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선, 한인사회 무관심에서 참여 기폭제 돼
오바마 후원회 없어 아쉬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제44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에이브러햄 링컨 제16대 대통령에 이어 일리노이주를 정치활동의 기반으로 삼았던 두번째 대통령이 탄생하게 되자 시카고 한인커뮤니티도 흥분과 감동의 물결에 잦아들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 기간에는 시카고 한인들이 각종 선거 관련 후보자 간담회나 유권자 등록, 투표 참여 캠페인, 각 후보들의 후원회 조직에 이르기 까지 그 어느 때보다 참여 의식과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LA, 뉴욕에 이어 한인 커뮤니티의 규모가 크지만 이에 비해 정치와 관련해서는 불모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시카고가 정치 활동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성장한 경제력에 비해 이를 뒷받침해주는 정치력이 너무나 약소하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됐다. 또한 투표 참여 캠페인이나 대규모 후보 간담회, 각 후보들의 후원회 활동을 효율적으로 이끌어나갈 인적 네트워크와 조직력이 갖춰져 있지 않던 과거에 비해 이제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가 구축됐다는 것이 바로 이번 선거 기간 동안 한인들의 두드러졌던 활동을 통해 입증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한인들의 유권자 등록 열기가 그 어느 때 보다 높았다는 점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유권자 등록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던 한인교육문화마당집의 손식 선거담당자는 “유권자 등록을 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수시로 걸려왔고, 한인 교회나 대형 마트에서 캠페인을 벌일 때의 호응도 높아서 연방하원 10지구에서는 5,000명이 넘는 한인 유권자가 등록된 것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마당집은 한인 유권자들을 위한 출구조사를 더욱 확대 실시해, 올해는 시카고 2곳, 서버브 2곳에서 300여명의 한인들에 대한 상세한 출구조사가 이뤄져 그 결과가 나오면 한인들의 투표 성향에 대한 좋은 분석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인사회 최초로 주요 선거 후보자 간담회가 열려 현직의원들을 포함해 8명의 연방하원, 주하원 후보들이 한인 유권자들을 위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정견을 밝히며 지지를 호소했던 것도 큰 성과로 꼽힌다. 한인회, 마당집, 복지회 등 여러 한인 기관들이 힘을 합쳐 이를 성사시켰다는 것도 주목받을 만 했고, 후보들이 한인 사회의 정치력을 그만큼 높게 평가한다는 사실이 명확히 증명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개개인의 선거 후보들을 위한 한인들의 유세와 후원 활동도 활발했다. 압도적인 표차이로 당선된 아니타 알바레즈 쿡카운티 검사장 후보 한인후원회는 알바레즈가 개인적으로 많은 돈을 융자 받아 힘들게 경선에서 승리하고 본 선거에서 자금 압박에 시달릴 때 경제적으로 후원해 줌으로써 소수계의 인권 보장과 한인 검사 배출에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인들이 적극적으로 후원했던 연방하원 6지구의 질 모겐텔러 후보와 주하원 17지구의 대니얼 비스 후보는 근소한 차로 낙선했다.
특히 비스 후보의 경우 불과 1,700여표의 차이로 고배를 마셔 한인들이 충분히 당락을 바꿀 수 있었던 지역에서 석패를 하고 말았다.
더욱 아쉬움을 남기는 점은, 지금 한국의 정치인들이 바락 오바마 당선자와의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비해 바로 오바마의 앞마당이었던 시카고 지역내 한인들 중에서는 민주당계 인사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후원회 조직이나 강력한 연결 고리를 만들어 놓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좀더 가깝게 느껴지고 어떻게 보면 실생활에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역 정치인들의 후원이 중요하다.
하지만 누군가 마음 먹고 주도했다면 충분히 후원 조직을 결성해 네트워크를 형성해 놓을 수 있었던 오바마 캠페인측과 괄목할 만한 교류가 없었다는 점은 앞으로 한인사회가 더욱 정치력을 키우기 위해 더 멀리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식견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이경현 기자> namu912@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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