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발자취를 따라- 십계명 받은 시나이산서 미사봉헌.
하루 종일 버스여행에 시달린 것도 있겠지만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약 6900피트 높이의 시나이산 정상까지 올라간다는 마음의 흥분과 체력을 의심해보는 걱정으로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겨우 눈을 조금 부치려다 모기소리에 그만 일어나 옷을 주워 입었다. 산 정상에 오르면 춥다는 말에 장갑을 준비하고 윗도리를 찾아 입고 나왔었는데 새벽 1시인데도 별로 추운 기분은 아니었다.
방갈로 앞 가게에서 물이나 과자, 지팡이 등을 사서 등정준비를 마치고 설탕물 같은 토속차로 목을 축이며 잠을 깨웠다. 버스로서 10분정도 올라가니 카타리나 수도원이 나왔고 여기서부터 낙타를 타거나 걸어서 시나이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시작되었다. 벌써 수백 명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 산을 올라가고 있었고 또한 계속 도착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 26명 중 건강이 좋지 못한 몇 명은 등정을 처음부터 포기하였고 5명만이 걸어서 가이드를 따라 정상까지 올라갔으며 그 외의 동료들은 낙타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일행과 함께 등정을 시작하는 곳에서부터 절반이상의 지점까지는 별들이 총총한 새벽에 바위와 자갈이 깔린 깜깜한 돌산길을 서로 전등을 비추어 인도하며 걸어 올라갔었다. 낙타가 지나갈 때마다 낙타에 떠밀리거나 낙타 똥을 밟지 않게 조심해야 했었다. 그 다음부터 정상까지 나머지 길은 900여개의 돌계단을 올라가야 했었는데 상당히 힘이 들었다. 무릎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필자의 아내는 힘이 들었지만 지팡이와 젊은 “베드윈(Bedwin)유목민”의 도움을 받으며 그 연령대의 여성으로는 정상까지 걸어서 올라간 극소수중의 한 사람으로 2285미터 높이의 시나이 산 정상등정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다.
시나이산에 오르다
성서에서 시나이 산은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를 통해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산이다. 일명 모세산 이라고도 불리는 시나이 산은 성서 상으로 이집트 나일강 삼각주 지역과 가나안 지방 사이에 있는 화강암의 돌산이다. 모세는 나이 마흔에 이집트를 탈출하여 시나이 반도로 피신하였고 여기서 양떼를 돌보며 40년을 지내다 나이 여든에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을 뵙게 되었다. 우리도 바로 이산위에서 모세의 행적을 더듬어 보고 하느님의 말씀을 올바로 듣기 위해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가 시나이 산 꼭대기에 도착하니 아침 5시가 조금 넘었다. 이곳까지 올라오는데 무려 4시간이 걸린 셈이다. 곧바로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면서 장엄한 일출이 시작되었다. 돌산 위에서 바라보는 일출 그 자체는 여느 일출광경이나 별 다름 없었으나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바로 이 산에서 일출을 본다는 의미에 도취되어 모두 숙연해 있었다. 우리 일행은 정상에 있는 카페의 장소를 빌려 동행하신 신부님의 집전으로 미사를 봉헌하였다.
이 성스러운 자리에서 순례를 온 많은 사람들이 그룹을 지어 기도를 올리고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공중의식이나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큰소리로 할렐루야를 외치며 예배를 올리는 어느 한국인 단체는 다른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내려오는 길은 두 시간 정도 걸렸지만 날이 밝아 앞이 보이고 내리막길이라 조금 쉬웠다. 산 아래에 있는 서기250년경에 세워진 카타리나 수도원을 방문하고 아침 열시 경에 다시 방갈로 모텔에 돌아와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피곤한 몸으로 버스에 오르니 모두가 졸기 시작하였다. 멀지 않아 이집트와 이스라엘 국경에 도착하니 출국 및 입국 준비를 하라는 가이드의 안내에 잠이 깨었다. 우리 성지순례 그룹을 태운 버스는 국경에서 우리들을 내려주고 이집트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짐을 챙기고 여권을 준비하여 걸어서 이집트 국경을 통과하고 이스라엘로 입국하면 그곳에서 이스라엘 버스가 우리를 기다린다고 가이드가 안내하였다.
여행을 한두 번 해 본 것이 아니지만 차에서 내려, 짐을 챙기고 걸어서 국경을 통과하는 까다로운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특별한 여건 때문이라지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별로 좋은 인상을 받지 않게 만들었다. 그런데 무려 세 시간이 걸려도 국경통과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피로하고 불쾌하였지만 아무런 뾰족한 해결 방법도 없었기에 내 나름대로 유대인과 이스라엘의 역사를 돌아보며 그들의 특유한 민족성과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오늘과 내일을 국제정세와 연관시켜 조명해 보았다.
사해에서 수영을 하다
국경통과가 지연되는 바람에 우리들의 오늘 오후 일정에는 차질이 나고 말았다. 저녁 늦게야 아라바 광야를 따라 사해(Dead Sea)에 도착하여 호텔에 들었다. 우리 일행은 저녁을 먹기가 바쁘게 피로도 뒤로 재치고 호텔 앞 사해바다에 수영을 하러 나갔다. 사해는 바다가 아닌 지표에서 가장 낮고 해면아래 400m의 소금물 호수다. 말로만 들어본 이곳에 몸을 담구고 수영을 해서 증명해 보고 싶었다. 맥주병 같은 사람도 물속에 잠기지 않고 호수에 둥둥 뜨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좀 신기하였다. 이 물의 염도가 28도나 된다고 하니 아무도 호수에 빠져 죽을 염려는 없었다.
그런데 이 아무 쓸모없었던 사해가 지금은 신소재 광물 등을 채취하는 보고가 되고 말았다. 사해의 물과 물밑에는 화학비료나 의약 또는 식품용으로 쓰이는 많은 포타시움이나 브로마이드 같은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이것을 채취하고 정제하는 공장들이 호수 옆으로 많이 들어서 있었고 이로 인해 사해의 물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였다. 물론 요르단 강 상류지방에 농업이 번창해지면서 강물을 막아서 많이 쓰게 되었고 갈릴레이를 거쳐 호수로 내려오는 물의 양이 적어지면서 사해의 수면은 계속 낮아지고 또한 물의 염도는 높아지고 있다고 하였다. (계속)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