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악화 속 굶주린 미국인 급증하면서
경제가 비틀거리고 식품 가격이 치솟는데 더해 실직자가 급증하면서 굶주린 사람들의 얼굴도 다양해지고 있다. 뉴욕의 식량배급소 시티 하베스트의 제니퍼 맥린 부회장은 무료배급을 기다리는 긴 행렬의 중간에 서 있는 학교교사를 발견하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교회에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고 호소했던 택시 운전사 역시 구호 대열에 설 수밖에 없었다. 집에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어린이들도 계속 늘어가고 있다.
길어진 급식소 앞엔 교사·택시기사등 의외의 얼굴들
“전에는 기부했던 내가 이젠 도움이 필요합니다”호소도
“리먼브라더스 파산은 금융가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닙니다. 세 다리 네다리 건넌 충격은 세탁소로, 자동차 정비소로 그 파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전 같으면 무료급식소나 식량배급소의 도움은 절대 받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지요. 아마 그들 생애 처음으로 이곳을 찾았을 겁니다”라고 맥린은 말한다.
미국 최대 기아대책 자선기관인 피딩 아메리카(Feeding America)는 지난 7일 싱싱한 야채 등 식품을 싣고 다니며 굶주린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전국 이동식량배급소 출발을 발표했다. 아마 올 겨울엔 비상식량 수요가 전례없이 증가할 것이라고 피딩 아메리카는 예상했다.
최근 크래프트 식품회사로부터 450만 달러를 기부를 약속받은 피딩 아메리카는 25대의 냉동트럭을 구입, 식품점이나 식품저장소가 없는 미 전국의 농촌과 도심 소외지역으로 파견할 계획이다.
“이처럼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압니다”라고 아이린 로젠펠트 크래프트 회장은 말한다. 그는 이번 기부는 크래프트가 굶주림과의 전쟁에 배당할 1억8,000만 달러 예산의 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시, 시카고,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뉴베리, 샌안토니오, 위스컨신의 매디슨, 신시내티,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센트럴 밸리 등이 이른 봄 전에 배급 트럭을 받게되며 나머지는 앞으로 2년에 걸쳐 가동하게 된다.
만약 이들이 매주 3회만 가동된다면 새로운 식량배급 트럭은 1대당 매년 110만회의 식사용 식품을 나눠줄 수 있다.
도움은 아주 시급한 상황이다. 크래프트가 위임한 10월의 전국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45%가 최근의 경제위기로 가족들에게 충분한 식품을 살 능력을 잃었다고 답했으며 연수입 2만5,000달러 미만 응답자의 56%는 6개월 전보다 무료 배급소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연수입 5만~7만5,000달러 응답자의 42%도 주변에서 식품배급에 의존하는 사람들을 안다고 답했다.
피딩 아메리카의 206개 푸드뱅크의 경우도 금년에 서비스 수요가 15%가 늘었다고 비키 에스카라 회장은 말한다. 식량배급 관계자들 중 일부는 사태는 훨씬 심각하다고 우려한다.
“이같은 절박한 상태를 전에는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콜럼비아의 하베스트 호프 푸드뱅크의 책임자 데니스 홀랜드는 우려한다. “보통 푸드뱅크에선 여름과 할러데이 시즌만 넘기면 일이 줄어들어 숨을 돌리게 되는데 금년은 달라요. 매일 매일이 전속력 질주입니다”
홀랜드의 푸드뱅크에서 식품을 공급하는 20개 카운티 내 200개의 배급트럭, 수프 키친, 쉘터 등에선 9월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수요가 55%나 증가했다. 배급을 받아간 사람의 상당수는 이번에 처음으로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우리에게 전화를 건 사람들 중엔 ‘저는 과거에는 기부자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도울 수가 없군요. 이젠 내가 도움이 필요해요, 좀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요…”라고 홀랜드는 말한다.
이동 푸드 팬트리인 배급트럭들은 보통 교회 주차장이나 커뮤니티 센터 등에 머물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건강한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식품을 골라 가도록 한다.
개스 구입이나 수퍼마켓 교통편 마련이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푸드 팬트리의 이동 트럭은 특히 싱싱한 야채 공급이 어려운 지역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다른 많은 도심지와 마찬가지로 시카고에는 식품점까지는 수 마일을 가야 하는 지역들이 있거든요”라고 그레이터 시카고 식품저장소의 케이트 마이어 사무국장은 말한다. 이 저장소에서 운영하는 600개 푸드 팬트리의 경우에도 금년 9월 한달 동안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지난해에 비해 30%나 증가했다.
싱싱한 식품을 무료로 나눠주는 이동 팬트리의 경우, 미리 마켓봉지에 담아 놓았다가 배급하는 종래 배급소와는 달리 받아가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
“그점이 도움을 받으면서도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해줍니다”라고 마이어는 말한다.
경제위기를 맞은 요즘 통조림 식품 및 기금 기부 등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구호 관계자들은 전국에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상황이니 만큼 미국인들의 남을 돕는 따뜻한 마음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금융시장이 무너지고 있는 혼란기에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굶주림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입니다. 전에는 굶주림이란 소수 극빈지역의 문제로만 생각했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 전체, 모든 주, 모든 도시 어디에서나 굶주려 배고파하는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마이어는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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