는데 마음이 열린 사람들(중략)은 그래서 내가 아주 고마운 사람들이며 태고사의 정신과 궁합이 잘 맞는 훌륭한 협력자들이다. 시도해보기도 전에 실패할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태고사 건축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태고사를 처음 짓기로 한 결심 자체만 놓고 봐도 그렇다. 함께 일하는 과정 자체가 태고사에선 가장 의미있다. 그래, 한번 해보자 하는 열린 마음, 용기 있는 마음, 그것이 불교정신에 더 가깝지 않을까.
외람되게도 나는 이런 식의 노력과 마음이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화하면서 전통으로서의 힘을 더 싣게 된다고 믿는다. 한국불교가 세계와 연결되는 계기가 이곳 태고사에서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전통과 새로운 것의 조화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를 고민하며 일하고 있다. 미국이 그리고 세계가 한국의 불교문화와 역사에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지, 내가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전해야 할지, 태고사가 어떤 다리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늘 생각하면서...
자유와 평등을 앞세우는 미국의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계급사회적인 면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내의 불교 또한 계급이나 계층에 따른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중국불교, 일본불교, 티베트불교, 한국불교, 그리고 비파사나 수행법에 관심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백인이다. 그래서 절이나 젠 센터에[도 각각의 불교문화에 미국백인의 문화가 섞여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곳에 흑인이나 히스패닉은 거의 찾아오지 않는다. 한번 와보더라도 문화적인 이질감을 느끼고 떠나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처님은 카스트 사회인 인도에서 모든 계급을 끌어안은 사회개혁가였다. 그러나 그 가르침을 따르는 우리는 또다시 카스트를 만들고 있다. 종교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이웃을 내몸처럼 사랑할 수 있어야 할텐데, 종교를 찾는 일요일이야말로 전 미국인들이 각 계층과 그룹으로 확연하게 갈라지는 날인 것 같다. 유대인끼리, 이슬람교도끼리, 백인들의 불교도끼리, 유색인족의 불교도끼리 편을 갈라모이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나마 내가 지금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미국에 있는 젠 센터들의 장점은 전통과 방식에 지나치게 매달리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융통성과 유연성이야말로 계층간 폐쇄성을 문제점으로 안고있는 미국의 종교계 상황에 필요한 핵심적인 덕목이다. 이러한 젠 센터들의 장점이 몇십 년 후에는 새로운 시대의 전통으로 자리잡게 될지도 모른다.
’스피리트 록 명상센터 Spirit Rock Meditation Center’라는 곳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잭 콘필드라는 사람이 세운 이곳에는 스님이나 스승이 없다. 대신 전 세계 정신적 스승들의 사진을 한 곳에 모아놓고 그들의 지혜를 구하고 있다. 종교인이 아닌 각계각층의 사회적 리더들이 저마다 세계각국에서 배워온 명상법을 가르치고 다양한 분야의 스승들과 수행자들의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결제 때마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참가하기 위해 이 센터 앞에 줄을 서는 것을 보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센터임이 분명하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각국에서 들어온 불교들이 미국 실정에 맞게 정착하여 ‘미국 선불교’라는 새로운 종파를 탄생시키게 될 지도 모르겠다. 1백년후 불교가 더욱 대중화된 미국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출처 : 무량스님 수행기 ‘왜 사는가’ 2권>
’왜 사는가’는 캘리포니아의 모하비 사막에서 한국식 절 ‘태고사’(Mountain Spirit Center)를 포크레인을 손수 운전하며 짓는 예일대를 졸업한 무량스님(속명 Erik Berall)의 수행기로 2004년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출가하게 만든 배경이 된 독특한 어린 시절의 경험들, 성장기, 숭산 스님을 만나 23세 때 한국불교로 출가하게 된 이야기(1권의 내용)와 미국에 태고사를 짓는 다사다난한 과정(2권의 내용)을 포함하여 그의 인생관, 종교관, 환경과 평화에 대한 소신을 진솔하게 고백하며 불교정신을 누구나 접근하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삶 그 자체로써 풀어 쓴 일대기이다. 이 책의 모든 수익은 한국 선불교를 미국땅에 전하는 도량인 태고사를 발전시키는 데 쓰이고 있다.
미국후원계좌: Union Bank of California,9852000547 예금주 Mountain Spirit Center
*’왜 사는가’에 인용된 무량 스님의 2004년 대전 자광사 법문을 인터넷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 동영상은 불교TV가 제작해 띄워놓은 것이다.
http://www.btn.co.kr/preach/preach_detail.asp?PID=P434&DPID=39157)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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