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없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는 무비자 입국 시대가 17일 개막됐다. 이날 한국의 인천공항에서는 10여명의 관광객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를 타고 비자 없이 미국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에 따라 LA와 뉴욕, 워싱턴 등 재미 동포사회는 경제 침체 상황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큰 기대는 금물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덜레스 공항에 내린 대한항공 093편에는 무비자 승객이 한명도 없었다. 반면 7명의 한국 관광객이 무비자로 뉴욕 JFK공항에 도착했고 애틀랜타에도 3명이 비자를 받지 않고 방문했다. LA에도 5명이 무비자로 첫발을 디뎠다.
조앤 김 워싱턴 대한항공 판매소장은 “무비자 첫날인데다 아직 제도가 정착이 안돼 무비자 입국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나야 비자면제 프로그램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비해 현재 주 4회(월, 화, 목, 토) 운항에서 12월11일부터 주 7회 매일 운항체제로 늘린다. 무비자 시대가 열리면서 워싱턴 한인사회에서는 당장 한인경제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성급한 기대감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으로는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감추지 않았다.
샤프여행사 이효범 사장은 “여행업계는 무비자 시대가 열린 것을 모두 기뻐하고 있다”며 “다만 한국의 경제사정에 환율상승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식당 외갓집의 이범신 사장도 “무비자 시대가 시행됐지만 갑작스럽게 수요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최소한 3-4개월이 지나봐야 눈에 띄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업계도 미국 입국이 간편해진 만큼 한국인들의 미 부동산 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당장 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현재도 매월 5-15명이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되고 있는 것과 관련 무비자시대 이후 미 이민국의 입국 자격조건 심사가 더욱 강화돼 입국 거부율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한국내 여행업계에 따르면 11월 중순 이후 미국 항공권 예약 현황은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업체 ‘웹투어’에 따르면 최근 미국 항공권 예약은 5% 이상, 예약문의는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
넥스투어는 이번달부터 미주 항공 예약이 지난달보다 25%가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미주 항공 예약량이 평소보다 35% 늘어나며 미국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나투어’는 최근 미주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관련 상품 개발에 나섰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비자가 필요 없는 인접국과의 패키지 상품, 렌터카 등을 묶은 미국 여행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고환율과 경기 침체 탓에 VWP 시행의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환율, 경기 침체에 비수기가 겹치면서 상황이 좋지 않아 이용객이 당장 늘어날 것 같진 않다”며 “유학생들이 몰리는 12월이 돼야 VWP 시행 효과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비자 시대 개막은 한국의 미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에 따른 것으로, 관광이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미국에 90일 이내로 체류하는 경우라면 별도의 비자는 필요 없다. 다만 VWP를 이용하는 여행자는 전자여권을 반드시 소지해야 하고 여행 전에 반드시 전자여행허가 사이트(https://esta.cbp.dhs.gov)를 통해 입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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