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에 ‘기회의 나라’ 다시 일깨운 계기
■첫 흑인 대통령의 의미와 전망
흑인인 민주당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는 미국 건국 232년 만에 첫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다는 역사적이고 혁명적인 의미를 넘어 사실상 더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아메리칸(American)’, 즉 ‘미국인’의 정의를 새롭게 썼다는 것과 흑백 등 인종의 벽을 허물어 진정한 ‘하나 된 미국’을 이루어나가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간 하얀색의 대통령 관저 ‘백악관’은 건물 색깔이나 상징성만큼이나 늘 백인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제 흑인 대통령과 가족이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됐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을 이끌어줄 새로운 지도자로 흑인인 오바마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 선택은 그가 흑인이라는 배경을 내세워 출마한 대통령 후보였기 때문이 아니라 지도자로써 훌륭한 자질을 갖춘 후보가 바로 오바마였고 그 오바마가 우연히도 백인이 아닌 흑인이었을 뿐이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흑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해서 미국사회에 깊이 뿌리박고 있던 인종갈등이나 인종문제가 당장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이 인종의 벽을 넘어서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서로 화합할 수 있음을 약속하는 미국에 대한 ‘선물’인 것이다. 오바마 자신도 4일 당선 연설에서 ‘Crossing Lines’을 언급하며 그간 인종간에 놓여있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나들며 국민들을 하나로 결집시켜 하나 된 미국을 만들어 나가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바마의 미 대통령 당선은 또한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 땅을 밟는 모든 이민자들에게도 미국이 과연 ‘기회의 나라,’ ‘기회의 땅’임을 다시금 일깨우게 한 사건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피부색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진정한 ‘미국인’임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백인들도 늘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성가신 존재 또는 이방인으로만 여겼던 흑인들이 자신들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을 갖게 하고, 주류가 늘 백인 독차지이고 소수계가 영원한 소수계로만 남을 수 없음을 알리는 기회가 마련해 모두가 다 같은 미국인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게 됐다.
뉴욕시에서는 데이빗 딘킨스 시장이 최초의 흑인 시장에 당선됐던 것이 불과 18년 전이다. 흑인 여성 오프라 윈프리가 TV 토크쇼 진행자로 나온 것이 24년 전이고 40년 전에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흑인 인권운동을 하다가 암살됐다. 미국의 흑백분리 인종 차별운동의 도화선을 당긴 로사 팍스 사건이 불과 52년 전이었고 16년 전인 1992년에는 흑인에 대한 경찰의 가혹행위로 LA 폭동이 발생헀었다. 이번에 흑인 대통령 당선이 현실로 이뤄진 것은 미국사회가 이제는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될 엄연한 현실이고 사회적인 변화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취임 전까지 남은 절차
12월15일 선거인단 투표 거쳐 내년 1월20일 취임
4일 치러진 2008 미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가 제44대 대통령 당선자가 됐지만 아직 공식 선출된 것은 아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국민이 선출한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다시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각 주 유권자들은 소속 주 출신의 연방상하원 의원수만큼의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이 선거인단
이 추후 대통령과 부통령을 뽑는 방식이다.
4일 선거에서 총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349명을 확보, 163명 확보에 그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압승했다. 이들 선거인단이 12월 둘째 수요일이 지난 첫 월요일이 되는 올해 12월15일에 모여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에게 한 표를 던겨 공식적인 투표 절차를 마무리 하게 된다.
선거인단 투표함은 워싱턴 DC로 옮겨져 2009년 1월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개표해 결과를 발표한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내년 1월 선거인단의 투표함이 모두 개표되고 집계돼 결과가 발표되는 시점이 바로 미 대통령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는 요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며 선거인단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를 미리 밝히기 때문에 12월15일 투표는 통과의례일 뿐이며 오바마와 바이든의 승리를 공식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미국 역사상 12월 선거에서 11월 대선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온 적은 아직 없다.
오바마와 바이든의 취임식은 2009년 1월20일 연방국회의사당에서 치러지며 펜실베니아거리에서 축하 퍼레이드가 이어진 뒤 백악관에 입성, 공식 집무를 시작한다.
하지만 오바마 당선자는 선거 바로 직후인 5일 바로 정권인수팀 본격 가동과 더불어 내각 구성에 돌입하는 등 앞으로 취임일까지 77일 동안 선거운동기간보다 더욱 바쁘고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된다. 정계에서는 오바마의 이번 정권인수 시시가 대공황이 발생했던 1932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정권인수 시기만큼이나 어렵고 험난한 과정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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