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일대 출신 백인 수행자 무량 스님의 생각
“(숭산) 스님은 서양식 언어와 문화를 배우면서 서양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생각을 존중하며 합리적으로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방식을 선택하셨다. 그들이 이해하고 따를 수 있는 방식으로 이끌어야 일단 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중국불교, 일본불교, 티베트불교, 비파사나 수행법 등 많은 불교종파와 수행법이 있다. 리처드 기어, 마틴 스콜세지 등의 유명한 스타들은 물론, 이름난 대학교수와 학자들에 이르기까지 불교신자들도 많다. 이들은 요새 주로 티베트 불교나 비파사나 수행법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한국불교는 어떤가? 미국에서 한국인 불자들을 만나면 하나같이어려움을 이야기한다. 미국에 이민오는 불자들은 가르침을 받을 곳도 수행할 곳도 별로 없어서 모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민 1세대가 이렇게 힘들어하니 당연히 이민2세는 한국 절에 가는 것에 관심이 더 적을 수 밖에 없다. 우수하고 탁월한 문화와 역사를 가진 한국불교가 미국에 뿌리내리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면에서 보면 숭산 스님이 수많은 외국인 제자들을 배출한 것은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 초석을 닦는 대단히 의미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스님은 서양식 언어와 문화를 배우면서 서양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생각을 존중하며 합리적으로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방식을선택하셨다. 그들이 이해하고 따를 수 있는 방식으로 이끌어야 일단 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스님은 아무리 사소하고 엉뚱한 질문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설명해 주셨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선사님, 선사님은 깨달음을 얻으셨습니까?
네가 말하는 그 깨달음이란 뭐냐?
그 순간 제자는 꽉 막혀서 할 말이 없게 된다. 숭산스님은 이렇게 고정관념이나 집착하고 있는 생각을 먼저 친 후, 뒤집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쉬운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셨다. 서양인들에게 꼭 맞는 방법 아닌가.
뉴해븐 젠 센터에살 때, 나는 예일대학에 몇 개 없던 불교학 수업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듣기로 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수행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고 불교의 역사와 철학 등 지식을 다루는 것이 전부였다.
그때 출가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던 나는 비구계에 대한 책을 한 권 읽었다. 2백 개가 넘는 계율은 나를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마을에 들어갈 때 허리에 손을 얹지 말라, 땅에 침을 뱉지 말라, 밥 위에 다른 것을 올리지 말라...
왜 그런 계율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부처님 시절에는 ‘비 올 때에는 여행을 하지 말라’는 계율이 유효했다. 인도의 긴 우기에는 지렁이를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땅위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그들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깊은 명상에 들기 위해서라도 그 기간동안 사원 안에서 수행에 전념하는 것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전통이 중국으로 건너가면서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두 번에 걸쳐 사원에서 수행하도록 개정되었고, 이것이 하안거와 동안거의 전통으로 뿌리내렸다.
그 당시에는 승가 밖의 인도사람들과 수행자들이 한 사회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살기 위해 계율이 하나씩 둘씩 첨가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2천5백여년 전 인도에서 지키던 계율을완전히 다른 기후와 사회제도 속에서 사는 오늘날의 우리가 맹목적으로 지킬 필요는 없는 것이다.
숭산 스님은 한국 불교를 서양으로 전파시키면서 핵심은 더욱 강화하시되 방법은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쪽으로 조금씩 변화시키셨고, 그래서 30년 만에 이토록 커다란 성과를 거두셨다. 불교 본래의 목적에 따라 수행을 강조하신 것이다. 그것이 합리적으로 사고하기를 좋아하는 서양인들에게 맞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용맹정진의 경우, 한국에서는 3일 혹은 더 오랜 기간 동안 밤낮으로 잠을 자지 않고 참선에 몰두한다. 미국의 젠 센터에서도 초기에는주말마다 한국전통 그대로 수행했었다. 그러나 계속 시행해보다가 새벽 4시 45분부터 밤 9시 30분까지만 수행하고 저녁에는 잠을 자는 일정으로 바꾸었다. 한국과는 달리 초보자들도 수행에 많이 참여하는 미국에서는 강도와 수준을 그렇게 조정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안거때도 한국에서는 50분간 참선하고 10분간 포행을 하지만, 미국에서는 30분간 참선하고 10분간 포행을 하도록 바꾸었다. 좌식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인들에게 처음부터 50분씩이나 앉게 하는 것은신체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좀 더 편하게 방법을 바꾼 뒤로 용기를 얻은 미국인들이 용맹정진에 더 많이 참가하게 되었고, 더 강한 수행을 원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화계사 안거프로그램에 참가해 전통적인 프로그램을 따르게 되었다.
미국의 젠 센터에는 카톨릭 신부, 수녀, 교회목사, 요가 수강생 등 자신을 찾고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온다. 일단 오고 나면 자신이 익숙해져있던 방식을 내려놓고 여기서 가르치는 방법을 따르면서 함께 있는 사람들과 화합하고 좋은 방법을 배워가려 애쓴다. 숭산 스님이 사용하는 수행방식은 이들의 의지를 이끌어주는좋은 지팡이가 되고 있다.<출처 : 무량 스님 수행기 왜 사는가 2권의 ‘한국불교가 세계화되려면’>
무량스님은…
무량(속명 Erik Berall)은 1959년 미국에서 태어나 예일대학을 다니던 중에 숭산 스님의 법문을 듣고 불교에 귀의했다. 1983년에 출가한 그는 숭산스님 상좌로서 세계 곳곳을 여행하였고, 한국에서 화계사와 수덕사 등을 거처로 삼아 참선하고 전국을 만행했다.그는 1989년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와 달마 젠 센터 주지등을 지냈으며 한국불교의 포교에 힘써왔다. 이어 미국 서부에 한국식 전통사찰을 지을 생각으로 풍수지리를 공부하며 돌아다니다가 1993년 캘리포니아 주의 모하비사막에서 명당을 발견하고 불사건립을 시작했다. 그가 짓고 있는 도봉산 태고사(Mountain Spirit Center)는 자연과 어울려 수행하는 공동체를 꿈꾸기 위한 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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